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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이정근 : SUPERNATURAL
기간| 2023.08.10 - 2023.09.09
시간| 10:00 - 18:00
장소| OCI 미술관/서울
주소|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45-14
휴관| 일, 월, 공휴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734-0440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이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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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SUPERNATURAL

 기계 생명을 연상케 하는 파리한 금속성의 구조체가 전시실을 점유한다. 멍하니 바라보다 보니 눈길의 끝에 의미심장한 사진이 담긴다.
 
이정근은 발걸음을 자연스레 멈출 수 있는 사진에 대해 고민해 왔다. 찰나를 담는 영원이라 했건만, 야속하게도 사진 앞 관객은 영원보다는 찰나의 시간을 보내더란다. 그래서 더욱 많은 노력을 쏟아 피사체를 제작하고, 촬영한 결과를 유난스러운 액자에 담는다.
 
화려한 외형은 자연스레 시선을 홀리기 마련이다. 작가는 실제보다 과장된 상태에 오히려 쉽게 끌리는 반응을 일컫는 ‘초정상자극(Supernormal Stimulus)’ 이론을 알맹이보다 돋보이는 껍데기, 사진보다 과장된 액자로 풀어낸다. 사진은 모두 연출된 자연 현상을 촬영한 것이다. 인공 눈과 인공 비, 스모그 머신으로 피워낸 구름 등의 모조 자연은 휘황찬란한 갑옷을 두른다. 실제로 위장된 상황과 함께.
 
자연을 뛰어넘는 데 성공한 ‘부자연적’ 요소들. 이것이 이정근의 작품이 갖고 있는 ‘초자연적(SUPERNATURAL)’ 힘이다. 관객은 자극적인 액자들이 부리는 초능력에 속절없이 현혹당한다. 이제, 찰나는 영원에 보다 가까워진다.

정유연(OCI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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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한 외피와 연약한 이미지 전략

  강철로 만들어진 구 형태에 날카로운 철제 원뿔이 가시처럼 돋아 있고, 그 한쪽 면에 사각의 이미지가 자리하고 있다. 찔릴 듯 위협적으로 뻗은 원뿔에 시선을 사로잡히지 않도록 조심스레 이미지를 들여다보면 동굴, 혹은 무너져 내린 건물의 잔해 속에서 출구로 보이는 한 줄기 빛과 마주한다. 액자라고 하기엔 다소 육중한 이 조형물을 지지하는 것은 철제 강판을 조합해 제작한 좌대인데 이동이나 고정이 용이하게 고리가 달려 있고, 장식적 요소를 최소화하는 등 산업 현장에서 볼 듯한 기능적 형태를 취하고 있다.
 
  다른 장면으로 시선을 돌리면, 사각의 철제 액자 안에 세로축의 가느다란 선들로 운동성을 시각화해 비 내리는 장면을 연출한 이미지가 있다. 평면 이미지가 수직의 스트로크를 통해 질감을 드러낸 것에 비해 이를 둘러싼 철제 액자는 그라인더가 회전하며 만들어 낸 나선형의 생채기가 새겨져 시각적 대비를 이룬다. 이외에도 3개의 조각이 서로 기대어 균형을 이루는 상황을 연출해 촬영하고, 이 이미지를 4개의 철제 다리가 있는 액자에 담아 벽이나 바닥에 기댈 수 있게 하거나 유리창에 맺힌 물방울에 손가락으로 그린 낙서를 촬영한 이미지가 수족관 형태의 액자 안에 있는 등 다양한 액자에 촬영한 대상과 상황이 모호하게 연출된 사진이 담겨 관계를 형성함과 동시에 서로 의미를 밀어낸다.
 
  이정근의 개인전 ≪Supernatural≫을 통해 소개되는 작업은 (2022), (2022) 등 평면 작업을 보호하기 위해 기능하는 액자를 다양한 산업, 기능적 형태로 확장해 온 예전 작업의 연장에 있다. 작업은 대체로 액자로 칭하는 철제 조형 안에 스틸 이미지가 포함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입체 조형으로 공간에 설치된 이정근의 사진 작업이 지금과 같은 형태를 가지게 된 것은 작업실이 침수되어 나무 액자로 보호하고 있던 작업이 파손되며 평면 이미지의 매체적 연약함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일련의 사건으로 작가는 단단한 보호 장치에의 강박을 느끼며 이미지를 둘러싼 외피에 집중하게 되었다.
 
