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2024년 6월 8일부터 6월 28일까지, 갤러리조선은 2017년 이후 7년 만에 윤병운 작가와 다시 한번 함께한다. 특유의 눈 오는 풍경으로 알려진 그의 대표작들은 몽환적으로 구현된 회화로, 실재를 환상으로 변용시키는 과정에서 초현실주의적 색깔을 띤다. 더불어 이번 전시는 무성(無聲)을 주제로 한 신작을 소개한다. 작가의 작업은 단순한 자연경관이 아닌 기억의 착시와 시간의 표상으로 구성된다. 그는 시간이 쌓이면서 흐려지고 잊히는 기억들을 그리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기억을 통해 현실을 재해석하는 과정을 담는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보는 이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며, 과거와 현재, 현실과 비현실의 교차를 경험하게 한다. 윤병운은 시간과 의식의 층위를 탐구하는 작가로, 전시는 다차원적 경계에서 모호한 만남을 제안한다 작품은 소리마저 흡수한 백색으로 시작된다. 설경은 내면과 외면,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오가는 출발점이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눈이 오는 순간 고요해진다. 차갑고도 따뜻한 눈. 이는 그림을 채우는 여백이 된다. 작가는 인간이 느끼는 기억에 대한 정서를 흐릿한 잔상으로 표현해 왔다. 또한, 그는 자신의 회화에서 이미지를 다루는 방식을 다성 음악에서 소리의 독립과 연합을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폴리포니는 다성 음악의 의미로 르네상스 시대에 종교 음악에 주로 사용된 합창의 한 형태이다. 독립된 선율이 각 파트(성부)로 진행되고, 모여서 하나의 음악이 만들어진다. 회화라는 고요한 매체에서 소리는 어떠한 위상을 가질까? 그동안 작품 명제로 공통되게 사용된 <침묵>이라는 소리 없음을 나타내는 단어가 이번 전시의 단초가 되었고 소리와 회화의 의미적 연결이 이번 전시의 큰 주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20여 명의 인물로 구성된 폭 5미터의 대형 회화 <합창>에서 개별 인물들이 모여 부르는 소리 없는 합창은 우리는 이 순간 모여서 함께 있지만 결국 각자의 삶으로 흩어지는 모든 관계의 속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Polyphony〉 소리는 진동된 공기가 피부로 전달되는 밀접한 접촉이고 회화는 소리 내지 않는 진공의 공간처럼 고요하다. 르네상스 회화의 투명한 공기는 다성 음악의 각 파트를 명료하게 전달했다면 나의 회화를 둘러싼 뿌연 대기는 이미지의 맥락을 모호하게 하는 시선의 가림막이며 소음의 시각적 입자이다. 이 순간 모여 함께 하더라도 결국 각각의 존재로 소멸하는 모든 관계의 속성처럼 하나로 합쳐진 성부는 공기 속으로 흩어진다. [작가노트] “나의 작품이 꿈꾸는 세계는 무의식의 세계로도 잠들지 못하고, 의식의 세계로도 깨어날 수 없는 정확하게 모호한 그 지점이다.” (출처 = 갤러리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