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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땅에서 솟아나 공중으로
기간| 2023.06.15 - 2023.07.22
시간| 11:00 - 19:00
장소| 스페이스소/서울
주소| 서울 마포구 서교동 458-18
휴관| 일요일, 월요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322-0064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김한샘, 정지은, 최수앙, 함진, 홍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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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 전시전경

    (이미지 출처 = 스페이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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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스페이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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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스페이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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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각 좋아하세요?”
     
    큐레이터이자 갤러리 디렉터가 당신에게 묻는다. “조각 좋아하세요?”
    고백하건대, 조각을 좋아한다.
    상상도 해보지 못한 세계와 이미지들을 눈앞에 펼쳐 보이고, 우리가 보지 못한 세상과 대상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심지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의 이면을 들춰내는 사람들. 이들이 고심과 연구로, 머리와 손으로, 아이디어와 땀으로 만든, 이상하게 멋지고, 기괴하게 아름다우며, 서늘하게 귀여운 것들을 장르와 매체를 불문하고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조각, 공간 속에 놓인 입체에 좀 더 쉽게 빠지는데, 스페이스 소에서 회화를 포함한 사진 및 판화 등 평면 작품들 외에 영상과 설치, 조각 등 평면과 벽면에서 벗어난 다양한 작품과 전시를 만날 수 있는 이유는 그래서 일 것이다.
    최근 2-3년 사이에 조각에 대한 전시와 기사 및 다양한 형식의 프로젝트들이 눈에 띄고 미술계 내에서 여러 이야기들이 회자되어 반가웠지만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타 장르에 비하여 조각 및 설치 작품들과 그 전시들은 시각적-전시적 효과로 인해 주목성을 가진다. 그렇게 관객들의 감탄과 탄성을 자아낸 작품들은 핸드폰 속 사진첩에는 수없이 컬렉팅되지만 누군가의 공간과 일상에 자리 잡기는 쉽지 않다. 주제보다는 조각이라는 특정 장르를 앞세운 이번 전시는 ‘전시는 재미있고, 작품은 좋은데 소장은 주저된다’는 ‘조각 수집’의 관점과 의견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본 전시를 통해 사진첩 속 컬렉션이 아닌 나의 일상 속 컬렉션으로 소-조-각들이 자리 잡기를 희망해 보는 것 까지를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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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에서 솟아나 공중으로’ 높이를 가지는 작품들
     
    ‘조각’이라 함은 빚고 짓는 소조(塑造)와 깎고 새기는 조각(彫刻)을 함께 일컫는다. 본 전시는 빚고 깎으며 자신의 세계관을 짓는 작가들의 소조와 조각, 구상과 추상, 회화와 조각을 넘나들고 공간 속에 펼쳐져 설치 형식의 작업으로 확장되는 작품들을 <소조(塑造)-각>, <조각(彫刻)-조각 sculpture-fragment/piece>, <소(小)-조각_평면 밖에서>로 구분하되 참여 작가들의 모든 작품들을 한데 모아 소개하는 방식을 취한다.
    전시장에는 한쪽 모서리 끝에서 뻗어 나와 공간을 가로지르는 길쭉한 대형 구조물 하나와 이것과 마주하며 튀어나온 모서리를 감싸고 있는 평평한 덩어리의 구조물이 전시 작품들의 공동 좌대이자 합동 무대 역할을 하고 있다. 보통 조각과 같은 입체 작품들은 좌대 위에 올려져 각각의 공간과 영역을 가지게 되는데 이번 전시에는 ‘좌대’라는 익숙하고 전형적인 구조이자 크고 작은 각자의 공간과 무대를 빠져나와 전시장에 솟아오른 대형 조각이면서 무대가 되는 건축적 공간에서 다른 작품들과 아주 가까이 만나도록 설치하였다. 그리하여 전시를 보는 관객들이 작품과 작품 사이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서로 만나 본 적 없는 작품들이 가까이 그리고 함께하는 풍경을 만들어 작품과 작품 사이의 관계를 상상해 볼 수 있도록 하고자 하였다.
