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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The Return》 베르나르 프리츠
Exhibition Poster
기간| 2025.11.06 - 2026.01.04
시간| 11:00~19:00
장소| 조현화랑 달맞이/부산
주소|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65번길 171
휴관| 월요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51-747-8853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베르나르 프리츠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베르나르 프리츠 Loca
    2025
    조현화랑 제공

  • Bernard Frize 19 _ 04
    2025 Tempera and lacquer on glass 40 x 35 cm

  • Bernard Frize 10 _ 04
    2025, 2 Tempera and lacquer on glass 40 x 35 cm
  • 			《The Return》은 베르나르 프리츠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최소한의 규칙과 우연성이라는 실험적 틀을 통해, 회화가 끊임없이 다른 형태로 변주되는 가능성을 조명한다. 프리츠에게 회화는 제스처[1]의 반복 속에서 자기 역할을 갱신하는 방안이다. 그는 화면을 따라 교차하는 색의 층위와 반복되는 붓의 궤적, 이를 추적하는 수직, 수평의 그리드를 통해, 되풀이되는 움직임, 혹은 동일한 자리에서 어긋나는 동시에 다시 시작되는 반복의 궤적을 그린다. 이는 그가 지키고자 하는 회화의 역할, 달리 말해 회화가 동시대에도 유효할 수 있는 이유다.
    
    1949년 프랑스 생망데(Saint-Mandé)에서 태어난 프리츠는 엑상프로방스와 몽펠리에의 예술학교를 경험하던 중 사회적 변혁의 한가운데서 회화를 잠시 중단했다. 1970년대 후반 다시 붓을 잡은 그는 회화를 개인의 표현이 아닌 사회 구조와 연동된 행위로 재정의하며 화가의 역할을 새롭게 설정했다. 그에게 회화는 감정의 표현도, 작가 자신을 증명하는 물질적 결과도 아니었다. 당시 유행하던 추상표현주의의 즉흥적 제스처나 단색화의 형이상학적 자의식과 달리, 그는 일정한 규칙과 제한 속에서 반복 수행되는 노동으로 회화를 다시 사유했다. 붓의 움직임, 물감의 점도, 시간과 도구의 제약처럼 통상 회화를 지탱하는 기술적 요소들이 그의 작업에서는 회화의 구조 자체가 된 것이다.
    
    그는 붓과 색, 캔버스를 사용해 미리 정해둔 규칙에 입각한 동일한 행위를 반복한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게 마무리된다. 그는 회화가 형성되는 과정 대부분에서 ‘선택하지 않는 것(not choosing)’을 덜 신적인, 더 겸허한 태도로 여기며, 질서와 우연이 맞물리는 지점을 의도적으로 열어둔다. 창조자의 의지로 세계를 조직하기보다, 물질이 스스로의 질서를 드러내도록 두는 것이다. 프리츠에게 회화란 완결된 형태로 귀결되는 대상이 아니라, 언제나 미완의 상태로 남아 자신의 규칙을 갱신해 가는 구조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겉으로는 색면추상이나 제스처럴(gestural) 페인팅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생산자로서 화가가 지켜야 할 행위의 윤리를 탐구하는 실천에 가깝고 할 수 있다.
    
    총 24점의 신작으로 구성된 《The Return》은 이러한 미완의 실험들이 하나의 유기적인 구조로 제시된다. 우선 캔버스에 아크릴과 레진을 사용한 회화는 수직과 수평의 붓질(orthogonal way)을 따라 최소한의 규칙 속에서도 끊임없이 변형되는 패턴을 만들어낸다. 프리츠는 운용 가능한 크기의 캔버스를 설정하고, 한 가지 색의 물감을 묻힌 붓으로 표면을 가로지른 뒤, 그­­­­ 위에 다른 색을 반복적으로 덧입힌다. 이 과정은 불과 몇 분 안에 완료되는데, 이때 색들은 서로를 침범하거나 투명하게 스며들며 화면을 구성해 나간다. 처음에는 작가의 ‘의도된 행위’에서 출발한 회화가 곧 물질이 자체적으로 질서를 만들어가는 ‘임의적 과정’으로 이행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The Return》에서 선보이는 4점의 대형 회화 〈Lutes〉, 〈Loca〉, 〈Kaire〉, 〈Goita〉는 그러한 방식을 통해 가장 정교하게 완성된 결과물로 제시되며, 그 제한된 수량이 응집된 밀도를 형성한다. 반면 120×120cm 크기로 반복된 12점의 신작 〈Vesce〉, 〈Traga〉, 〈Seika〉, 〈Roban〉, 〈Nolle〉, 〈Elio〉, 〈Boyet〉, 〈Bakeit〉, 〈Arsin〉, 〈Argue〉, 〈Lalte〉, 〈Shelt〉은 동일한 규칙을 하나의 게임으로 삼아 그것을 끝까지 ‘소진(exhaust)’하려는 실험적인 시도를 담고 있다.
    
