전시정보
장소 :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 - 기억 환기 김민영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경험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축적되고 변형되는 과정을 거치며 흐릿하거나 또렷하게 기억된다. 그 기억은 흔적이 되어 무의식 속에 보존되어 있다가 갑작스레 떠올라 또 다른 기억들의 흔적과 결합, 충돌, 소멸을 반복하며 무한한 기억의 확장된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기억은 역사로서 현재를 지각하게 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즉 과거의 기억을 통해 현재의 대상과 상황 속에서 신체는 자연스레 현상을 파악하고 정신은 과거의 표상들을 능동적으로 인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기억이 현재와 미래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를 어떻게 관계 짓느냐에 따라 현재의 순간이 의미 있는 순간으로 기억되기도, 무의미하게 스쳐지나가기도 할 것이다. 찰나의 순간은 지나가버리기 마련이지만 지나온 시간으로부터 축적된 무의식 영역에 자리한 기억을 또 다른 기억으로 환기하여 삶의 의미와 미래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할 수 있다. 하지희 작가는 색채에 중점을 둔 작업을 기반으로 기억과 기억을 연결하고 겹치는 창작행위를 통해 그 시작에 자리한 자신을 포착하여 기억으로 머무는 것이 아닌 현재에 살아 있는 시간 그 자체로 떠오르게 한다. 화면 위에서 색의 경계는 지워지고 겹쳐지며 재생성 된다. 이는 작가가 기억과 직관에 의존하면서 캔버스를 가득 채우는 수많은 색과 결의 중첩을 통해 자신이 속한 세계와 나, 과거와 현재의 관계를 유추하여 기억이 살아 숨 쉬는 신체의 일부로서 존재하도록 한다. 이와 같이 붓 칠을 거듭 반복하는 행위로 하여금 신체로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 되며 기억의 순환과 반복 그리고 그 간극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화려하거나 과도하지 않은 은은하고 부드러운 색채를 여러 겹 얇게 중첩하는 작업은 밑 색의 표현이 드러나 보이는 투명성을 보여주면서도 깊이감 있는 화면을 구성한다.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의 표현력은 마치 비단 위에 물감이 스며들어 쌓인 것처럼 밑 색이 번져 올라온 듯한 착시효과를 불러일으켜 서양화 재료에서 동양화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또한 흘러가고 순환하는 시간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어 과거로부터 겹겹이 쌓이는 기억의 지층을 보여줌과 동시에 색 자체의 느낌에 빠져들게 하여 사색적이며 심오한 정신세계를 경험하게 만든다. 그리고 색의 중첩으로 만들어진 결이 불규칙하고 반복되는 선을 만들어냄으로써 우연에 의한 순수한 회화작업의 자연스러움을 이끌어내고 보다 조형적인 화면을 구성하여 단조로움 속에서도 묘한 긴장감을 감돌게 한다. 과거에 경험한 다양한 기억들은 경험의 순간에 느꼈던 감정들도 반영되어 저마다 고유한 색을 지닌 채 촘촘하게 쌓인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기억들이 아릿한 색채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중첩되고 반복되어 화면을 가득 채우며 따뜻하면서 그리운, 그리고 어딘가 먹먹한 감정을 전달한다. 행위의 과정이 켜켜이 쌓이고 엮인 작품을 바라보고 있기만 해도 차분해지며 어느새 정신적인 울림에 집중하게 되고 내면의 감정에 호소하게 된다. 작가는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삶을 자각하고 내면의 깊은 사유를 유도하고 있다. 자유로운 감상과 해석이 가능한 추상 작품에 감성적으로 동화되어 감상하다보면 각자의 기억은 타인과 소통하며 다시 지각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자신이 삶의 주체가 되는 기억을 더듬어 환기시켜 삶의 의미를 깨닫고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갤러리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