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EXHIBITION
《도둑맞은 편지》
기간| 2023.11.12 - 2023.12.24
시간| 11:00 - 18:00
장소| 원앤제이갤러리(ONE AND J. GALLERY)/서울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60길 26
휴관| 월요일, 공휴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745-1644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권경환, 김민애, 김윤호, 김한솔, 서동욱, 이순주, 이안리, 현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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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 전시전경

    (출처 = 원앤제이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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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원앤제이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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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원앤제이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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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원앤제이갤러리)
  • 			전시 《도둑맞은 편지》 는 8명의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단서로 각 작가가 지닌 태도에 주목한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맞닥뜨리는 크고 작은 의사결정에서 개인의 태도가 반영되듯, 작가는 삶에서 비롯한 태도를 바탕으로 미적인 선택을 거쳐 창작활동을 해나간다. 작가는 본인 특유의 반복과 차이를 거듭하면서 고유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간다. 이 때 각 작가의 작품들은 주제, 매체, 기법 등에서 자주 반복되는 특징을 지니는데, 이는 그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한 대표적인 특징 혹은 공통점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 시선을 기준삼아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 익숙해지다보면, 해당 특징에 속하지 않는 작품은 눈 밖에 나기 쉽다. 전시 《도둑맞은 편지》는 연속된 반복에서 벗어나 불현듯 등장한 작품들을 초대한다. 작가 스스로도 낯선 새로운 형식이거나 작가로 하여금 계속해서 질문거리를 주는 작품 등 제3자가 한 작가에 대한 배경지식으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작품들이 있다. 혹은 그 작가만의 지극히 개인적인 작품도 있다. 특정 시공간에서 경험한 강렬한 감정처럼, 작가는 타인에게 고스란히 공개하기 어렵지만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을 작품에 은밀히 담기도 한다. 이처럼 작가의 주요 특징에 묶이지 않는 작품을 그간 원앤제이 갤러리의 전시에서 소개한 경우는 드물었다. 전시는 선별된 작품을 제한된 공간과 기간동안 관객에게 시각적인 정보와 감각을 자극해야하는 미션을 갖는다. 이에 전시의 주제 아래 각 작가의 특징이 잘 묻어나는 작품 위주로 전시가 기획되어왔다. 반면 이번 전시는 그동안 전시에 대해 지녔던 태도를 뒤돌아본다. 여러 연유로 그 밖으로 밀려났던 뜻밖의 작품을 끄집어내고 각 작품에 깃든 작가의 태도를 관찰함으로써, 우리가 익숙했던 시선에서 놓쳤을 법한 작가의 면모를 엿보고자 한다.
    
    권경환은 일상 속에서 문득 마주한 흥미로운 물질을 넓은 스펙트럼의 작품(조각, 설치, 영상)으로서 감각적으로 선보이기도 하고, 정반대로 제한적인 재료와 색을 활용한 평면 작품(회화, 드로잉)을 그려내기도 한다. 검은 회화 〈무제(종이 왕관)〉(2016)과 〈무제(벽)〉(2016)은 작가가 작업실에서 늘 고민하는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는 주변에 있는 재료를 활용해 어떤 형상을 만들지 고민하면서 종이를 오리거나 쌓기도 하고, 어느 찰나의 장면이 와닿아 사진을 찍어 기록하고, 검정색만을 활용한 다양한 질감의 그리기를 실험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그림들은 회화뿐 아니라, 사진, 조각처럼 보이기도 한다. 〈Occidental Explosion (Lime)〉(2012)은 연필과 검정 아크릴을 활용한 명암 표현에서 벗어나, 명랑한 색상을 활용해 밝음을 끄집어내보려던 실험이다. 작가는 작업 활동이 마치 ‘출구’를 찾는 것 같다고 표현하는데, 오히려 표현하고 싶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고 실험하는 그의 태도가 자신의 작품 세계로 들어가는 수많은 ‘입구’를 찾고 있는 듯 하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따르는 가치들에 대해 질문하는 김민애는 본인 스스로 던지는 질문을 작품에 자연스럽게 담는다. 작품마다 주어진 전시 장소에 따른 형식의 변화는 있지만, 작가가 각 작품의 제작 시기마다 가졌던 질문들은 중첩된다. 영국에서 처음 선보여진 〈자 | 화_상〉(2013)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한국에서 새로 선보여진다. 85개의 영단어 파편들이 모여서 이미지를 띄는 이 작품은 어디서도 언어적 의미가 정확히 해석되지 않는다. 당시 영국과 한국을 오가던 작가가 윤동주의 자기반성적 시 「자화상」의 영문본을 한국어순에 맞게 임의 배열한 것으로, 그가 재배치한 어구들이 제멋대로 내용을 확장하는 또 다른 편지이다. 의미없는 파편일지라도, 맥락과 함께 제 나름의 자리를 찾는 작품이 또 있다. 좌대 위에 올려진 수상자 미상의 트로피 조각 〈1. 안녕하세요 2. Hello에서 4-1〉(2020)은 해당 작품이 시작된 전시 《올해의 작가상》(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20)의 시공간을 품은 작품명을 지닌다. 흥미롭게도, 이 독수리 형상의 트로피는 전혀 다른 맥락의 전시에서도 당당히 날개를 펼치고 있다. 이름없는 트로피는 단일의 승리자를 축하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에, 전시를 함께 공유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몸소 반사하며 더욱 빛난다.
    