    유리와 템페라로 제작된 8점의 연작은 이러한 회화의 방법론을 확장한 것이다. 연작은 투명한 유리판 뒷면에 템페라로 색을 바꿔가며 선을 이어 그린 뒤, 흰색 바탕을 넓게 칠하고 유리 한 겹을 덧대어 마무리된다. 여기서 그가 세운 유일한 규칙은 한 가지 색이 세 개의 선을 형성하면 그다음 색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템페라의 불투명하면서도 혼합적인 성질을 이용해 새로운 선이 기존의 선을 교차할 때, 서로의 물질적 간섭이 그대로 드러난다. 즉, 이 연작은 캔버스 회화와 마찬가지로 표면에 드러나는 구조가 작가의 자의식보다는 물질에 내정된 잠재된 흐름을 따르는 것이다. 매 순간 예측 불가능한 결과가 산출될 수밖에 없기에, 이 연작은 거의 무한에 가까운 변주를 통해 회화가 어떤 방식으로 생성될 수 있는지를 실험적으로 확장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이러한 불일치, 달리 말해 기존의 질서가 새로운 질서를 반영하며 어긋나는 지점이다. 그 틈에서 회화는 동일한 반복(재현)이 아니라, 매번 새롭게 ‘발생’하는 사건으로 남는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과정 중심의 태도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프리츠에게 회화는 화가를 일종의 노동자의 위치에 두는 실천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의 행위는 명백히 노동이지만, 효율이나 결과를 향한 노동은 아니다. 그는 “그릴 수 있기 때문에 그린다”라는 단순한 이유로 회화의 행위를 지속한다. 이는 자본주의적 생산 논리에 저항하는 비효율의 미학이자 스스로에게 부과한 윤리적 태도이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말한 ‘행위(action)’처럼, 그의 회화는 세계 속에서 새로움을 시작할 수 있는 능력, 반복 속에서 다시 세계를 구성하는 인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는 한 번 지나간 행위를 고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을 회화의 도리로 여긴다. 그 행위가 어떤 곳을 향해 미끄러지건, 그것은 이미 지나간 과정의 진실로 남는다. 프리츠의 회화는 무엇을 표현할 자유보다 표현을 멈추지 않는 책임의 실천이며, 하나의 결과물이기 이전에 ‘그림이 존재했다’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윤리의 실현이다.
    
    《The Return》은 따라서 쓰이지 않은 책의 장(章)처럼(실제로 그는 후일에 발간할 책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가능성들이 병치된 구성을 제시한다. 흥미롭게도 ‘귀환(return)’이라는 전시 제목은 그의 회화적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2014년 이후 11년 만에 다시 조현화랑으로 돌아오는 작가 자신의 상황을 가리키는 자기반영적 농담에 가깝다. 그러나 이 일상적 농담은 단순한 언어유희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프리츠가 회화를 대하는 태도—구상적 과잉을 멀리하고, 추상적 표현의 신화를 거부하며, 오직 규칙과 우연이라는 최소 단위만으로 화면을 구성하려는 태도—를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은유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의 회화는 관습을 밀어내며, 매번 다른 방식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때마다 회화의 존재 조건을 새롭게 시험한다. 결국 《The Return》은 반복 속에서 현재를 다시 쓰는 방안이자, 끝없이 변주되며 존속하는 회화의 형식 그 자체다.
    
     
    
    [1] 여기서 ‘제스처(gesture)’는 추상표현주의에서 말하는 제스처럴 페인팅(gestural painting)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회화 행위 그 자체—즉, 작가의 실천에서 윤리적이고 절차적인 차원을 드러내는 신체적 수행의 방식—를 가리킨다.
    
    *출처: 조현화랑 달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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