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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구부러진 눈
기간| 2023.10.06 - 2023.11.11
시간| 12:00 - 19:00
장소| 디스위켄드룸/서울
주소| 서울 용산구 한남동 789-9
휴관| 월, 화, 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70-8868-9120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아담 보이드, 이채원, 메블라나 립, 박예림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전시전경

    (출처 = 디스위켄드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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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디스위켄드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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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디스위켄드룸)

  • 전시전경

    (출처 = 디스위켄드룸)
  • 			보는 것과 보지 못한 것, 볼 수 없는 것들이 한데 뭉쳐져 각자의 현실을 구성한다. 여기 한시적으로 모인 네 명의 행동자들은 사방을 둘러싼 도시 환경과 더욱이 촘촘해지는 미디어의 층 사이의 소거된 자연이 있음을 인지하고 이를 찾아 나선다. 전시 제목  ‘구부러진 눈’은 각기 다른 굴절률을 가진 상징적 의미의 렌즈를 통해 현재의 풍경을 그려내는 아담 보이드, 이채원, 메블라나 립, 박예림의 시점을 은유한다. 작가들은 무게를 달리하는 우주의 면면들을 여러 방식으로 관찰하며, 이는 기정 최종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사실을 와해시키고 변덕스러운 찰나를 촉각적 이미지로 출력하는 실천으로 이어진다.
    
    아담 보이드가 주변을 한 폭의 서정적 풍경으로 옮겨내는 데에는 수차례의 이미지 변환이 수반된다. 먼저 라이다 스캐닝과 같은 디지털 렌즈는 그의 눈과 지각이 한 번에 처리할 수 없는 정보를 취합하는 일을 대행한다. 도시와 교외 풍경은 자신의 몸으로부터 확장된 기술에 의해 스캔 및 저장되고 이후 선별적으로 편집되어 모니터 화면에서 직물 위로 이동한다. 여기서부터 작품을 완성하는 데 까지는 상당히 전통적이고 물리적인 힘이 필요해진다. 작가는 다양한 색과 질감을 가진 천과 출력된 이미지를 손으로 연결해가며 구상과 추상 사이의 이미지를 얻는다. 광택이 다른 천 조각들은 작가가 박아놓은 바늘땀을 따라 연결되고 그 사이로 올록볼록한 직물의 요철이 생겨난다. 그가 선택하는 패치워크나 퀼팅과 같은 공예적 언어는 불규칙한 이음매를 가지고 연결된 다중 세계의 구성 원리를 닮았다. 말하자면 자르고, 꿰고, 뚫고, 겹쳐내는 작업 과정 전체는 단일하고 매끈한 인식의 결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의문을 반증한다.
    
    이채원은 종종 망원경을 들고 밤하늘을 헤매며 별들의 생김새를 들여다본다고 했다. 너머의 것들을 바라보기 때문일까. 그가 그리는 세상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았을 미지의 어딘가에 있다. 검정보다 더 깊은 세 폭의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펼쳐진 눈밭에는 땅으로부터 태어난 듯 새하얀 주름을 가진 생명체가 서있다. 바람마저 숨죽일 것만 같은 깨끗한 하늘에 박힌 별과 행성은 땅 위를 밝히며 경이로운 장면을 비추어낸다. 그의 그림은 꿈속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고 이상적이지만 동시에 인간이 파괴했거나 이미 지워버렸을 선명한 풍광의 면면들을 상기시킨다. 몽글몽글하게 빚어진 눈덩이와 구름, 종을 알 수 없는 작은 야생초들,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사막과 호수. 작가는 이 비밀스러운 회화의 연작들을 인류와 생태계가 모두 소거된 최소의 그리고 최후의 풍경으로 명명하며, 자신이 직조해내는 극적인 장면이 곧 지구가 마주한 위기와 충돌의 상황을 환기시키는 창구가 되기를 희망한다.
    
    메블라나 립은 우주의 광활함과 자연물의 신비함에 매료되며 식물의 생물학적 특성과 인간 사이의 공통분모를 읽어낸다. 식물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키우며 꽃잎 속의 수분으로 또 다른 생명체와 연결되는 것처럼, 한 개인 역시 다양한 타자들과 만나고 연결되며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한다. 그는 이러한 유사성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되 현실의 지평을 훌쩍 뛰어넘는 상상의 수사로 식물에 유토피아적 생명력을 부여한다. 그의 부조 작품은 형식 면에서 평면과 입체 그 사이의 경계면을 타고 흐르며, 마치 적외선 카메라로 사물의 내부에 내재된 에너지를 파악한 듯 선명하고 강렬한 색들로 가득하다. 꽃받침 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스스로 발광하는 꽃망울과 화면의 중심부터 가장 끝자락까지 뻗치는 덩굴과 이파리는 지나칠 만큼 고혹적이고 동시에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곧 작가가 무한히 인간의 영역을 초과하는 차원으로부터 느끼는 경외감의 표현일 것이다. 
    
    박예림은 일상의 주변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생물학적인 변화를 미시적으로 느끼며 이를 회화와 조각 그 사이 어딘가의 것으로 기록한다. 자연은 그에게 적확한 언어로 명명하기 어려운 생명력과 능동성의 지표이다. 그는 때로 직접 곰팡이균을 배양하고 이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며, 그들이 갖고 있는 비정형의 에너지로부터 자신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 간다. 그뿐만 아니라 미생물은 실제 작품의 형과 색에 영향을 미치는 질료가 된다. 톡톡한 종이 틈으로 배어 나오는 균의 얼룩은 비현실적 풍경의 바탕이자 토양이다. 구멍이 뚫리고 변색된 표면 위로 뻗어가는 섬세한 곡선들은 곧 제각각의 두께를 갖고 이름 모를 식물의 뿌리와 줄기처럼 화폭의 외곽으로 확장되어 간다. 여기에 또 한 번 덧대어진 구불구불한 나무판의 실루엣은 비인간적 존재들의 움직임, 혹은 그것의 그림자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그가 만들어내는 것은 인지의 범위를 비껴가는 객체들의 작동법을 추적해가는 자의적인 프로토콜에 가깝다.
    
    네 작가의 작품은 각자 독특한 질감과 두께, 모양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 동시대가 감각하는 자연을 품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결을 같이 한다. 그들은 언제나 여기보다 무한히 더 광활한 세계가 있음을 안다. 단지 그 지대는 현재의 급변하는 물리적 조건들과 끊임없이 중력 관계를 조정하며 그 모습과 위치를 바꾸어 가므로, 때로 사람들의 시야에서 잠깐 이탈할 뿐이다. 조금만 더 구부러진 눈을 가지고 주변을 살필 때, 지키지 못해 사라지거나 있음에도 그 존재를 부정당하던 많은 것들이 우리의 삶의 의미 있는 자리로 들어오게 되지 않을까. 
    
    글 | 박지형 (디스위켄드룸 큐레이터)
    
    (출처 = 디스위켄드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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