    김윤호의 카메라 렌즈는 푸르른 논과 흙이 펼쳐진 국내 시골 모습에 초점을 자주 맞춘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풍경인만큼 쉽게 지나칠 법한 이미지다. 반면 김윤호의 사진에 담긴 시골 지역은 그의 개인적인 기억이 반영된 곳이다. 2015년에 제작된 사진 〈15,000〉에 담긴 논은 현재 작가가 활발하게 촬영하고 있는 곳과 가깝다. 작가는 본인에게 가치있는 장소를 계속 맴돌면서, 그 개인적 의미를 작품에 담아 세상과 공유하고 싶은 듯 하다. 그의 사진에 담긴 1㎡가 남들에게는 공시지가 15,000원의 가치로 정의될지라도, 작가는 이를 정량적인 가치만으로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김윤호가 바라보는 곳들은 작가에게 계속 질문을 제공하는 장소로써 작업 활동의 원동력으로도  가치를 더한다.
    
    김한솔은 때마다 생기는 관심사에 대해 방대한 리서치를 통해 파헤치면서 그에 연쇄적으로 반응해 작업을 확장해가고 있다. 특히 그는 무엇보다 옷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는데, 옷의 기능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역사적 변화 등 다각도로 옷을 바라본다. 나아가 옷을 또다른 분야와 합쳐 경계를 허물기도 한다. 기능의 쓰임에 있어서 신체가 닿는다는 공통점을 지니는 옷과 가구를 비교한 ‘하이브리드’ 작업이 그 예다. 모서리에 설치된 〈Poncho to Shelf〉(2021)은 판초와 샤워 선반을 결합한 실험이다. 옷의 시초는 바느질없이 천을 그대로 휘감아 입는 드레이핑으로 알려져있으나, 작가는 천에 뚫은 구멍에 몸을 넣으면 옷이 되는 판초를 옷의 시초로 바라보고, 그의 작업에서 기본적인 요소로 즐겨 삼는다. 반면 가구는 크기에 비해 손잡이 등 신체가 일부에만 제한적으로 닿는데, 화장실 모서리의 샤워 선반은 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선반 위 샤워용품만 사용할 뿐, 선반 자체를 만지는 일은 드물다. 〈The Study of Indoor/Outdoor Pattern〉(2021)에는 옷, 가구, 실내 인테리어 등 생활 전반에서 쓰이는 여러 가지 패턴(하운드투스, 꽃무늬 등)이 프레임 안에 혼종의 형태로 뭉쳐있다. 〈Poncho to Shelf〉에서 입체적으로 보이는 다양한 천의 질감과 패턴이 〈The Study of Indoor/Outdoor Pattern〉의 단단한 프레임 안에 꼬깃꼬깃 접혀 보이기도 하고, 두 작업이 서로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듯 프레임에 가둬진 패턴들이 다시 〈Poncho to Shelf〉의 판초에서 활짝 펼쳐지는 듯하다.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두 작품인 만큼, 형식과 매체는 달라도 유사한 관점을 공유하며 서로 극대화되어 표현되고 있다.
    
