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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하이브리드 그라운드
기간| 2023.08.20 - 2023.10.22
시간| 09:00 - 18:00
장소| 자하미술관/서울
주소| 서울 종로구 부암동 362-21
휴관| 월요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395-3222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남진우, 무진형제, 박해울, 오제성, 이명호, 장한나, 최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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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프리뷰(오프닝) : 8월 19일 (토) 오후 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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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의 기원은 어디서부터 찾을 수 있을까? 서구 역사에서 근대 이전의 자연은 신의 창조물이라는 인류의 형이상학적 믿음 아래 서술되었다. 당시에는 신을 상징하는 빛에 가까운 순수의 정도에 따라 만물에는 수직적 위계가 주어졌고 빛을 향한 불변의 믿음을 위해서는 순수 이외의 것들을 확실하게 타자화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필요했다. 이에 고대와 중세의 자연사에서 상상 동물들은 거대 돌연변이나 이종교배, 불순한 혼종 등의 하이브리드로 등장하며 질서의 최하위에서 부정성(Negativity)의 알레고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처럼 과학기술이 발달하기 이전 먼 과거의 하이브리드는 인간의 심상과 감각이 만들어내는 환영(fantasma) 및 종교적·도덕적 교훈을 전달하는 은유(metaphora)로서 악의 괴물로 출현했다. 이후 과학혁명 시대를 지나 19세기 찰스 다윈의 “나투라 논 파실 삿툼Natura non facit saltum(자연은 비약하지 않는다)”이라는 선언을 기점으로 자연은 실재의 영역에 속하고 인류의 근원적인 어둠을 형상화한 괴물들은 먼 옛날의 전설이나 신화 속으로 사라져갔다.

인류는 과학기술의 발달을 가속화하는 아래 자연을 전적으로 지배하며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이룩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언제부터인가 뜻하지 않게 더욱 선명해진 괴물들을 마주하게 된다. 바로 미세먼지로 가득한 회색 하늘, 방사능으로 인하여 생겨난 돌연변이 생물, 기름 유출로 검게 물든 바다, 플라스틱 폐기물이 모여 형성한 쓰레기 섬 등 인공과 자연의 결합이 만들어낸 새로운 하이브리드의 풍경이다. 이는 신화 속 환상 동물이자 반인간적 대상으로서의 괴물이 아닌 지극히 인간적인 인공물들이 뒤섞인 실재로서의 괴물이다. 인류가 세계를 향한 내면의 근원적인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구축해온 이성적 지식체계와 과학기술이 인간의 생명을 더욱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과거의 이분법적 사고를 지속하는 아래 우리는 다음과 같이 질문할 수 있다. 앞으로 이 땅에 남아있어야 하는 괴물은 누구이고 추방되어야 할 괴물은 누구인가? 그러나 자연-인공이 만들어낸 새로운 생태계 속을 살아가는 현재의 우리는 무엇도 악의 대상으로 타자화하여 현실에서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다.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낡은 혐오의 재생산이 아닌 ‘다르게 바라보기’, 즉, 인간 중심으로 축적해온 하이브리드에 대한 부정적 정동(affect)을 지우고 우리가 속한 세계 내의 불명료한 대상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마주하는 용기이다.

이제 《하이브리드 그라운드Hybrid Ground》는 동시대 예술작품들을 통하여 서구 형이상학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기존의 이분법적 질서가 해체된 미지의 땅을 향한 항해를 제안하고자 한다. 인류가 타자화해온 세계 내 대상들에 관한 고찰, 그로 인해 맞이한 자연재해에 대한 공포,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가깝게 자연-인공물과 결합하고 공존해야 하는 현실 등이 만들어내는 거친 해일과 지진을 견디며 우리가 도착하게 될 새로운 땅은 어떤 모습일까? 시뮬라크르이건 실재이건, 적어도 이 세계 내에는 특정 대상에 관한 차별과 배제가 평화를 가져다준다는 낡은 착각이나 타자들의 목록 따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출처 = 자하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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