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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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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터 Sacred Site
정정호 개인전

청와대 이전과 전직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무속 논란은 단순한 정치적 가십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풍수와 무속이 어떤 방식으로 의미를 지니고 작동하는지를 드러낸다. 대중은 때때로 무속을 비이성적인 믿음으로 희화화하지만 오래전 우리 민족의 기층 신앙으로 무속이 자리했듯, 불확실한 삶의 국면에서 작은 실마리라도 찾는 심정으로 무속의 유사 언어와 행위를 직간접적으로 접하기도 한다. 이 전시는 ‘풍수와 무속이 오늘날에도 유효한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예부터 신성한 터로 여겨온 인왕산 일대와 조선 시대 나라의 명운을 비는 의례를 지낸 국사당의 시대적 변화를 중심으로 신성한 터의 의미를 좇는다.
선바위에 전해 내려오는 무학대사와 태조 이성계의 도성 경계 설화, 호랑이 형상의 산세와 왕이 꾼 꿈에 나타난 경복궁의 붕괴, 산세를 보완하기 위한 비보풍수裨補風水의 실천에 이르기까지, 인왕산 주변 설화는 단순한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다. 이는 특정 지형의 상서로운 감각이 시대적 맥락과 사람들의 믿음, 경험으로 발현되어, 수 세대에 걸쳐 이어져 온 움직이는 서사다. 여전히 이곳을 찾아 바위에 절하고 우물에 간청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옛 설화와 오늘날의 믿음이 맞물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사당國師堂은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도 허락한 나라를 위한 굿당으로, 오늘날에도 무속인들에게 상징적인 믿음의 터이자 공동체의 기억과 권력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목멱산이란 옛 이름을 가진 남산은 본래 조선 왕조가 기우제 등을 지내던 제의 장소였고, 태조는 이 산을 ‘목멱대왕’으로 봉하며 호국신으로 삼았다. 그 꼭대기, 제의 공간은 나라의 제사를 지낸다 하여 국사당이라 불렀다. 그러나 일제의 조선신궁 건립으로 국사당은 인왕산으로 이전되었고, 전통 신앙의 명맥을 유지했던 무속은 미신으로 낙인 찍혀 주변부로 밀려났다. 국사당은 무속인들에게 여전히 상서로운 터이지만 사설 굿당이 되면서 그 층위가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어떤 일이 이루어지거나 일어나는 곳’이란 뜻처럼, 장소는 사람들과 관계 맺고 의미를 부여하며 채워진다. 신성한 산과 바위, 물과 숲, 즉 터는 인간의 경험과 결합하며 생성하고 소멸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기댈 신성함은 어디에 있는가?
· 주최·주관: 정정호
· 글: 김종길
· 그래픽 디자인: 이기준
· 도움: 양종승(샤머니즘 박물관 관장), 김재연(남산 도깨비 예언궁 원장), 김동규(서강대 K 종교학술연구소 박사), 정동수(용문정사 법사), 선바위 관리인 곽씨, 이수빈, 양효실, 박찬경, 그 밖의 여러 무속인들.
·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출처 : 스페이스보안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