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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차승언 : Your love is better than life
기간| 2023.10.26 - 2023.11.29
시간| 화 - 토 12:00 - 18:00
장소| 씨알콜렉티브/서울
주소| 서울 마포구 연남동 504-29/일심빌딩 2층
휴관| 월, 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70-4006-0022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차승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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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차승언은 이번 개인전 《Your love is better than life》에서 신작 <Weaving Draft> 12점을 중심으로, 설치 작업과 함께 컴퓨터 프로그램 짜듯이 직물 패턴을 기계로 직조해내기 위한 코드 설계도 자체를 선보인다. 그는 직조와 캔버스 마운팅이라는 물화 과정보다, 코딩 드래프트를 통해 직조 산업의 제작 과정을 환기하고, 테크놀로지 매체 활용의 동시대적 요청과 제도적 상황을 드러내는 비가시적 개념화 과정에 집중한다.

  작가는 모더니즘 시대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의 모순을 드러내기 위해 등장한 주요 도구인 그리드(grid)를 통해 회화의 본질인 ‘평면’에 대한 탐구를 수행적인 직조 작업으로 실천해왔다. 한계이자 무한한 자유를 허락했던 ‘평면성(flatness)’에서 벗어난 그의 직조 작업은 유명 작가의 작업이나 명품의 패턴을 참조하여 자기 지시성(Self-reference)에 균열을 내고, 지지체로서 또 다른 의미를 탐색해왔다, 이번 신작 <Weaving Draft>은 전통 문양이나, 성경 구절과 함께 AI 프로그램 결과 값으로서의 텍스트를 참조하는데, 음양으로 일관된 표면을 선취하는 데 집중하는 것도, 일부 미니멀리스트(Minimalists)처럼 동일 형태의 반복을 통한 그리드의 몰입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의 그리드와는 다르게 작가로서 맞닥뜨려왔던 사회문화 시스템과 미술 제도에 관한 관심을 노출한다. “씨줄 날줄의 켜짐과 꺼짐(on/off)의 반복”을 통해 컴퓨터의 이진법과 프로그래밍의 유사성 속에서 직조체계의 동시대적 의미를 드러내고자 한다.(작가 노트에서)

차승언은 직물 생산을 기계에 일임하고 코드 언어 설계 자체에 집중함으로써 창조산업의 인식변화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혁신의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메타적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접근은 대표적 미니멀리스트인 솔 르윗(Sol LeWitte)의 월 드로잉(Wall Drawings) 시리즈의 영향 아래 위치한다. 솔 르윗이 제작한 도안이나 드로잉 설명서는 언어적 개념의 미술 방식을 가능하게 했고, 벤자민 부클로(Benjamin H.D Buchloh)는 이를 ‘행정의 미학’이자 후기 자본주의 시대의 ‘생산방식의 모방’으로서 의미화를 시도했다. 또한 비디오아트의 선구자이자 소통의 본질적 의미를 고대부터 모던 테크놀로지까지 추적하는 작가 베릴 코롯(Beryl Korot)은 그리드 구조를 따라 거대 디지털 태피스트리 제작을 위하여 직조기 프로그래밍에 내재하는 특정 구조를 여러 비디오 채널의 프로그램에 적용해왔다. 차승언 작가도 이미 텍스트Text/ 텍스트화Textualization/ 텍스타일Textile/ 직조Weaving/ 프로그래밍Programing에 이르기까지 어원의 의미 고리와 계보를 추적해왔고, 코드 설계라는 직조 드래프트 방식을 통해 작업 방식의 이행과 이에 대한 동시대적 소통의 의미를 추적하고 있다.

대상을 2D표면 위에 재현하거나 이미지 생산을 위한 시각적 질서, 그 일관성을 유지하게 하는 물리적 토대인 그리드는 이미 미술뿐만 아니라 컴퓨터, 건축, 인류학에 이르기까지 활용되고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Weaving Draft>의 도안은 모눈종이 위에 직조할 패턴, 예를 들어 국영문 성경 구절, 그리고 그 구절을 ChatGPT 같은 AI 프로그램으로 변형시킨 다양한 텍스트를 활용하여 요동치는 동시대성을 탐색한다. 특히, 이번 전시 제목인 “Your love is better than life”는 작가가 투병 과정에서 의미화한 구절로, 다윗이 자신을 죽이려는 아들에게 쫓기는 처참한 상황 중에 하나님의 사랑을 찬미하는 성경 구절에서 가져온다. 작가는 이 구절을 가지고 ChatGPT 같은 AI 프로그램과의 대화를 통해 변환을 시도하는데, 이는 사물로서 현대적 평면의 의미를 발견함과 함께 또 다른 서사로 이행하려는 제스처이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도록 많이 읽힌 글로벌 공통 텍스트라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널리 알려진 성경 구절을 차용하고 있으며, 또 다른 방식으로는 한국의 전통 문양을 코드화라는 변환 과정을 통해 문화 인류적 근원을 고민한다. 이러한 실천 과정 이면에는 사적 삶이 무너져 일상의 그리드가 작동을 멈출 때 미비한 주체를 다른 거대한 존재로부터 세워나가려는 감정–정서의 변화도 보인다. 또는 주관적인 것을 배제하기 위해 성경의 텍스트를 가져오거나, 테크놀로지를 매체로 일시적이지만 작아진 스스로를 되새김질하려는 시도일지 모른다.

그동안 차승언의 서구 회화사를 참조한 작업은 그 해석의 방식대로 외적으론 비인간적인 작품에 의해 어떠한 정보도 제공되지 않고 참조에 대한 정보만 내적으로 남겨진 대화 없는 침묵과 숙련된 솜씨에 대한 것이었다. 특히 이전의 《벽걸이들 Wall Hangings》에서 파괴적 성격의 기술적 지지체로서 파편적 직물 형태를 캔버스로 잡아가는 형태의 이행으로 파악한 현시원의 시선과는 다르게 이번 전시는 직물 자체의 정동(affect)에 방점이 찍힌다.

마치 12명의 사도처럼 나란히 설치한 <Weaving Draft>에서 생산 완료된 기계 직조 위에 드로잉이 개입하는 작업 과정은 물질적이고 사회정치적 조건들을 다루는 제도 비판적인 기대와는 다르게, 시간과 사건의 침투이자 극단적 이원론적 경험을 벗어난 – 또는 모호한 – 상태 안의 행위자를 고려한다. 이는 이전과는 다른 작가의 일상과 실천 사이에서 의심스런 주체를 삭제하고자 하는 제스처이자 정치와 지식을 기반으로 한 담론의 문제로 소급되지 않기 위해 내재된 변화를 감지하게 한다. 동시대가 요청하는 제도적 미술가로서의 허무와 회의의 감정 상태는 끊임없이 작가적 주체의 욕망을 확인하게 하고 다시 적극적인 비가시적 행위와 가시적 행위의 경계를 허무는 과정의 몰입에 드라이브를 걸지 모른다. 이번 개인전을 통해 기계와 AI와의 협업을 위한 차승언의 코딩작업 속에서 정동하는 자유로 공명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출처 = 씨알콜렉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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