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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섬 : 드라마
기간| 2023.06.10 - 2023.07.08
시간| 월-금 10:00 - 18:00 토 12:00 - 19:00
장소| 아트센터 예술의시간/서울
주소| 서울 금천구 범안로9길 23 (독산동)/예술의 시간
휴관| 일, 공휴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6952-0005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SEOM: (서하늬, 엄예슬)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SEOM_아티스트프롤로그2023_《Drama》전시전경

    ⓒ2023. SEOM & Art Centre Art Moment All Right Reserved. (이미지 제공 =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 SEOM_아티스트프롤로그2023_《Drama》전시전경

    ⓒ2023. SEOM & Art Centre Art Moment All Right Reserved. (이미지 제공 =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 SEOM_아티스트프롤로그2023_《Drama》전시전경

    ⓒ2023. SEOM & Art Centre Art Moment All Right Reserved. (이미지 제공 =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 SEOM_아티스트프롤로그2023_《Drama》전시전경

    ⓒ2023. SEOM & Art Centre Art Moment All Right Reserved.(이미지 제공 =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 			지금-여기, 어떤 드라마
    
    김민경 (예술의 시간 큐레이터)
    
    지금-여기, 어떤 드라마
    
    쉽사리 믿을 수 없는 일 앞에서, “이건 정말 드라마 같은 일이네!”라고 표현할 때가 있다. 일상생활에서 비유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드라마(drama)’는 ‘실제로 행동하기(dran)’라는 단어에서 형성되었고, 배우가 행동(모방)하여 표현하는 극을 말한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문헌 『시학』에 등장하는 설명이다. 여기서 드라마는 희극과 비극 모두를 아우르는 형식으로 활용되고 있어 그 폭넓은 범주를 가늠하게 한다.1) 이렇듯 드라마는 ‘있을 법한 이야기’를 통해 수많은 선택과 운명을 그려내며 우리를 매료시켜 왔다. 우리 일상을 드라마로 비유한다면, 드라마 같은 순간은 단지 믿을 수 없이 놀라운 일뿐만 아니라 기쁨과 황망함, 비통함 등 우리 안에서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일어나는 상황으로 확장하여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감독 앨프레드 히치콕은 언젠가 “드라마는 지루한 부분을 자른 인생 Drama is life with dull bits cut out”2) 이라 말한 바 있다. 우리 삶의 드라마 같은 순간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자주, 그리고 좀 더 다양한 모습으로 일어나고 있을지 모른다.
    
    이곳에 무대가 있다. 금방이라도 드라마가 펼쳐질 것 같은 무대공간이다. 세로로 길게 뻗어있는 직사각형의 공간은 측면으로 붙어있는 긴 복도와 규칙적으로 뚫린 세 개의 문틀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각각의 문틀로 배우가 등장할 수 있음을 상상하며, 독립적인 극의 상연이 가능한 세 구역의 무대공간을 발견한다. 서로 구분되면서도 연결되어있는 각각의 무대공간들은 작가가 구상한 시나리오의 심층적 단계를 보여주는 장치로 활용된다. 하나의 무대는 하나의 테이블과 짝을 이룬다. 깊숙이 들어갈수록 무대에 놓인 테이블의 크기는 작아진다. 그리하여 가장 안쪽 무대의 테이블에는 한 사람만이 앉을 수 있다. 끝으로 작가는 무대 밖에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볼 수 있는 관객석을 두어 온전한 무대공간을 완성한다.
    
    SEOM:(섬:)의 작업은 특정 지역이나 환경, 그리고 우리 일상에서의 소리 경험을 통해 소리 매체가 불러일으키는 상상력과 감각의 확장을 제공한다. 작가는 소리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을 만들거나 소리 경험의 수집을 통해 독특한 공간을 구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작가의 공간은 시각, 청각, 촉각 등 신체 전반의 감각 기관의 참여를 요청함으로써 신체 몰입적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이들은 또한 소리의 발견을 위해 공간의 물리적 특징이나 역사적 맥락을 해석하는 작업을 동반한다. 이번 전시 공간 역시 작가의 시선에 의해 분해되고 재해석되는 과정을 거쳐 ‘무대’라는 정체성을 부여받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작가가 준비한 드라마가 펼쳐질 일만 남아있다.
    
