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EXHIBITION
이정 개인전: 캐스퍼
Exhibition Poster
기간| 2025.08.22 - 2025.10.01
시간| 10:00am - 07:00pm
장소| 대안공간루프/서울
주소|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5-11
휴관| 일요일,월요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3141-1377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이정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전시전경


  • 전시전경


  • 전시전경


  • 전시전경

    대안공간 루프 이정 개인전
  • 			“그들은 이름 없이 지나갔다”
    
    《캐스퍼Casper》는 황해도 신천에서 출생한 작가의 외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그는 광복 이후 한국에서 서북청년회로 활동했고, 미군기지에서 흘러나온 물건을 받아 판매하는 방식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의 이야기는 가족 내에서 금기시되었고, 사진조차 남아 있지 않다. 작가는 흔적이 사라진 외할아버지를 유령에 비유해, 가족 구술사와 아카이브 형태로 예술작업을 만들었다. 전시는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역사도, 이름도 없이 사라진 이들의 서사를 예술적 상상으로 복원한다.
    
    지주였던 외할아버지의 집안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을 거치며 몰락했다고 한다. 남쪽으로 피난한 그에게 삶의 목적은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북한에서 함께 내려온 가족과 남한에서 새로 꾸린 가정을 오가며 두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그는 한국전쟁과 이념이라는 거대한 역사 속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이다. 그는 단지 가장으로서 ‘역사도, 무게도, 이름도 없이 살아남아 말 없는 거래를 이어갔다.’ 사라지는 건 무서운 일이었다.
    
    전시 《캐스퍼》는 한국전쟁, 민주화운동 등의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코리안 고스트 Korean Ghost, 2022》와 《키신 Kishin: The Generation of Postmemory, 2023》에 이은 포스트메모리 시리즈의 세 번째 프로젝트다. 전시의 제목은 영화 「꼬마유령 캐스퍼Casper, the friendly ghost」에서 차용했다. 미련이나 원한을 가지고 세상을 떠도는 보통의 유령과는 달리 캐스퍼는 왜 죽었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본인의 이름도 모른 채 윕스태프 저택을 떠돈다. 사람들과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꼬마유령의 따뜻한 이미지를 빌려, 작가의 외할아버지를 비롯해 익명으로 남겨진 이들과 그들이 살아낸 시대를 위로한다. 사라진 이들은 캐스퍼가 되고, 전시장은 캐스퍼의 성이 된다.
    
    1층의 영상 〈무덤 없는 유령, 2025〉은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으로 작동한다. 묘비 없이 사라진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디지털 묘지로, 이름 없는 자들의 생을 기리는 작가의 시와 사운드(제작: 노은실)가 흘러나온다. 전시장은 아무것도 갖지 못한 이들의 쉼터가 되어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마침내 여기서 숨을 쉬기를May their untold stories find breath here, at last.’ 간절히 바라는 출발점이 된다.
    
    전시장의 벽면을 둘러싼 〈언씬 내러티브즈, 2025〉는 캐스퍼를 둘러싼 역사적 풍경의 시각적 요소들을 차용해 시바툴, 레진으로 재구성한 이미지 아카이브 연구이다. 중첩된 풍경 사이로 희미하게 사진 이미지가 새어 나온다. 캐스퍼가 살았을 것 같은 풍경, 만났을 법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수집한 사진 조각이다. 기록되지 않은 이들의 기억은 영적 에너지가 물질적 매질을 통해 구체화되는 엑토플라즘 형태로 보여진다.
    
    지하에 위치한 전시의 메인 작업 〈캐스퍼, 2025〉 시리즈는 땅에 가까운, 낮고 비가시적인 층위에서 살아간 인물들의 이야기로, 관람객이 몸을 낮추어야 마주할 수 있도록 설치되어 있다. 이는 기록되지 않은 역사의 단면을 가까이 낮추어 마주하게 하는 물리적 장치이다.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된 영상은 외할아버지를 중심으로 작가가 그려낸 캐스퍼의 이야기다. 전쟁과 분단, 역사적 단절, 계급의 몰락, 상실, 이념과 폭력, 생존 윤리, 단절, 감정의 부재 등의 순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작가는 사진 한 장 없이 남겨진 이 삶을 캐스퍼에 비유해, 사라졌지만 완전히 소멸하지 않은 과거의 흔적을 소환한다.
    
    신종원 소설가와 협업한 〈언씬 내러티브즈, 2025〉 시리즈는 반복되는 역사 속에 흡수되어 사라지는 익명의 서사를 은유적으로 담고 있다. 소설은 천장에 매달린 공공장소의 전광판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보여진다. 캐스퍼가 바닥에, 익명의 존재가 천장에 위치한다면, 관람객의 눈높이에는 외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의 어머니의 인터뷰를 담은 〈기억의 조각, 2025〉이 재생된다. 작가는 캐스퍼에 비유된 사라진 익명을 영웅도, 악인도 아닌 ‘살아남은 자’로 바라본다. 기록의 잔재를 복원해 역사를 온전히 기억해 내기보다, 관람객 스스로 그 공백을 응시하고 흔적을 어루만지길 기대한다.
    
    글: 이선미, 대안공간 루프 큐레이터
    
    *출처 :대안공간 루프			
    ※ 아트맵에 등록된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팸플릿 신청
    *신청 내역은 마이페이지 - 팸플릿 신청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6부 이상 신청시 상단의 고객센터로 문의 바랍니다.
    확인
    공유하기
    Naver Facebook Kakao story URL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