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우리 팀은 잘했지만, goose egg였어.” 이보다 더 허무한 말이 있을까? <Goose Egg>는 제로, 즉 아무것도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주로 스포츠나 일상에서 점수나 성과가 없을 때 비유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경기에 임하고 있을 때는 모두가 화려한 승리를 꿈꾸고, 그 상황에 도달했을 때 막상 허탈하고 공허함을 느끼는 아이러니를 마주하게 된다. 이유리 작가의 이미지들은 동화 속 세계처럼 몽환적이고 아름답다. 어쩌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환희로 가득한 찰나의 순간들을 그려낸 듯하다. 그때의 감정은 영원할 것 같지만, 순간적으로 화려하게 피어오른 불빛처럼 산란한다. 작품 속 색들이 묽게 얽히고 흘러내리는 장면들은 금세 사라져버릴 순간을 암시한다. 트리나 폴러스의 책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호랑 애벌레는 삶의 의미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수많은 애벌레들이 향해가는 기둥을 치열하게 올라 정상에 도달했지만, 정상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결국 확인한 것은 허무한 감정뿐이었다. 이유리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동물들은 이러한 현대인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목적 없이 유영하는 물고기, 끝없이 날고 있는 새, 대상을 관망하는 고양이 등 평범해 보이는 듯한 장면이지만, 그 구성을 살펴보면 어딘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접시 위에 놓여 까마귀의 먹잇감이 된 듯 무방비 상태로 놓인 생선이 보인다. 그리고 그 생선을 자르려는 두 팔의 주인은 풀숲에 가려져 정체를 알 수 없다. 소용돌이치는 초록 바다 위로 물고기와 해파리가 떠다니고 은근히 보이는 상어 지느러미는 불안감을 조성한다. 흐릿한 형태의 새들, 카페인 증기 위를 맴도는 금붕어는 현대인의 표상으로 비유되었다. 계속되는 경쟁 속에 현대인들은 많은 박탈감을 느낀다. 어쩌면 우리 삶의 목표는 맹목적으로 군중을 따라 의미 없이 반복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 <Goose Egg>에서는 끊임없는 노동과 성취의 무한 굴레에 갇힌 현대 사회의 한 면을 조망하고 관찰자의 시선에서 관람객 자신, 그리고 타인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아르띠앙서울 서울갤러리 강남전시 현대미술 서울전시추천 강남데이트코스 청담전시 강남갤러리 청담갤러리 (출처 = 아르띠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