    전시장 입구의 대형 유리문을 통해 먼저 눈에 들어오는 밝은 연둣빛의 조각 덩어리들은 최수앙의 <Assemblage T1>이다. 최수앙 작가는 극사실적 인체 조각에 우리가 개인의 삶과 사회적 규범 사이의 관계 속에서 경험하는 감정의 서사들과 그 무게를 강렬하게 재현한 연작 <’명사가 된 몸’들로 만들어진 무대>(2005-2016)로 익히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2016년부터 탐구해 오고 있는 ‘동사로서의 몸’을 주제로 하는 <Assemblage> 연작의 일부로 3점의 작품이 함께 한다. 유기적인 형태의 크고 작은 조각(sculpture)-조각들이 제목처럼 집합체를 이루고 있는 본 연작은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조직과 기관으로부터 기원한다. 이전 작품들이 우리의 몸, 그리고 피부에 새겨지는 구체적인 흔적을 재현한 ‘명사’로서의 조각이었다면, 본 연작은 표면에 드러난 단단한 ‘명사’를 만들어 낸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동사’적 조각이다.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긴 구조물의 가장 높은 단 위에 세워져 있는 <Assemblage T1>은 비스듬히 누워있는 조각상의 전형적인 동세로 술잔을 들고 누워있는 바쿠스의 모습일지, 머리를 괴고 누운 부처의 와상인지, 혹은 TV 리모컨을 한 손에 들고 전시장을 문을 열고 들어오는 우리를 심드렁하게 바라보는 소파 위에 누운 친구의 편안한 모습일지도 모르며, 와상이라고 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색을 입은 거친 텍스처가 드러나는 추상적 조각모음일 수 있다.
    이 조각과 대조적인 규모로 돋보기를 들고 들여다보아야 녹색의 먼지덩어리처럼 보였던 것이 사실은 녹색의 덩굴 양쪽으로 인간인지 괴물인지 알 수 없는 생명체들이 등을 대고 앉아, 사람인지 동물인지 알 수 없는 또 다른 괴생명체를 받쳐 들고 있는 형상임을 깨닫게 되는데, 이 초소형의 조각은 최수앙 와상의 한쪽 발끝 쪽에 놓인 함진의 <녹색 덩굴>이다. 함진 조각의 특징은 초소형, 초경량 조각이라는 점과 이 작디작으며 섬세한 조각이 모두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다는 점이다.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부분들은 가느다란 와이어의 뼈대에서 출발하여 작가의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손끝에서 얇게 밀리고 가늘게 늘어난 점토가 하나하나 덧붙여져 조금씩 형태가 만들어지고 형상을 갖추게 된 것이다. 다채로운 색과 미세한 점 하나하나, 그의 지문이 찍힌 부분부분으로 빚어진 엄연한 인간 같기도, 괴생명체를 닮은 듯 도한 조각들은 기괴한 듯 아름답고, 사라질 듯 작지만 무한하고 압축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듯 느껴진다. 이번 대형 좌대 위에서 가장 작은 그의 작품들은 함진의 소인국에서 빠져나와 다른 작품들과 전시장을 거대한 세상으로 전환시켜 버린다. 작은 탑인 듯 성문인 듯 보였던 정지은의 <나를 담보로 고백하는 일>은 함진의 <기도> 옆에서 모든 소원을 이뤄줄 듯한 거대한 탑이 되고, 시멘트 덩어리 조각처럼 보였던 <이 밑에 고작 네가 있다>는 <나무 3> 뒤에서 거대한 바위산이 된다.
    이번 전시 작품들 중 가장 작은 조각인 <얼굴 껍데기>와 함께 짝을 이뤄 묘한 얼굴들의 풍경을 만드는 <그림석-공포>와 <그림석-모래성> 등 김한샘의 작은 소조(塑造)-각들은 이번 전시에서 함진의 초소형 조각들과 함께 또는 정지은의 감각의 순간을 기록한 시(詩)로 지어진 조각들과 함께 어우러진다. 김한샘 작가는 그림과 액자를 하나의 작품으로 다루면서 둘의 관계를 평면 이미지와 입체 프레임, 이미지를 그리고 액자를 조각하는 일련의 형식적 실험으로 이어가고 신화와 전설, 만화와 게임 등에 등장하는 인물과 소재들을 통해 판타지적 서사를 만들고 작품의 세계관을 설계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 중 작은 조각 연작 중 하나인 <그림석>은 그가 지속적으로 연구해 오고 있는 형식적 실험에 돌이라는 흔하면서 물성이 강한 재료를 액자로 삼고 우리나라의 무속 신앙 중 돌을 집안에 들이는 기복 지침에 그 돌을 점지하여 주술적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를 내용으로 삼아 작품 속 이미지와 돌에 조형한 조각 사이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거북이를 타고 바다 깊이 용궁으로 가는 듯한 그림과 함께 거북이 형상을 한 금박의 조각이 있는 <그림석-거북이>의 돌 뒷면의 형상은 영락없이 거북이 등껍질 모양이고, 정지은의 <덜 자란 나무 뿌리>에 있는 검은 그을음은 마치 아래 비슷한 형태로 놓여있는 <그림석-불 공격>이 감행한 흔적과 같은 이야기로 엮일 법도 하다. 관객들은 김한샘에 의해 땅에서 솟아나 공중으로 흩뿌려져 거대한 좌대 위 여기저기로 떨어진 11점의 <그림석>들을 찾아 전시장을 돌고 돈다.
