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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유현미 개인전 : 그림 없는 퍼즐
기간| 2023.10.23 - 2024.01.07
시간| 평일 11:00 - 18:00 주말 11:00 - 18:30
장소| 아트센터 화이트블럭/경기
주소| 경기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238
휴관| 없음
관람료| 3,000원
전화번호| 031-992-4400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유현미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전시전경

    (출처 =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 전시전경

    (출처 =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 전시전경

    (출처 =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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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 			내일을 공상하는 퍼즐
    
    유현미는 매체와 장르를 거침없이 넘나드는 유연한 성정의 작가이다. 사진, 회화, 조각, 설치, 영상을 교차하는 작품들과 그것이 시, 소설과 같은 문학으로 연결되는 지점까지. 특히 각각의 매체가 지닌 장점을 최대한 살려 혼합하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실험해 온 작업 과정은 현대인의 시선을 사로잡는 감각적인 이미지를 구현하게 해주었다. 작가는 세상에 대한 애정과 인간 본질에 대한 호기심을 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을 관찰하며 새로운 관심사를 발견해 나간다. 최근에는 작가로서의 삶과 동시대 사회상에서 영감을 얻어 소설을 창작한 뒤 다시 그를 소재로 파생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 1998년부터 지속하는 <퍼즐> 시리즈는 특유의 서정성으로 작가의 순수한 자아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아무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새하얀 퍼즐이 존재한다는 모순된 상상력에서 출발한 이 시리즈는 약 26년간 작가와 함께 성장해 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유현미의 퍼즐은 조각과 설치 작업으로 시작되었지만 이야기가 켜켜이 쌓이는 과정을 거쳐 문학으로 완성되었고, 거기서부터 다시 입체와 평면 그리고 영상 등으로 나아가는 흐름을 가진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만큼 작가의 삶의 궤적에 따른 내면의 변화를 솔직하게 담아낸 가장 근본적인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초기 퍼즐 작품은 작가가 처음 상상했던 것처럼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흰색 퍼즐들로 제작되었다. 퍼즐 조각들을 조립하여 바닥 또는 계단과 같은 구조물을 만들었는데, 여기서 본디 2차원이어야 할 평면의 퍼즐들이 3차원의 입체 형태를 취하는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이는 초현실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표백된 퍼즐의 앞뒷면에 의식과 무의식의 구조를 표상함과 동시에 존재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 것이다.
    
    이후의 퍼즐들은 국내외 곳곳을 돌아다니며 보다 자유로운 형상을 취했다. 둥글게 말려 우물이 되기도 하고, 거울이 되어 흐르는 강의 형상을 취하기도 하고, 단단한 청동 조각이 되어 도심 한복판에 홀로서기도 하고, 유리 퍼즐이 되어 건물이나 지하철의 창문으로 자리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 시기에는 종이와 나무를 넘어 아크릴, 거울, 유리, 스테인리스와 같이 대상을 투영할 수 있는 것들로 재료를 확장해 가며 나 자신 그리고 주변과의 관계에 주안점을 두는 모습을 보인다.
    
    활발하게 이어졌던 <퍼즐> 시리즈는 잠시 종적을 감추었다가 2019년쯤에 그 결을 달리하며 다시 새롭게 등장한다. 작가는 이때부터 요철을 가진 보편적인 퍼즐의 형태에서 벗어나 규칙성 없이 삐죽삐죽하거나 둥글둥글한 형태의 퍼즐을 만들었다. 퍼즐들은 파랑, 노랑, 보라와 같이 이전에는 쉽게 보기 어려웠던 높은 채도의 색상을 위주로 하였다. 크고 작은 사이즈로 공간을 배경 삼아 무한히 확장해 나가는 퍼즐들은 더 이상 다른 퍼즐에게 의존하여 한 몸으로 꽁꽁 묶인 존재가 아니었다. 각기 개성을 가지면서도 주변과의 관계 속에서 조화와 자유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 마치 자아를 가진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변화의 과정은 지금까지의 <퍼즐> 시리즈를 문학으로 번안하여 출간한 소설 『그림 없는 퍼즐』¹ 에도 잘 나타난다. 퍼즐 세계에서 유일하게 그림이 없는 흰색 퍼즐 ‘블랭크’가 품은 고뇌를 현실감 있게 담아낸 이 소설에서 작가는 주인공의 자아 성장 과정을 <퍼즐> 시리즈의 진행 방향과 유사하게 묘사하였다. 작품 발표를 중단했던 시점에도 멈추지 않고 이야기를 생성하며 다른 소통 방식을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지점이다. 또한 의인화된 퍼즐이 삶의 가치를 찾아나가는 동화 같은 설정과 섬세하고 간결한 문체는 퍼즐 이야기가 대중에게 친숙하고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기도 한다.
     
    소설 속의 퍼즐, 블랭크는 그림이 없는 자신의 신체를 주변과 비교하며 끊임없이 고뇌한다. 파란 퍼즐, 노란 퍼즐, 빨간 퍼즐과 같이 그림이 있는 친구들과 교류하며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큰 그림’ 일부가 되는 것이 목표인 그들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면서 부족함을 느끼고 점점 움츠러들어만 간다. 그러던 중 돌연 ‘키이스’라는 새 주인과 자신이 별이라고 주장하는 썩은 판자 조각 ‘블랙스타’를 만나게 된 블랭크는 그들에게서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렇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된 주인공이 꿈을 그리면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블랭크의 이야기는 결핍을 딛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와 공감을 건넨다.
     
    이번 전시에서는 블랭크의 이야기에서 펼쳐진 또 다른 <퍼즐> 시리즈들을 공개한다. 블랭크의 부러움을 샀던 ‘파란 퍼즐’이 몬스터 조각으로 등장하는가 하면(<파란 괴물>, 2023) 블랭크와 서로를 돋보이게 해준 완벽한 콤비 ‘블랙스타’처럼 쌍쌍이 짝을 지은 새로운 형태의 퍼즐들이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완벽한 듀엣> No. 1-3, 2023). 여기에 블랭크가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 키이스의 작업실도 현실로 나온다(<키이스의 방 No. 1-3>, 2023). 이처럼 계속해서 살을 붙여 나가는 <퍼즐> 시리즈는 작가의 내면이 더 자유롭게 자라나고 단단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하게 만든다.
     
    꿈을 꾸기 시작한 유현미의 퍼즐은 그림 없이도 누구보다 다채로운 모습을 가진 근사한 퍼즐이 되었다. 작은 퍼즐은 이제 내일을 공상하며 달라진 매일을 맞이한다. 이 여정에 함께하고 싶다면 퍼즐을 건네받아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나만이 상상할 수 있는 미래를 꿈꾸는 일이 얼마나 신나고 가치 있는지를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즐거이 상상하고 염원하던 순간이 오늘의 현실로 찾아올지 또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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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김진영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큐레이터)
    
    (출처 =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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