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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순재: Where to
Exhibition Poster
기간| 2023.11.23 - 2023.12.23
시간| 10:00 - 18:00
장소| BHAK 갤러리박/서울
주소|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40길 19/1F & B1
휴관| 일, 월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544-8481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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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순재(b.1992)는 우리의 신체 부위 중 손에 새겨진 지문, 손금, 손등의 주름을 모티브로 정체성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한다. 그의 작품은 손바닥과 손등에 미세하게 음각이 난 주름의 모양을 관찰한 후 이를 패턴화하고 색깔을 입힌 형식이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2020년부터 제작한 지문 연작이다. 여기서 지문은 모두에게 있지만 각기 다른 지문의 모양을 통해 드러나는 정체성(Identity)이란 의미를 전한다. 그리고 지문에 입혀진 색은 일상에서 포착한 자연과 도시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써, 작품에서 작가의 개인적인 체험과 기억, 내적 감정을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표현적 추상은 순재가 2022년 여름 베를린으로 거주지를 옮겨 1년간 생활하는 동안 동적인 붓 터치와 다양해진 색채가 가미된 양식으로 변모한다. 이번 전시 “Where to”에서는 베를린 시기와 귀국 이후 새롭게 변화를 맞이한 작업을 중심으로 작품의 형식과 주제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고 확장되는지 살피고자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작품의 주된 구성 요소는 손바닥과 손등의 주름을 재현한 도상과 색채다. 그런데, 최근에는 단독으로 등장하던 각각의 도상이 한 화면에 함께 등장하고 색채도 현실에서 관찰한 색뿐만 아니라 잔상에 가까운 색이나, 한국의 전통색인 오방색(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과 같은 새로운 색이 첨가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변화는 정체성의 근원을 개인이 속한 환경과 문화로 접근하여 이해해 보고자 하는 시도에서 출발한 것이다. 

작가는 언어, 종교, 예술 등 다양한 문화 중에서도 특히 한국의 전통 예술과 관련된 오방색과 사물놀이를 추적하였다. 따라서 최근 작품에는 한국의 문화적 전통을 암시하는 요소가 등장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의 추상을 전통문화의 일반적인 특성과 직결해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순재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문화적 특성을 통해 작품의 내적인 메시지가 직관적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작가는 원래 현실에서 관찰한 색을 작품에 표현하는데, 최근에는 눈을 감았을 때 보이는 잔상의 색에 꿈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여, 손바닥과 손등 도상에 반복해서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도는 현실이 꿈이 될 수 있고, 꿈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반전의 의미를 통해 가변성을 띠는 정체성의 속성을 시사하기 위함이다. 

다음으로, <23-100-5>에서는 작가가 항상 정체성을 표현하던 지문이나 손등의 주름 도상은 아예 생략되어 있다. 이 작품은 사물놀이에서 포착한 가락과 리듬을 점, 선, 면을 활용한 오방색의 격자무늬로만 표현하고 있다. 사물놀이의 네 가지 악기는 각각 자연현상, 색깔, 방위를 상징하는데, 각각은 서로 대립하는 특성이 있지만 서로 상호 의존하며 이루어 내는 소리의 조화를 특징으로 한다. 유사한 맥락에서, <23-100-6>, <23-100-7>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 지문 위에 흑백의 색이 서로 대조를 이루는데, 이는 대조를 통해 조화를 꾀하는 음양(陰陽) 사상을 반영한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전통 사상이 시각화된 최근 작품은 과거부터 계승된 문화적 정서를 통해, 작품의 형식과 내용의 조화를 이루고 나아가 관객과의 공감대를 높이는 기능을 한다. 여기서 특히 오방색은 “정체성”이 지닌 다양한 의미를 관통하는 핵심 요소다. 그 이유는, 오방색은 각각 순수하고 섞임이 없는 색으로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데, 이러한 특징은 다른 것과 구별되고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정체성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오방색은 각각의 색이 혼합되면서 다섯 가지 이상의 다양한 색을 만들어 내는데, 이러한 원리는 개인의 정체성이 특정 환경과 문화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형성된 측면을 보여준다.

실제로 작가는 분단 국가였던 독일에서의 경험을 통해 여전히 분단 국가로 남아 있는 한국의 역사를 복기하게 되었다. 또한, 해외에서 이방인의 신분이 되자 우리 민족과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언급은 작가가 과거에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에 대한 탐색과 무엇보다도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에만 초점을 맞췄던 모습과 변화된 지점을 보여준다. 이처럼, 본 전시는 자기 자신에 대한 탐구로 시작해, 그보다 큰 역사와 문화를 총체적이고 진지하게 사유하기 시작한 작가의 여정을 담고 있다. 

환원될 수 없는 고유함이 만들어 내는 다양성의 미학을 한국의 전통 문화에서 발견한 작가는, 보다 확장되고 깊어진 시선으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내면의 성장을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글│임소희 (BHAK 큐레이터) 

(출처 = B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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