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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정승조: "Hello, World!"
기간| 2023.10.12 - 2023.11.05
시간| 10:00 - 19:00
장소| ERD갤러리(갤러리이알디)/서울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60-101/ERD 갤러리
휴관|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749-0419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정승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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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 전시전경

    (출처 = 갤러리 ERD)
  • 			정승조는 ERD 갤러리에서의 개인전 «“Hello, World!”»에서 꾸준히 탐구해온 아마존 로커(Amazon Locker)를 소재로 한 시리즈를 확장하여 회화적 기호를 활용해 ‘언어’를 드러내는 작품을 선보인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영감을 얻은 그는 자신이 인식한 시대의 인터페이스(interface)를 회화의 평면 위에 선보이며, 인터페이스로 기능할 수 있는 예술 매체의 가능성과 한계를 탐구하고 있다. 작가는 우리를 둘러싼 사회 속에서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인식될 수 있는 대상을 발견하고, 이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구체적인 형태나 형식에 대한 경험을 화면으로 옮겨내고 있다. 이는 어떠한 사물 그 자체를 설명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사용자가 사물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관계적인 특성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회화의 화면으로 옮겨진 작가의 경험은 곧 관객의 기억을 매개하는 ‘인터페이스적 회화’의 탐구로 이어진다.
    
    전시의 제목 «“Hello, World!”»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처음 실행할 때 사용자가 마주하는 가장 기초적인 문구이자,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인 문장이다. 인터페이스로서의 컴퓨터가 사용자에게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처음으로 건네는 인사말인 동시에, 작가가 전시장을 들어오는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제목에 포함된 따옴표와 쉼표, 느낌표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등장하는 관용구를 글자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는 구어로는 발화되지 않는 쉼표와 느낌표 등의 기호가 스크린과 키보드를 거치는 소통에서 사용되고 있음을 설명하며, 시각 매체로서의 회화가 시도할 수 있는 대화의 문법을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뉴욕이나 런던과 같은 대도시의 거리에서 발견되는 노란색 로커(locker)는 세계적인 기업 ‘아마존’이 운영하는 무인 택배 수령 시스템이다. 이 컴퓨터 로커는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수령하기 위해 방문한 사용자를 직원 대신 응대하며 터치스크린을 통해 반갑게 인사말을 건넨다. 그렇기에 컴퓨터 스크린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머물며 물리적 현실과 디지털 공간을 매개하는 창으로 기능한다. 작가는 이 창이 사용자에게 유발하는 경험이, 곧 인터페이스로서의 회화가 관객에게 시도하는 소통이자 사적인 기억을 상기시키는 스크린으로서의 유사점을 발견한다.
    
    그의 이전 시리즈가 아마존 로커를 소재로 등장시키고 있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특정 대상을 넘어 그 시초가 되는 인터페이스의 원형을 복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회화를 작가와 관객 사이에 놓인 일종의 인터페이스로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이를 기동하는 장치로 ‘기호'를 소환한다. 컴퓨터에 내재된 기호, 이를테면 아이콘이나 버튼처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형태를 드러내는 인터페이스는 회화 위에서 기호적 - 작동의 양상을 보이며 추상적 상징을 통해 정보를 형상화한다.
    
    정승조가 상정하는 인터페이스적 회화는 구체적 형상을 통해 발화하는 대신에 그것이 사라지고 기호로서의 소통이 시작될 때 비로소 작동한다. 그렇기에 회화의 내부가 직조되는 방식보다는 작품이 구조화하는, 이를테면 전반의 구성과 형태가 드러내는 기표로서의 상징이 이를 읽어내기 위한 열쇠가 된다. 회화의 평면은 어떠한 구상이나 형태가 남아야 할 곳이 아닌 기표를 드러내기 위한 창으로 존재한다. 이에 따라 인터페이스의 원론적 의미를 확장하는 이번 작업은 그것이 표상하는 이미지를 통해 회화성을 매개로 기호로서의 상징을 남겨 개념을 구조화한다. 그 과정에서 스크린의 회화성은 탈각되고, 기호로서의 인터페이스가 남게 되었다.
    