  사건 이후, 이미지를 보호하는 액자는 강박적으로 부풀어 비대해졌지만, 이정근의 작업은 여전히 시간과 빛을 기록하는 사진의 매체적 특성을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이나 시간성을 빛으로 포착하기 위해 장소를 물색하고, 이를 간접적으로 시각화해 주는 오브제를 활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철제 액자를 제작하고 기계 장치를 통해 움직이는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으로 이동했다. 작가는 여전히 사진을 주요 매체로 다루고 있으며 투명하거나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하기 위해 사진 매체의 특성을 적극 활용하는데 최근의 작업은 이미지보다는 액자 그 자체가 더 도드라진다.
 
  시각예술의 전통에서 액자는 작품을 보호하는 기능 외에 장식성과 이동의 편의를 가져와 주었다. 하지만, 액자의 이동 가능성은 역설적으로 원래 작품이 위치해 있던 장소의 벽, 건축 등 별개로 생각할 수 없었던 공간의 맥락, 서사에서 분리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정근은 장소적 맥락 보다는 자립하는 액자의 기능미와 장식적 특징, 외부와 내부의 모호한 관계성에 집중한다. 작가는 ‘금속의 반짝거림과 각진 형태를 통한 과장된 액자와 가장 멋진 부분만을 생각해서 만든 사진’을 실제의 자극보다 과장된 자극인 초정상 자극(Supernormal Stimulus)에 빗대어 언급한다. 전시를 통해 소개되는 (2023)와 (2023)의 경우 이러한 작가의 의도를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기능을 초과한 물성과 형태로 인해 작업은 존재감을 획득한 반면, 액자에 담긴 이미지를 보기 위해서는 자극에 감각을 빼앗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액자를 표면, 혹은 외피로 사진은 내부로 정의할 수 있는데 이러한 조형과 이미지의 관계성이 드러나는 작업은 (2023)와 (2021)가 있다.
 
  문득, 비대해진 물성에 보호받을 만큼 오늘날의 사진은 연약한가 자문한다. 작가에 따라 대상을 포착하는 사진의 매체적 특성에 집중하기도 하지만, 전통적으로 사진은 인화지와 같은 얇은 표면에 안착하여 촬영된 대상, 상황을 통해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는 방식을 취한다. 인화지는 나무껍질, 풀과 같은 목제의 섬유를 물에 풀어 해체했다가 이를 다시 평평하게 안착시켜 생산한 종이에 감광액을 입혀 화학적으로 반응하게 만든 것이다. 사진 매체를 다루는 작가는 전통적으로 물성의 해체와 재조합, 보이지 않는 대상인 빛과 시간을 한 장의 순간으로 포착하는 태도가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 디지털카메라를 거쳐 스마트폰의 광학 센서를 통해 순간의 빛, 대상을 포획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욕망을 투영하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이미지가 폭발적으로 생산됨과 동시에 소비되고 있다. 이미지의 생산과 소비라는 측면에서 사진은 여전히 강력한 매체이지만 이미지 외부 환경의 물성, 혹은 과장된 자극에 주도권을 너무도 쉽게 내어준다.
 
  며칠째 창밖으로 장맛비가 세차게 내리고, 덜커덩거리며 작동하는 에어컨의 서늘한 바람으로 유리창에 물방울이 맺힌다. 공간 안과 밖의 온도 차이만큼이나 이정근의 이미지 전략은 물성과 이미지가 투명한 창에 가로막혀 서로 대구를 이루거나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되지 않는다. 작가는 작업을 보호해 줄 것으로 믿었던 나무 액자가 침수로 무력화되는 사건을 계기로 액자를 철재로 제작해 물성을 부여하게 되었지만,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실제 대상이 아닌 과장된 자극에 시선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아이러니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이는 당대 이미지의 소비 방식을 일정 부분 차용하며 ‘투명하거나 보이지만 안 보이는 것들에 대한 관심’,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을, 믿음을 시각화’하고자 했던 기존의 작업 태도를 유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전시에서 비대한 외피와 연약한 이미지에 시선을 사로잡히지 않고, 작가의 이미지 전략과 사진 매체를 다루는 태도에 주목할 수 있길 기대한다.
 
정시우 (큐레이터)

(출처 = OCI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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