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2023.10.12 - 2023.1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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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 |
장소| | BHAK 갤러리박/서울 |
주소| |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40길 19/1F & B1 |
휴관| | 일, 월, 공휴일 |
관람료| | 무료 |
전화번호| | 02-544-8481 |
사이트| | 홈페이지 바로가기 |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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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수정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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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김세중(b. 1977)은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고대 조각상과 골동품을 조합하여 초현실주의 화풍을 사실주의적으로 그려내는데 탁월한 작가다. 그는 작품 활동 초기부터 돌멩이 소재에 집중하며 자신의 세계관을 발전시켜 왔는데, 이번 전시《콜링: 존재와 호흡》에서는 김세중의 예술관을 응축한 돌멩이 연작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일상에서 돌멩이는 어려움 없이 발견할 수 있는 자연물 중 하나지만, 실제로 돌을 보기 위해 직접 장소를 찾아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김세중이 돌멩이를 작품의 소재로 활용하게 된 계기는 우연하고도 특별한 만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5년도 대학 입시 이후 백령도에 위치한 콩돌해안을 방문하여 해변을 가득 메운 돌멩이를 보게 된 우연하고 특별한 사건이 그것이다. 김세중은 손바닥 보다 작은 크기의 수많은 돌들이 파도에 휩쓸려 해변으로 밀려왔다가 바다로 밀려 나가는 움직임을 보며, 돌멩이로부터 들리는 음성과 돌멩이의 몸짓에 이끌리게 되었다.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의 소리나, 기온에 따라 모양과 속도를 달리하는 구름처럼, 해변의 돌멩이도 외부의 자극을 받아 소리를 내고 움직임을 만든다. 돌들은 파도의 세기에 따라 서로 부딪히고 구르며 크고 작은 소리를 내는데, 김세중은 이때 들리는 돌들의 소리가 사람의 음성처럼 느껴졌다고 언급했다. 또 나아가 그 소리가 마치 어릴 적 내향적이었지만 예술을 통해 소통을 시도하고자 용기를 냈던 자신의 마음처럼 보인다고 하였다. 그 예가 원형으로 배치된 돌멩이가 등장하는 <영원과 순간 사이> 라는 작품이다. 원형으로 서로를 마주 보는 형상의 돌멩이는 소통을 은유하며 돌멩이가 작가에게 말을 걸어온 사건을 시각화 한 작품이다. 이처럼, 김세중의 돌멩이는 생명이 부재한 물질이 아니라, 살아있는 자연(돌멩이)으로서 특수한 의미를 동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김세중은 자신과 돌멩이를 수평적인 관계로 바라본다는 사실이다. 생물학적으로 사람과 자연 물질이 동일한 위계에 놓일 수 없다. 하지만 미학적 관점에서 김세중은 해변에 있던 돌멩이로부터 동질감을 느꼈고, 그 경험은 돌멩이의 나타남이 불특정 다수를 향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이로써, 김세중의 돌멩이는 물질적 차원을 뛰어넘는 하나의 체험적 사건의 표상이자 작가를 상징하는 분신이란 의미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김세중은 돌멩이와의 그 신비로운 체험을 이해하고자 이후에도 백령도와 국내외의 여러 해변을 여행하며 자신의 마음을 이끄는 돌멩이를 관찰하고 수집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김세중은 맑고 따뜻한 날이 아니라 비나 태풍 소식에 맞춰 해변을 찾아간다는 사실이다. 작가는 자연의 여러 모습 중에서 비바람이 몰아치는 자연의 가장 야생적이고 위협적인 순간에, 마치 자신이 돌멩이인 양 해변에서 온몸으로 자연을 직관하며 느낀다. 이러한 측면은 자연을 향한 작가의 시각이 관조적인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매우 적극적인 체험의 영역과 결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비바람에 마모된 돌멩이의 모습이 마치 벌거벗은 맨몸의 사람처럼 보인다고 하였다. 사방으로 튀는 물살과 모래 파편이 살갗을 후비는 공포감 앞에서, 나약하지만 생동하는 인간의 양가적인 모습을 발견하며, 김세중은 돌멩이와 자신의 모습을 함께 떠올린 것이다. 자연물과의 이러한 존재론적인 만남의 결과물로서, 김세중의 돌멩이는 더 이상 물질이란 매체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비물질의 정신으로 치환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작가는 돌멩이라는 단일한 소재를 통해 유한한 인간과 무한한 자연의 접촉이 생성된 순간을 시각화하여 오랫동안 표현해 온 시간성이란 주제를 나타낸다. 해변이 아닌 캔버스로 소환된 돌들은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영원과 한시적 순간이라는, 다른 차원의 시간을 넘나들길 염원했던 김세중의 예술관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때 작가는 극도로 사실적인 묘사 방식으로 관객과의 접선을 시도한다. 붓자국조차 보이지 않는 치밀하고 매끄러운 표면의 돌멩이는 강한 흡입력을 보여준다. 이러한 효과는 순간적인 감정이나 정신을 촉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긴 호흡의 감상을 유도하며 실제로 긴 시간을 통과하며 김세중이 획득한 쾌(아름다움)의 순간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특히, 다양한 자연 요소가 함께 장면을 구성하는 기존 작품과 달리, 초상화처럼 작품 전면에 돌멩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돌멩이 연작은, 김세중의 돌멩이가 하나의 담지체로서 지닌 다중적인 의미와 역할을 깊이있게 보여준다. 사람의 목소리와 몸짓처럼 다가왔던 자연과의 신비롭고도 특별한 경험, 그 경험이 자아와 예술에 완전히 침투됨으로써 발생한 미적 체험이 그것이다. 이번 전시 《콜링: 존재와 호흡》은 김세중의 예술의 맹아이자 결과물로서 존재하는 돌멩이를 둘러싼 사건을 추적함으로써, 작가가 온몸으로 느낀 아름답고 유쾌한 지각 세계의 체험(콜링)이 공유되기를 바라는 진실된 요청(콜링)이라 하겠다. (출처 = BH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