    인간의 깊은 내면을 탐구하는 서동욱은 한 화면 안에서 인물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회화를 그리기 위해 고유의 스타일을 구축해가고 있다. 작가는 회화에 담는 주변 풍경, 실내 소품, 인물의 포즈 등을 조형적인 요소로 바라보고 그리는데, 〈밤-분수〉(2013)는 밤 풍경의 빛을 색감으로 풀어낸다. 어두컴컴한 밤, 분수에 쏘아진 인공 빛과 물에 반사된 빛이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분수대 앞 인물의 뒷 모습에서 흰 원피스의 펄럭이는 질감, 한 손을 뒤로 젖히고 달려가는 자세, 흩날리는 긴 머리 등을 통해 인물의 표정은 알 수 없지만 그녀의 감정을 상상케하면서, 한 인물을 통해 화면 전체에 감정이 담긴다. 〈여름-아침 II〉(2021)과 〈아침-남색커튼이 있는 침실I〉(2016)은 5년의 시간차를 두고 있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커튼 사이로 드리우는 아침 햇살과 침대 위의 실내 인물이라는 유사한 시공간을 공유하며 서로 짝을 이룬다. 최근, 작가는 두 점의 회화를 서로 연결지어 각 회화 속 인물들 간 관계와 서사를 상상할 수 있는 신작을 그려내보고 있는데, 구작을 통해서도 그 새로운 시도를 꾀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인다.
    
    이순주는 삶 전반에서 항상성을 지향한다. 항상성은 자신을 둘러싼 외부 환경과 내면이 끊임없이 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항상 일정한 수준으로 생리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기능을 말한다. 어딘가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고자 항상 ‘밸런스 댄스’를 춘다고 표현하는 이순주는 삶의 매 순간마다 어떻게 할지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작품에 담아낸다. 이에 그의 작업들은 일관성있게 설명하는 것이 어렵기도 하다. 작가는 요동치는 삶의 흐름에 맞춰 이리저리 움직인다. 파도에 쓸려 무언가를 크게 받아들였다가, 소화가 안되는 것은 다시 토해냈다가, 물 속을 휘저어 손가락 틈 사이로 필요한 것들을 건져내기도 한다. 〈물의 맛〉(2022-2023)은 이러한 과정을 유독 오랫동안 방랑한 흔적이 수많은 레이어로 쌓여 있다.
    
    이안리는 그리려는 대상이 자신과 동일시되는 순간 ‘그리기’라는 제스처가 무의식적으로 발동한다. 라임 껍질과 같은 질감의 회화 〈아직 덜 익은 초록〉(2022)은 레몬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그려졌다. 작가는 샛노랗게 익기 전 초록색을 띄는 젊은 상태의 레몬과 숙성 기간에 상관없이 늘 초록색으로 위장한 라임에 주목하여, 젊음이 지나가고 있는 자신의 타임라인을 산미있는 과일에 은유했다. 다만 이 작품을 그리던 당시에는 작가 스스로도 왜 이 그림을 그리는지, 여러 작품에서 자신이 과일을 모티프로 삼는 까닭에 대해 알지 못했던 반면, 1년여 넘게 흐른 최근에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를 관찰한 과정을 곳곳에 담아낸 작품을 통해, 또다른 시공간에서 그 당시의 자아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살펴본다. 나이테처럼 과거에 남겨둔 어렴풋한 흔적들이 훗날 자신에게 다시 명료하게 와닿는다.
    
    현정윤은 관람객의 눈 앞에 놓인 작품을 통해 상황을 자아냄으로써, 작품 그 자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바라보기를 지향한다. 작가는 ‘이렇게 하면 저렇게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고 전시장에 작품을 내려놓는다. 관람객을 반갑게 맞이해야 할 입구에 위치한 조각 〈Untitled〉(2016)은 2개의 구부러진 막대봉이 서로 등을 돌리고 길을 막은 채 끈 하나만 바닥에 덩그러니 있어, 방금 무슨 일이 벌어졌던 듯한 상황을 만든다. 특히 이 작품은 작가가 순간적인 선택들을 통해 즉흥적으로 만들어진만큼, 보다 다양한 전후 상황을 상상케하는 동시에 속도감까지 느껴진다. 서로 다른 색상의 진입금지용 줄이 악수하듯 꼬여있는 〈A Bundle〉(2018)은 도시에서 움직임을 제한하는 사물들을 변형한 것이다. 실제로 관람객이 들어갈 수 없는 갤러리 공간의 출입문에 위치하여 그 작품이 처한 상황이 더욱 와닿는다. 반면, 주로 조각 매체를 다루는 작가로 소개되어왔던 현정윤의 사진 〈접었다 펼치기〉(2020)도 이번 전시에 함께 소개된다. 양쪽에 서로 다른 성격의 사진이 대칭으로 배치되어 서로를 참조하고 있다. 작품과 관람객은 각각 다르지만, 데칼코마니처럼 서로를 참조하며 전시에서 만나보길 바란다.
    
    
    (출처 = 원앤제이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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