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후원: 몬드리안 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베오그라드에서 출생한 보얀 파이프리치는 지난 10 년간 고향의 세 개의 주요한 장소를 사진으로 기록 중이다. 1999 년 나토 공습으로 파괴된 육군 본부, 도시 구조를 재편하는 베오그라드 워터프론트 부동산 개발 현장, 1930 년대 베오그라드를 재현한 영화 세트장과 그 잔해가 그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6,000 장 이상의 사진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각 장소들의 변화를 기록한 3-채널 영상 스크리닝을 설치한다. 1954 년부터 1963 년까지 유고 연방의 정체성을 새로운 건축적 미감으로 표현하기 위해 모더니즘 건축 프로젝트로 지어진 육군 본부 건물이 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건축가 니콜라 도브로비치는 앙리 베르그송의 철학에서 영감을 받아 ‘베르그송의 도표 Bergson’s diagrams’를 제안한다. 도브로비치는 베르그송의 개념을 역동적인 건축의 형태로 번역하고, 새로운 국가 정체성의 핵심 요소로 공백을 사용한다. 소비에트 건축에서 자주 등장하는 권력의 견고한 기념물이 아니라, 부재, 움직임과 개인의 공간 경험에 의해 공간을 구체화한다. 1999 년 코소보 갈등이 격화되자, 클린턴 대통령 집권 당시 미국 주도 하에서 나토 NATO 는 유고슬라비아를 공습하며 이를 인도적 개입이라 주장한다. 이때 파괴된 육군 본부 건물은 총탄 자국과 함께 최근까지 방치되어 있었다. 나토의 개입과 도시 풍경에서 해결되지 못한 유산을 베오그라드의 시민에게 오랜 기간 상기시켜 주었다. 최근 몇 년간 세르비아 정부는 이 건물의 사유화를 추진했다. 2024 년 도널드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쉬너가 설립한 사모펀드가 이 육군 본부 건물을 99 년간 임대하고 재개발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발칸반도 특사로 활동했던 리처드 그레넬 전 독일대사가 이 거래를 성사시켰다. 지금 세르비아 군대 모집을 광고하는 젊은 여성 중위의 얼굴을 담은 대형 배너가 건물을 덮고 있다. 2014 년 세르비아 정부와 아부다비에 본사를 둔 민간 기업 이글 힐스는 베오그라드 워터프런트라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바 강변 지역을 재개발하여 발칸 반도 최대 규모의 쇼핑몰과 고가 주거시설, 호텔, 사무실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이는 불법적인 재산 파괴, 토지 도용, 불법적인 건축 허가와 같은 부패 스캔들과 관련이 있다. 빠른 속도로 문화유산을 철거하고 공공 공간을 사유화하는 것은, 민족주의 정치와 신자유주의 도시화가 만나는 유럽의 최근 경향을 반영한다. 파이프리치는 이런 변화가 좀 더 큰 역사적 수정주의 운동으로 재맥락화하며, 정치적 이념과 상업적 이익을 위해 과거 반-파시스트 저항 운동의 흔적을 지우고 있다고 말한다. 베오그라드 워터프론트가 위치한 사바 강변의 건너편에는 건축가 도브로비치가 처음 계획한 2 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큰 도시 개발 프로젝트인 뉴 베오그라드 한가운데 영화 세트장의 잔해가 있다. 세트장은 세르비아 역사 드라마인 <몬테비데오: 꿈의 맛 Montevideo: Taste of a Dream>을 위해 만들었고, 1930 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월드컵에 유고슬라비아 국가대표팀이 참여하는 여정을 향수 어리게 다룬다. 1930 년대 베오그라드의 테라지헤 광장을 상세히 재현한 영화 세트장은 이후 테마파크로 사용될 계획이었지만 비즈니스는 실패하고 중앙 분수를 제외한 모든 세트는 철거되었다. 파이프리치는 로마족의 불법 정착지, 벼룩시장, 건설 현장, 매립지와 같은 많은 임시 용도로 바뀌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전시는 해외 투기 자본에 의해 변화되는 도시 정체성과 의도적으로 삭제되는 역사적 기록들, 기억을 집단적으로 조작하려는 정치적 의도 등에 대한 예술가의 대응이다. 망각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전시하고 억압되거나 주변적인 것으로 치부되는 대상을 끌어모아 새로운 사회학적 지도를 그려낸다. 글: 양지윤, 대안공간 루프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