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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이교준 : Beyond the canvas
Exhibition Poster
기간| 2024.08.14 - 2024.09.28
시간| 11:00 - 18:00
장소| 피비갤러리/서울
주소| 서울 종로구 북촌로 125-6
휴관| 일, 월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6263-2004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이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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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 전시전경

    (출처 = 피비갤러리)

  • 전시전경

    (출처 = 피비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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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피비갤러리)
  • 			이교준의 기하추상회화: 그리드(grid)를 넘어선 추상화
    
    
    
    이교준은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 실험미술과 개념미술의 영향을 받아 퍼포먼스에 기반을 둔 사진 등 새로운 매체 실험을 진행하며, 물리적 공간과 설치를 시도하였다. 이교준이 1980년에 제작한 <무제>라는 사진은 총 3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속에서 작가는 입안에 이쑤시개 같은 나무를 넣고, 입 모양을 오른쪽, 중앙, 왼쪽으로 기울이며 자기 신체의 변화와 수행성을 직접 ‘몸’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에는 ‘장치’로서의 사진에 집중하는 실험성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사진을 대지미술이나 실험미술의 기록성에 제한하지 않고, 장치 그 자체로 집중하는 중요한 시도이다. 1970년대 성능경의 사진에서처럼, 사진을 매체 그 자체로서 바라보는 이교준의 초기 실험 사진은 주변의 공간과 작가의 몸, 그리고 사진의 기록 장치를 횡단하는 중요한 실험적 가치를 지닌다. 이러한 초기 작품들이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에 소장되고 2022년 대구미술관에서 개최된 이교준 회고전에서 그 중요성을 다시 인정받은 것은 미술사적으로도 뜻깊은 일이다.
    
    이교준의 두 번째 실험은 그가 1980년대 타라(TA-RA, 1981-1990) 그룹전에 다수 참여하면서 진행되었다. 타라는 한국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 형성되던 시점에 다양한 매체와 장르의 해체에 대한 실험을 시도하며, 단색화와 민중미술의 담론적 이분법에서 벗어나 설치미술과 같은 새로운 공간성을 보여주었다. 이교준은 이 시기 전시 공간의 바닥과 벽면에 철판을 설치하거나 공간을 뒤엎어 화이트 큐브 공간을 무력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타라 그룹은 김장섭, 최정화 등을 비롯해 <블랙박스>라는 작업으로 베니스비엔날레에 참여했던 김관수 등이 참여했던 1980년대 소그룹이었다. 대구 출신의 이교준이 이러한 실험미술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새로운 비평적 흐름에 가담한 것은 대구현대미술제뿐 아니라 황현욱의 인공화랑이 기여한 바가 컸고 지금처럼 모든 미술이 서울에 몰려있는 것이 아니라 대구 또한 실험미술을 중심으로 한 현대미술의 형성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었다.
    
    이교준의 세 번째 실험은 기하추상회화에서 비롯되었다. 서구적 흐름에서 본다면 기하추상은 모더니즘 비평의 정점에서 존재하였다. 이교준이 왜 그냥 추상회화도 아니고 기하추상이라는 다소 엄정해 보이는 형태의 본질에 빠지게 되었는지를 질문하는 이도 있을지 모른다. 이교준의 기하추상은 추상화 자체가 가지고 있던 환원적인 성격에서 이탈하고 있으며, 회화의 프레임과 캔버스의 평면성 그 자체를 넘어서려는 작가의 실험적 태도에서 비롯되었다. 2024년 8월 피비갤러리에서 기획하는 이교준의 네 번째 개인전은 그동안 보여주었던 기하추상회화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서구의 기하추상이 주축을 이루던 수직과 수평의 그리드 구조, 즉 서구의 모더니즘의 아이콘이 되어 버린 그리드 구조의 폐쇄성을 걷어내고 이를 유연한 ‘전이의 공간’으로 전환하는 공간 연구에 가까운 작품이다. 이는 이교준의 기하추상이 드러내는 공간의 특이성으로 그의 작품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색면의 분할이 동일 구조를 띠지 않고 각기 다른 분할 면과 선적 구조를 보여준다. 그리고 많은 작품들이 얇은 리넨 캔버스 천으로 구성되어 있어 화면 아래의 또 다른 화면이 계속해서 연장되어 나타나는 투명한 공간을 구성한다.
    
