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장소 : 갤러리 도스 도스 제1전시관(B1) - 반복의 차이 김민영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우리의 삶은 매순간 수많은 변화를 경험하며 기억을 통해 이를 축적하고 저장한다. 이러한 기억은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때때로 떠올라 자신을 성찰하고 존재를 인식하게 만든다. 이는 지나간 시간과 현재를 연결시키는 매개체가 되어 삶을 유인할 만큼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이렇듯 기억은 오늘의 삶을 창조하는 힘으로, 한 인간의 자아와 이상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기억의 흔적을 쫓다보면 그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어떠한 가치를 부여하는지 알 수 있고 그 방향성에 따라 동경하는 세계를 유추할 수 있게 된다. 기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예술을 통해 재구성되고 새로운 조형언어로 실현됨으로써 감각적으로 받아들여지고 기억에 대한 관점이 분명해지며 자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상영 작가는 자신의 기억으로부터 파생된 소외된 주변 그리고 옛날 것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여 자신의 정체성이자 삶의 영역인 향수와 바램의 이상세계를 구현한다. 빈티지라는 명칭으로 과거의 분위기와 감각을 그대로 가져온 작가의 발상은 섬유를 소재로 한 전통자수와 기계자수 기법을 활용하여 평면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공간을 연출한다. 작가의 생각 조각을 상징하는 한옥 지붕 문양들은 벽면에만 의존하지 않고 바닥에 놓아지거나 천장에 매달아 3차원적인 표현의 확장을 이룬다. 이처럼 작가는 작품과 공간의 상호작용으로 다양한 이미지의 확장을 시도한다. 작품을 구성하는 한옥 지붕 문양들의 집적으로 만들어지는 반복 그 안에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간과되기 쉬운 미묘한 차이들이 가진 힘이 느껴지며 저마다의 존재성이 강조된다. 작품은 섬유의 가장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여 재단하거나, 봉제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올을 풀어 헤친 상태로 재단하는 그런지(grunge) 느낌을 혼합한다. 이러한 표현 기법에서 자신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것들의 가치를 부각시키는 작가의 의도가 느껴진다. 이번 신작은 화면을 빼곡히 가로지르는 실들 사이로 꿈같은 아련함을 담은 유토피아를 펼쳐낸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 곳에서 기억 속 그때의 감정이 연상되고 작가가 상상한 공간으로 존재가 이행된다. 이는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기억의 공간이 상상의 공간으로 확대되는 순간을 나타내는 듯 보인다. 노동집약적인 자수 작업이 전제된 작가의 섬유예술은 자수조형 그 자체로 시간성과 더불어 독창성과 차별성으로 인해 가치의 희소성을 지닌다. 또한 작업 과정에서 호흡하고 소통하며 인내와 집중, 그리고 평정을 통해 내면을 관조하고 심상을 직접적으로 구현해내어 보는 이들의 공감을 유도한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여러 이유로 하루가 버거워지는 순간이 찾아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사라져버리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 마다 무심코 떠오른 기억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되고 이를 통해 위로와 에너지를 얻는다. 기억을 유토피아로 재구성해 낸 작품에는 시간을 넘나드는 순수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가슴 깊이 따스함이 전해진다. 완성된 3차원의 자수 작품들은 풍부한 공간감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보는 이들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고 자아의 존재와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상상 속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게 만든다. 이번 전시는 반복되는 이미지들에서 저마다의 인간적인 따스함이 느껴진다. 이는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긍정적인 모습을 유추하고 발견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출처 = 갤러리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