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오프닝 : 2023. 7. 5 수요일 오후 5시 작가와의 대화 : 2023. 7. 21 금요일 오후 3시 - 아파트의 가격이 오르내림의 소식이 중요한 뉴스처럼 흘러나오고,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출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아트페어의 시작과 함께 여러 작가들의 작품과 전시장 장면들이 현란하게 업로드된다. 음식 사진도 빠질 수 없다. 요란한 뉴스부터 과시적 사생활까지 모든 것들이 정보로서 존재하는 세상이다. 이것은, 일상이다. 나는 밤길을 주로 산책하는데 그 시간이 조용하고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밤길을 걸으면 가장 많이 마주치는 것은 길고양이와 쓰레기더미이다. 쓰레기차와 반려견들, 끽연가들도 있다. 산더미 같은 쓰레기들을 만나면서 어떤 것들이 버려졌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재활용으로 내놓은 화분이나 테이블을 이리저리 살펴보기도 한다. 이것도, 일상이다. 우리는 그러한 가운데 작업을 한다. 서구 미술사와(심지어 한국 미술사와도) 멀어지고, 동시대에 누가 우리 옆에 있는지도 생각할 겨를 없이, 매달 생존의 상황들을 맞닥뜨리며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간신히’다. 간신히 그런 밤을 보낸다. 모두들 전보다 바빠졌고 또 바빠졌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야 겨우 무언가 하나를 해낼 수 있는 세계인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그런 풍경들로 귀결된다. 김양우, 김지평, 박은정, 임진세, 조은지는 산업화 도시화 되어버린 배경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한다. 그런데 그 고군분투 속에는 여러 미덕들이 있다. 김양우는 묵묵히 무언가를 관찰하며 67.32km를 오가고, 김지평은 신화적 세계 속에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제자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탄성적 태도가 있다. 박은정은 엄청난 생명력으로 그림 생활의 근력을 키운다. 임진세는 도시의 하찮음, 지리멸렬함, 남루함을 걸으며 아랑곳하지 않고 도시의 부분을 포착한다. 조은지는 땅을 여행시키며 걷고 또 걷는다. 작가들의 지향점들은 태도로 남아 정보로 환원되지 않는다. 아니 환원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작가들의 각각의 작업적 태도들이 ‘대수롭지 않게’에 해당된다. 인도네시아 말 중에 Nongkrong이란 말이 있다. 그 뜻은 “함께 죽이나 때리자!”이다. 그 친구들은 이 말을 썼다. 함께 죽이나 때리자. 우리가 죽이나 때린 적이 얼마나 되었을까. 내 기억엔 90년대까지 한국에선 가능했다. 전시장이 몰려 있는 인사동에서, 필름 현상을 맡기러 들리는 충무로에서, 재료를 사러 간 청계천에서… 어디서든 우연히 마주치는 선배, 동료들이 있었고. 그때마다 자유롭게 Nongkrong을 했다. 죽을 때리면서 미술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우리에게 무엇이 가능한지 이야기했다. 그러나 효율과 소비로 모든 것들이 움직이는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불가능한 짓이다. 지금은 회의를 하고, 일을 함께하지 않으면 만나기 어렵다. 만날 때마다 모두 지쳐있고 힘들고 어렵다. 효율의 늪에 빠지면서 우리의 Nongkrong은 빼앗겨 버렸다.* 나는 우리가 전시를 통해 진정한 ‘만남’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전시를 기획한다. 간신히 일과를 마치고 대수롭지 않게 작업의 숲을 거닐다가 ‘만남’을 하길 바란다. 관객들도 그러한 마음으로 작품과 만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간신히, 대수롭지 않게 말이다. * Nongkrong에 관한 부분은 도큐멘타 15 Lumbung 후기에서 쓴 글을 인용하였다. 전시기획 : 조지은 주관 : (사)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제공 = 평화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