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박은덕 TSD231218
2023 Digital photo collage & pigment print on canvas 110X130.3cm
(이미지 출처 = 스페이스 엄)

박은덕 TSD231230
2023 Digital photo collage & pigment print on canvas 90 X130.3cm
(이미지 출처 = 스페이스 엄)

			시간의 흔적으로 남는 사진은 단순히 시간의 축적물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읽혀지도록 하는 대상이 된다. 같은 공간, 같은 순간을 찍더라도 각자의 감성이 담겨서 저장되기에 뷰파인더 너머로 보는 피사체는 곧 나 스스로를 반영하기도 한다. 보여지는 실재를 채집했지만 추억되는 것은 보는 이의 감성이며, 그 순간을 모든 감각으로 경험하기 때문에 훗날 드러나는 것들은 형성된 기억일 때가 많은 것이다. 이러한 기억의 틈을 나만의 상상으로 채우면서 관계가 모호한 의외의 설정과 조합을 이용해 다양한 관점의 기억을 새롭게 형성해가는 것이 나의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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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간 <Time Series Data>라는 제목으로 사진 꼴라쥬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나의 모든 사진 속 기억 데이터는 시간의 흐름과 상상에 기인한 왜곡을 거쳐 가공되고 융합되어 실재와 가상이 중첩된 공간을 만들어간다. 객관적 사실이 주관적 인상이 되어 새로운 몰입으로 이끌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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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적인 장면들이 꼴라쥬 되고 그 파편들이 층층이 레이어드 되면서 완성된 화면은 어디선가 만난 듯한 익숙한 풍경처럼 보이나 생경함이 느껴지고, 낯설고 이질적인 장면으로 구성되었어도 언젠가 머물렀던 추억의 시간이 떠올려지는 “Jamais vu”같은 기억착오를 유도한다. 작업과정을 거치는 동안 극히 현실적인 장면도, 혹은 초현실에 가까운 비현실적인 가상마저도 이미 또다른 추억의 단편이 되어 작가만의 타임시리즈 데이터로 저장되는 것이다.


<The Passage of Kairos>라는 명제를 붙인 이번 전시는 23년 이스라엘, 튀르키에를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들로 작업했다. 일상의 의미없이 흘러가는 무수한 시간들 속에서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시간(Kairos)과 마주할 수 있는 축복의 여행이었다. 성서 속의 현장을 오감으로 느껴볼 수 있는 적절한 시간, 적절한 장소를 포착하고 언제든지 소환하고 싶은 기억의 순간을 작업 안에 담아보았다. ‘영원한 현재’로 존재하는 진정한 카이로스를 마주하기 위한 막막하고 긴 여정 속에서 자아성찰의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함께 녹여본다. 


구름이 떠가는 하늘공간을 지속적인 모티브로 화면에 담아왔다. 구름, 공기의 색, 자유롭게 나는 새들을 느끼다 보면 인간은 거대한 하늘아래 미미한 존재이며, 자연에도 다양한 감정이 있음을 알게 해준다. 마치 신의 임재처럼 느껴지는 구름은, 찰나마다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초월적 특성을 보여주는 순간적인 조각작품이라 여겨진다. 그런 존립과 망각의 변주를 보고 있으면 끝없이 변화될 미지의 시간들을 이야기해주는 것 같다. 이러한 변주는 화면공간의 감정과 온도를 지배하고 추억과 현실을 버무려 직조해 낸다. 조연처럼 등장되는 새, 거위, 나무, 꽃.같은 자연 생명체들은 정적인 공간에서도 자유로운 움직임을 상상할 수 있게 하고, 생명체가 없는 공간 안에서도 자연의 체온이 느껴지는 가상공간 속 매개체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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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궤적속에 희미해져 가는 기억까지도 재소환하여 조밀하게 때론 느슨하게 재구축하려는 작가의 조형세계가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도 자유로운 이미지 데이터를 전유하고 깊은 여운이 남는 그들 기억의 한 조각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출처 = 스페이스 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