    극의 시작을 위해서는 배우가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 눈앞에 텅 빈 무대는 배우를 기다리고 있다. 작가는 무대 위 배우가 당신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황할 필요는 없다. 특별한 연기력이나 심도 있는 대본의 해석도 필요하지 않다. 다만 작가는 한 가지 요구사항을 말할 뿐인데, 그것은 이 무대에서는 언제나 당신과 함께 움직이고 행위 하는 고유한 신체를 동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품 〈sceneryⅠ〉, 〈sceneryⅡ〉, 〈sceneryⅢ〉는 배우가 된 우리가 관객석과 무대 위를 거닐거나 정체함으로써 구현된다. 무대 위에서 행위 하는 우리의 몸짓은 저마다의 광경scenery을 연출하고, 때로는 퍼포먼스처럼 작동하며 작품을 완성한다.
    
    (scenery Ⅰ / 규칙적인 심장 소리를 듣는다.)
    분명한 심장 소리를 뿜어내고 있는 테이블과 마주한다. 이 테이블은 곡선의 형태와 부드럽고 폭신한 표피로 인해 마치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우리 앞에 존재한다. 테이블에 팔을 올리고 손을 귀에 가져가는 순간, 내 신체를 통해 들어온 누군가의 심장 소리를 듣게 된다. 평소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심장 소리를 느끼는 순간, 소리가 가지고 있는 힘, 곧 감정과 기분을 변화시키는 힘이 발현되기 시작한다. 테이블은 지금-여기에서 자신과 살이 닿는 모든 이들의 감정을 서서히 동요시켜 엮어낸다. 공기를 타고 들려오는 소리가 아닌, 접촉을 통해 촉각적으로 전달받는 심장 소리는 전염되듯 내 안으로 들어와 나의 몸 전체를 진동시킨다. 내 안에서 울리는 안정적인 심장 박동 소리는 살아있음의 기분을 되살려낸다. 우리는 부지런히 운동하는 심장을 따라 지금-여기 살아있는 나를 느낀다.
    *
    ‘신체’와 ‘소리’가 함의하는 현존성과 시간성은 이번 작품을 완성하는 독특한 특징으로 구분된다. 먼저 지금-여기 나와 함께하는 신체는 감각적 인식이 일어나는 고유한 공간이 된다. 메를로 퐁티는 모든 지각 경험의 대상들과 지각 세계가 현출될 수 있는 토대로 신체의 중요성을 앞세운다. 우리의 감각은 살아있고, 움직이는 신체를 통해 시작되며, 이를 통해 우리는 매 순간 세계의 재창조와 재구성을 이뤄내며 실존의 상태로 존재할 수 있게 된다.3) 이곳에서 나의 행위는 감각함의 경험을 깨워, 새로운 세계 인식 및 실존의 의미를 전달한다. 또한 소리 매체는 현재라는 시간성을 특징으로 우리의 경험을 지금-여기에서만 일어나는 특별하고 개별적인 사건으로 만든다. 관객의 드라마는 복제 또는 간접적 자료로는 온전한 경험이 불가한, 오로지 지금 순간의 경험을 통해서만 완성된다.
    
    (scenery Ⅱ /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를 듣는다.)
    빠르게 뛰는 비정상적인 심장 소리를 전달받는다. 우리는 긴장하거나 긴박한 순간의 결과적 현상으로 심장 박동의 변화를 느낀다. 그런데 같은 두근거림이라도 사람마다 긴장, 설렘, 공포, 기대 등 전혀 다른 내적 모습을 품고 있을 수 있다. 우리 삶에서 이렇게 강한 심장 소리를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 지금 내 안에서 울리는 빠른 심장 소리는 나에게 특별한 감정과 기억의 소환을 촉구한다. 태어난 아기를 품에 안던 순간, 첫 직장에 출근하던 날, 대학 합격을 확인하기 직전의 기억, 또는 다음 주 즈음에 계획한 사랑 고백 장면 등이 떠오를지 모른다. 이처럼 저마다 품고 있는 드라마의 순간들은 과거와 미래를 자유롭게 오가며 시공간의 축에 구애받지 않는다. 하나의 테이블 위에서 펼쳐지는 각자의 드라마는 이 테이블을 감싸고 있는 다양한 실타래의 모양과 촉감처럼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
    작가는 전시 공간에서 무대를 발견하고, 드라마를 내세워 폭넓은 이야기를 시도한다. 인간 삶을 총칭하는 드라마는 관객의 행위를 통해 무대 위에서 외적으로 구현된다. 살아있는 신체로 행위하고 경험하는 것, 삶과 일상의 연속선상에서 퍼포먼스적 드라마가 재현된다. 또한 드라마는 소리 경험을 통해 내적으로 완성된다. 심장 소리는 드라마의 근간이 되는 생명 그 자체의 재인식을 이뤄낸다. 이 소리는 그/그녀의 살아있음과 더불어 나의 삶 또한 이곳에서 분명히 지속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저마다의 어떤 드라마는 내면 곳곳을 비추어 삶의 여러 단면을 마주하게 한다. 나, 타자, 세계와 관계 맺어온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삶을 바라보는 독특한 방법을 제시한다.
    