    이교준의 기하추상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실험미술과 소그룹 활동을 거친 이후 그가 맞닥뜨린 예술의 방법론으로서 실험미술과 사진, 1980년대 설치 작업에서 상호작용 하던 작가 자신의 현상학적 신체와 관람자의 신체성이 기하추상의 유연한 공간으로 재해석되어 등장하기 때문에, 초기 작업과 완전히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이교준이 제작한 작업이 주로 현실 공간(자연과 대지 작업과의 연관 속에서 형성)과 설치 공간(화이트 큐브의 공간 내에 제작되어 전시된 초기 설치 작업)이라는 환경에서 제작된 특정 작품들이라면, 그의 회화 작업에는 이교준이 천착하던 매체에 대한 확장성, 실험성이 한 축에 존재하며, 다른 축으로는 예술가 스스로의 몸에 대한 현상학적 인식과 관람자의 존재에 대한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이러한 두 축은 이교준이 지향하는 기하추상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데, 작가는 회화의 평면성이나 환원성에 갇혀 있던 수직과 수평의 구조를 끊임없이 이완시키고 그 구조를 느슨하게 만들고 이를 또 해체시키는 회화적이면서도 탈회화적인 방법론을 이용한다. 이는 구조가 서로 연결되거나 얽혀 있는 리좀이나 디지털 네트워크 구조를 연상시키며, 경계와 탈경계, 구축과 해체를 반복한다.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근 30년 이상 이교준은 한국 화단에서 기하추상회화에 집중하고 있다. 기하추상회화가 비구상회화로서 모더니즘 미술에서 많이 보여진 것도 사실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전후 미술에서 서승원, 이승조 등 일부 오리진 작가들을 통해서 지속되었지만 오늘날 동시대 미술에서도 기하추상이나 추상회화 자체는 지속해서 등장한다. 하지만, 동시대 기하추상회화나 추상화는 모더니즘의 비평을 이탈해 동시대 비평과 동시대 사회나 관람자와 교감하며 등장하고 있다. 줄리 메레투의 추상회화나 사라 모리스의 그리드 회화를 우리는 동시대 사회와 도시 구조, 디아스포라적 현상과 분리해서 살펴보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이교준의 기하추상도 환원적 추상이라는 과거의 추상 담론으로는 이교준의 기하추상을 제대로 살펴보기 어렵다.
    
    이교준의 기하추상은 수직과 수평의 그리드 구조에 집중하며 사라 모리스 등의 기하추상과 달리 한결 절제된 색채를 보여주며 무엇보다 ‘투명한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이는 피비 갤러리 개인전인 ‘Beyond the Canvas’라는 제목이 드러내듯이 캔버스 자체의 공간성을 넘어서는 이교준의 평면성에 집중하고 있다. 이교준은 빛이 쉽게 투과될 수 있는 성글게 만들어진 캔버스 천을 이용해 작업을 하는데, 이 작품 앞에 서 있는 관람자는 수직과 수평의 구조 아래에서 또 다른 구조를 발견하고 주변의 빛과 교감할 수 있기 때문에, 이교준의 기하추상은 관람자들과 상호작업이 가능한 투명하면서도 유연한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기하추상은 알루미늄 지지체의 구조와 서로 교감하면서 분할된 구조 내에서 또 다른 형태가 계속해서 생성되어 하나의 고정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구조를 통해 본래의 구조가 더욱 존재감을 갖는 ‘생성된 공간’을 지속해서 등장시킨다. 이러한 구조에 대한 방법은 그가 1990년대에 판화지 위에 또 다른 판화지를 계속해서 쌓아 올린 작업이나 이후 나무를 이용해 수직 수평 구조를 계속 쌓아 올리는 일루전과 반일루전의 양가적 공간을 만들어 나간 작업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피비갤러리에서 열리는 이교준 전시는 2020년부터 작가가 제작한 비치는 캔버스를 이용한 기하추상회화 근작들을 보여주는데, 큰 문맥에서 보면 이교준의 이전 추상회화 작업, 나아가서는 그의 실험적 태도와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9월 초에는 팔판동에 위치한 한옥인 호호재에서 이교준의 1990년대 작품부터 현재까지의 주요 시리즈 작품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는데, 한옥의 구조가 가진 독특한 수직과 수평의 구조, 그리고 분할된 색과 면, 도시 공간과 함께하는 독특한 선적 구조는 이교준의 기하추상회화가 가진, 그리드에서 ‘탈주하는’ 색면의 분할이라는 미적 감각과 잘 어울리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교준의 이러한 탈주는 그가 기하추상회화를 고집하면서도 기존의 기하추상회화에서 이탈하려는 양가적 미적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다시 말하면 기하추상회화를 지향하는 작가이면서 기하추상회화의 이면을 드러내고 해체하는 작가라는 점이 그를 흥미로운 동시대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이는 자크 데리다가 논한 파레르곤의 쟁점과 맞닿아 있다 (Jacques Derrida, “The Parergon,” October, Summer, 1979, Vol. 9: 3-41). 데리다의 말대로 파레르곤(parergon)이 단순히 작품(ergon) 외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작품 옆에서, 작품의 측면에 존재함으로써 외부(hors d’oeuvre)라는 개념적 존엄성에 가까운 무엇인가를 부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데리다의 파레르곤이 에르곤, 즉 완성된 작품에 반대하며, 옆에 있으며, 그 위에 있고, 그 너머에 존재하듯이, 이교준의 기하추상은 수직과 평면의 그리드, 분할 구조 그 옆에, 그 위에 있으나 나아가 캔버스 너머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교준의 근작은 빛이 투과되는 캔버스 천과 투명한 표면 그 자체를 통해 그림의 외부에서 내부와 서로 작동시키고 연결하며 서로 관계망을 형성하도록 한다. 그리고 이를 완성하는 이들은 이교준의 그림 앞에 선 ‘관람자’의 존재이다.  
    
    _정연심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교수)
    
    
    
    (출처 = 피비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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