    그의 작품이 구조화하는 문자는 ‘언어'라는 맥락 속에서 읽혀지는, 일종의 동시적인 것이자 모두에게 통용되는 공용어로서의 ‘기호'를 드러낸다. 회화를 통해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기호는 곧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언어와는 차별되는 지점을 가지는 동시에, 오로지 기호로서 소통을 매개하며 회화가 지닌 나름의 정동을 발현시키고 있었다.
    
    시각 예술에 개입한 기호학과 언어학은 예술을 일종의 의사소통을 매개하는 형식으로 이해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1960년대의 이후 개념미술에서부터 언어는 시각 예술에 본격적으로 등장하여 그 형식을 재정의하는 것에 공헌하였다. 후기 구조주의가 서술하듯, 구조로서의 언어와 기호 체계는 일종의 시스템을 형성하며 언어와 이미지를 활용하여 인간의 사유를 유도한다. 기호와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독해를 요하는 틀로 작용하는 것이라면, 작가는 관객으로 하여금 이를 자발적으로 해독할 수 있는 대화 양식으로서의 회화를 제안한다.
    
    전시장의 전면에 등장하는 ‹Hello›(2023)은 가장 직관적인 인사말로서의 언어적 기호를 전면에 등장시킨다. 이는 작가가 기호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진행되었던 시각적 탐구의 과정 - 그 가운데서 모듈(module)처럼 동일한 구획으로 조합되는 영문자로 대표되는 조형의 확장이다. 작가의 관심이 회화적 조형에서 일상적 언어로 전환되는 분기점에 위치한 작품은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마주하는 일상의 관객의 기억을 유발하는 동시에 그 의미를 탐구하도록 만들고 있다.
    
    ‹, World!›(2023)는 컴퓨터 키보드의 자판에서 해당 문자 기호만 남기고 나머지를 비워낸 형태를 드러낸다. 이는 작가가 인식한 시-촉각 인터페이스로서의 키보드와 회화의 캔버스 사이의 동질성을 구현하면서도, 오롯이 기호만 남은 회화적 구조가 촉발할 수 있는 해독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일상적 언어와 회화적 언어, 그리고 컴퓨터 언어 간의 소통에 대한 시각적 탐구는 문자를 넘어 아이콘으로 확장되며 회화적 구조를 통해 발현될 수 있는 의사소통의 방식을 제시한다.
    
    ‹Mirage›(2023)는 갤러리 ERD에서 마당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의 바로 옆에 설치된다. 신기루를 뜻하는 작품의 제목처럼, 작가는 사회 도처에 존재하는 매개로서의 창이 우리가 마주하는 디지털 스크린과 유사하게 우리의 망막을 작동시키는 현상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과적으로 물성의 유무에 따라 감각적으로 발견하게 되는 차이의 경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Look Down, Look Up!›(2023)은 설치되는 높이에 따라 관객과 회화가 대화하는 지점이 달라질 수 있음을 드러내며, 인터페이스의 구조에 따라 변화하는 상호작용의 방식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Bodily Memories›(2023)는 비디오 테이프라는 아날로그적 소재를 활용한다. 아날로그의 방식의 저장 매체인 테이프는 고유의 물성을 토대로 일련의 흔적과 기억을 남기며 메모리를 형성한다. 리넨(linen) 천 조각을 엮어내어 만들어지는 작품은 하나의 이미지로서의 메모리를 만들어내며, 결국 회화가 무엇을 기록하고 또 무엇을 전달하는지를 질문한다.
    
    인터페이스적 회화와 기호를 통한 소통, 언어가 매개하는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일련의 신작을 선보인 정승조는, 회화가 그것이 설치된 공간에서 만들어내는 구조와 이를 통한 상호작용, 그리고 그것이 유발하는 관객의 해석을 실험하며 나름의 시스템을 형성한다. 언어와 기호로서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회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물성을 드러내며 창으로 기능하는 디지털 인터페이스와 차별된 인간의 아날로그적 기억 저장 장치를 리콜(recall)한다. 일상에 침투한 ‘기술적 창’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지만, 정승조의 회화가 그려내는 창은 지금 이 시대의 캔버스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소통의 방식을 다시금 실험하며 기호를 통해 말하기를 제안하고 있다.
    
    글- 문현정 (독립 큐레이터)
    
    (출처 = 갤러리 E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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