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오랜 친구 같은 계절은 늘 나와서 이것 좀 보라고 나를 불러냈다. 벚꽃이 폈어. 요즘 바람이 좋아.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어. 창밖 좀 봐, 눈이 오고 있어, 하고. 지친 일상에 아무렇지 않게 여백을 만들어주었다. 그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눈앞의 계절을 바라보고 있으면 후회하느라 과거에, 걱정하느라 미래에 가 있는 마음을 계속 현재로 데려올 수 있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몸과 맘이 닳을 정도로 애쓰다가도, 한 번씩 계절이 보여주는 풍경 속을 걸을 때면 많은 것을 바라지 않게 됐다. 어쩌면 그것이 곁에 두고도 모른 채 살아온 답이었을까?” - 김신지, 『제철 행복』 중에서 이 전시의 제목은 김신지의 에세이 『제철 행복』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계절마다 맛봐야 하는 제철 음식이 있듯이 그때에만 즐길 수 있는 제철 풍경과 제철 행복도 있다고 얘기한다. 자연은 때마다 새로운 색을 입은 채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지만, 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는 계절이 내어주는 선물을 받고 누리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이런 우리에게 김태민 작가는 자연 풍경의 아름다움과 새로움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제7회 벗이미술제 수상 작가인 그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자연을 강렬하고 대담한 색채로 그려낸다. 작가는 산과 나무, 꽃과 선인장 등 다양한 생명체가 자연 속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담아내며, 작가 특유의 기분 좋은 투박함과 다정하면서도 거친 브러쉬 스트로크를 통해 자유롭고도 순수한 아름다움을 그려낸다. 작가는 어린 시절 차창 밖으로 보았던 시골 풍경, 나무, 동물 가족 등에서 다양한 색채 표현과 조형 원리를 터득했다. 그는 여행 중 목격한 장면을 기억 속에 저장해두었다가 이미지를 재편성하여 화폭에 풀어내는데, 이 과정에서 작가에게 인상적이었던 경험은 강조되고, 옅어진 기억은 생략된다. 이렇게 그려진 김태민의 자연풍경은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독창적인 화풍을 형성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그의 신작 <모네의 연못> 시리즈는 작가가 프랑스에서 레지던시 활동을 하며 보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한다. 그간 국내 풍경을 주 소재로 했던 작업에서 보기 어려웠던 화풍인 이번 시리즈는 그의 기존 작업보다 부드럽고, 따스하며 다정하다. 관람객들은 때마다 바뀌는 자연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낸 김태민의 작품을 통해 일상에서 마주하는 아름다움을 느끼고, 현재에 존재하는 시간을 느끼며 진정한 의미의 휴식을 경험할 수 있다. 누구도 가질 수 없기에 모두가 가질 수 있는 자연과 소통하며,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출처 = 벗이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