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기획, 글_김민영 노스텔지어, 그리움의 시간의 축은 과거로 기울어져 있다. 하지만 그것이 상영되는 때는 현재의 시간이다. 그런 점에서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선형적 시간을 무화시킨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지나가 버린 시공과 존재에 나를 정박하는 것 혹은 그것들을 지금 이곳으로 다시 부르는 행위와도 같다. 그래서 그리움의 실천은 애달프다. 전시 《Still Missing》은 지금 여기에 존재하진 않아도 유령처럼 자아의 주변을 배회하는 존재와 시간을 재구성한 조형적 시도들을 그리움의 정서와 갈망의 통증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갈망 longing은 그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끝없는 거리들로 가득하다. 따라서 사라졌지만 존재하고자 하는 것 혹은 여전히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을 현시하려는 욕망은 영원히 메울 수 없는 허기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본 전시는 과거와 현재, 존재와 부재가 공존하는 사이 공간(In-between space)적 그리움과 그에서 파생된 너른 이야기로의 접속을 시도한다. 전시장에는 이미지의 파편들이 부표처럼 부유한다. 관람객은 그 부표들 사이를 지나갈 때 길을 잃은 것과 같은 감각을 체화하며 기억의 단서들을 마주하게 된다. 서체와 같은 필획의 추상 회화 맞은편에는 반투명한 막이 가로질러 있으며 그 막 너머로 보이는 실재와 환영 어딘가를 포착한 사진들은 안개 너머 희미하게 서 있다. 한편, 벽과 천장에 일없이 걸려 있는 신체를 닮은 사물들은 떠난 이의 일부 혹은 자취를 연상케 하며 기이함과 처연함을 자아낸다. 이곳에 있는 사물들은 한때 무언가가 있던 자리에 생긴 움푹 파인 흔적과 다름이 없다. 그리고 그 흔적들을 쫓다 보면 부재에서 기인한 그리움의 감각을 체험하게 된다. 그 순간 결코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주체의 갈망은 관자의 현실에 스며든다. 물질의 형태로 변이된 지극히 사적이고 내밀한 정서가 존재 간 관계 맺기의 가능성을 탐색하게 만드는 것이다. 전시는 그리움에서 비롯된 영원한 결구를 상흔처럼 남기고, 보는 이에게 그 상흔들을 따라 다른 이의 세계로 기꺼이 진입하길 제안한다. 전시의 주제를 꽤 명징하게 지시하는 제목 ‘스틸 미씽(Still Missing)’은 지오 카스트라노바의 사진집 명을 차용한 것이다.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찾는 전 세계의 수작업 포스터를 그러모은 이 책에는 반려동물 외에도 피닉스, 유니콘 등 한 때 우리에게 자리했었으나 지금은 잃어버린 상상의 존재들도 등장한다. 즉, 해당 사진집은 멀어져 버린 애착 대상과의 재회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의 물질화라 할 수 있다. 본 전시의 작품들은 지난날 혹은 한 순간 자아를 사로잡았던 기억의 파편을 이미지로 포착한다는 점에서 카스트라노바의 프로젝트와 유사한 맥락을 취한다. 다만, 《Still Missing》의 대상은 조금 더 다양한 범주로 전개되며 시각적 양상 또한 더욱 파편화되어 있다. 5인의 아티스트들은 인식의 경계에서 미끄러지는 존재들—이미 사라졌거나 아직 도래하지 않은, 그러나 감각 속에 머무는 것들—을 불러내어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존재로 실체화한다. 이 전시는 가없는 거리를 좁히려는 제스처에 주목하려는 게 아니다. 또한 그 제스처가 사투와 같은 몸부림이었다면, 그러니까 기억의 그물망을 펼쳐 고스란히 지나간 시공과 존재를 길어 올리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전시는 재현과 묘사로 점철됐을 것이다. 《Still Missing》의 아티스트들은 움켜잡기보다는 먼 곳에서 비롯된 어스름함을 부드럽게 쥐어보며 그리움과 갈망의 실체를 재구성한다. 불확실하고 흐릿한 것들로 아직 닿지 못한 존재들을 향해 문을 열어 놓으며. 그리고 수수께끼와 같은 장면으로 전환된 애달픈 마음을 마주한 관람객은 필연적으로 발화자와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그것은 지나간 시간과 남겨진 시간의 교차이자 상실과 이해의 동시적 발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 《Still Missing》은 존재 및 시간과의 어쩔 수 없는 거리감으로 인해 촉발된 그리움과 갈망의 애수를 이야기할 뿐 아니라, 요원한 형상들로 펼쳐진 개인의 ‘여전히 그리운 것들’이 타자와 도킹하여 세계 속 삶의 끈들로 엮여나가는 지점을 주목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