    (scenery Ⅲ /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듣는다.)
    무대를 떠나기는 아직 이르다. 작가는 비밀스럽게 가려진 안쪽 무대로 우리를 인도한다. 이곳에는 혼자만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다. 테이블에 손을 올려 나의 심장 소리를 듣는다. 지금-여기에서 뛰고 있는 나의 심장 소리는 앞서 시공간의 무작위적 층위를 떠돌았던 감정과 기억을 현재로 되돌려 가장 자연스러운 나를 마주하게 한다. 나의 심장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을 지속하여 가져본다. 내 안에서 울리는 나의 소리는 그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감정 상태를 알려주거나, 감정에서 파생되는 여러 생각들을 마주하게 할 것이다. 드라마의 마지막 무대에서 자신을 온전히 만나는 순간을 가진다.
    *
    이 무대가 흥미로운 것은 하나의 소리가 우리가 분명하게 경험하고 느꼈던 삶의 순간들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며, 보다 강조되어야 할 것은 하나의 소리가 생명과 살아있음에 관한 확실성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살아있음의 기분에서 삶의 필연성을 인지하길 희망한다. 이제는 현대의 대명사가 된 ‘불확실성’은 여전히 우리 삶과 함께하고 있다. 그러나 기쁨과 절망, 좌절에서 다시 희망으로 연결되는 삶의 모든 드라마는 결국 생명 위에서 그려지는 것이며, 생명이 없이는 아무런 가치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작가는 생명에 관한 확신이 자신을 인지하는 가장 분명한 경험이자 우리 삶을 이어가게 하는 근원임을 제시한다.
    
    SEOM:은 무대 위에서 이뤄지는 몰입적 경험을 통해 단순한 확실성을 전달한다. 이는 내가 살아있고, 행동할 수 있으며, 느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작가의 의도와 같이 하나의 소리가 생명과 삶의 층위로 확장될 때, 마주하는 다양한 감정이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에 관한 이해로 증폭될 때, 우리를 둘러싼 공간은 하나의 시적 공간이 된다. 지금-여기에서 일어나는 고유한 경험이 불확실한 시대에서도 이곳에 내 삶이 분명히 지속되고 있고, 나아가 수많은 이야기의 드라마로 펼쳐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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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 역, 2014), 『시학』, 문예출판사, 제3장 28~29면.
    2) 1956년 앨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The Man Who Knew Too Much)〉의 시사회 내용을 전달하며, 칼럼니스트 레너드 라이언스에 의해 소개된 감독의 말로 알려져 있다. The Pittsburgh Press, 1956년 3월 2일자 신문. (출처: quoteinvestigator.com/2018/09/19/drama)
    3) 이남인 (2013),『후설과 메를로-퐁티 지각의 현상학』, 한길사, p.177, pp. 205~207.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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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연계 프로그램
    시절(時節) 소리
    2023년 6월 22일 (목) 11-13시 (120분)
    성인 7명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4층
    신청방법: 홈페이지 또는 링크 참조 (*신청 페이지는 추후 오픈)
    https://linktr.ee/artmoment.doksan
    문의: artmoment.ed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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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김민경
    사진촬영 : 송호철
    그래픽디자인 : 김박현정
    
    주최 :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후원 : ㈜영일프레시젼
    
    디렉터 : 주시영
    큐레이터 : 김민경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 이재희
    에듀케이터 : 유상아
    운영지원 : 설미숙
    
    
    (출처 = 아트센터 예술의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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