    조각 전시이지만, 다섯 명의 작가 중 3명이 회화전공자로, 앞서 언급한 김한샘이 이미지를 담는 하나의 형식으로 액자까지 작품으로 확장하여 그림을 지니는 조각으로 발전시켰다면 홍정욱은 회화로부터 출발한 조각으로, 정지은은 회화에 선행하는 조각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회화의 지지체가 되는 캔버스의 프레임과 천을 이용하고 그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색을 입히지만, 캔버스라는 평평한 사각의 화면 위에 이미지를 그려 넣는 것이 아닌, 사각도 평면도 아닌 캔버스를 만들고 색을 입혀 벽과 바닥, 모서리에 만들어 놓는 홍정욱의 작품을 단순히 회화라 부르는 것에 주저하게 된다. 일명 ‘입체적 페인팅’이라 불리는 그의 작업은 회화의 지지체인 캔버스 천과 틀 그리고 화면을 구성할 점, 선, 면, 색이라는 기본적 요소들을 놓지 않으면서 평면에 공간을 담는 환영적 화면 구성이 아닌 실제 공간에 본인의 작품으로 기인하는 환영을 만드는 조형적 실험의 결과물들이다. 이러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그의 작업 과정 안에서 작은 조각들이 하나의 연작을 이루어 가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보라 여겨진다. 홍정욱의 ‘색을 가진 소(小)-조각’들은 ‘입체적 페인팅’들의 팽팽한 천 아래서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던 요소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또는 ‘입체적 페인팅’에서 더 과감하게 공간으로 확장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화해 가고 있다. 기존의 페인팅들과 같은 제목을 가지는 <cacophony>, <INFILL> 등과 같은 조각들은 그의 ‘입체적 페인팅’이 ‘입체적’으로 벽에 설치가 되면서 얻게 되는 정면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페인팅보다 작지만 공간에서 보다 큰 확장성을 얻는다. 이번 전시에서 관객들은 그의 부조 같은 입체적 회화와 조각을 함께 감상하면서 그의 회화 표면 아래에 숨겨진 조각들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선하나 흐트러짐 없고 나무조각 하나 틀어짐 없이 딱 떨어지는 홍정욱의 조각들과는 대조적으로 전시장에 들어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조금만 돌리면 드로잉이 걸린 합판 한 부분이 슬쩍 휘고 거친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나는 나무 액자가 눈에 들어온다. 에어컨 바람에도 팔랑이는 종이에 그러진 드로잉이 매달려 있는 이 작품은 정지은의 조각 <showroom esquisse 02>이다. 애초에 작품이 설치될 수 있도록 만든 액자이면서 동시에 조각인 이 작품에 걸린 드로잉 속 이미지도 프레임 너머 보이는 그의 또 다른 작품 <엉금엉금 구멍이 난 초록>이다. 그는 본인의 작품을 스스로 참조 인용하여 회화를 구성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그리하여 정지은의 조각은 회화에 선행하기도 하고 회화가 조각의 부분이 되고, 하나의 조각이 다른 조각의 부분이 되는 식으로 작품의 확장과 변화를 실험해 가고 있다. 폐기된 가구나 캔버스 등의 자투리 나무, 합판, 포장재나 종이 상자, 석고 붕대, 철망, 철사 등 버려지거나 버려질 재료들로 만들어지는 그의 조각들은 연약해 보이지만 무르지 않고, 무거워 보이지만 가벼운, 쓰러질 듯 기울었지만 넘어지지 않으며 엉성한 듯 보이지만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지닌다. 이러한 조각들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경험하게 되는 순간순간의 감정들이 시(詩)로 기록되고 이 시들이 문장으로 나뉘고 구와 절로 해체되어 구조와 형태를 갖춘 것이다. <가짜 청포도는 여전히> 어떻다는 건지, <너무 크게 그린 원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너의 유언>은 왜 이 모양인지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한다.
    작가들의 머릿속에서 솟아나 그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조각들, 작가들의 작업실에서 솟아나 갤러리로 옮겨 온 조각들, 전시장에 솟아난 커다란 좌대와 그 위에 모인 이상하게 멋지고, 기괴하게 아름다우며 서늘하게 귀여운 작품들을 만나러 온 관객들이 하나하나 찬찬히 살피며 전시장에 오래 머물 수 있기를 그리고 조각을 좀 더 좋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스페이스 소 디렉터 송희정
    
    (출처 = 스페이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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