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큰 메아리(Loud Echoes) 제리너스 반 데 벨데 개인전 갤러리바톤은 벨기에 출신의 리너스 반 데 벨데(Rinus Van de Velde, b. 1983)의 개인전 《큰 메아리(Loud Echoes)》>를 11월 19일부터 12월 24일까지 개최한다. 2024년 아트선재선터와 전남도립미술관 개인전이 평단과 미술애호가들의 호평 속에 성료한 데 이어, 이번 전시는 본인을 모델로 한 차콜 페인팅과 새로운 조각 미디엄을 선보이며, 가상과 실제, 모방과 혼성, 평행우주적 개연성에 기반한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을 한층 더 공고히 한다. 바톤에서의 이전 두 차례의 개인전을 통해, 우리는 그가 다양한 매체를 다루는 데 주저함이 없으며, 회화, 영상, 설치, 조각 등 이질적인 매체를 결합해 느슨하면서도 일관된 하나의 플롯을 향해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전방위적 예술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기 다른 페르소나와 역할을 부여받아 생성된 작가의 다중 자아들이 각각의 내러티브 세계 안에서 경험하는 독자적인 삶의 전개는 영상, 평면 회화, 조각을 통해 시의적절하게 작품으로 발현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가는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를 점진적으로 드러내며, 전례를 찾기 힘든 고유의 세계관을 촘촘하게 구축해 왔다. 평면 작업에서 쉽게 관찰되는 반 데 벨데의 고유 양식인 ‘이미지-텍스트 2단 구조’는, 신문, 잡지 등에서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표준적 레이아웃이면서, 동시에 이들 미디엄이 관습적으로 보증해 온 객관적 진실성과는 일정한 거리를 의도적으로 유지한다. 우리가 이미지를 너무 쉽게 믿는다는 그의 일침은, 이렇게 차용된 레이아웃이 본인의 작업 세계에 있어서 실재와 허구를 자유로이 넘나들게 하는 장치로 사용된다는 뜻을 암시하기도 한다. 자신의 화풍에 대한 리히터(Gerhard Richter, b. 1932)의 간명한 코멘트 “내가 각 작품에서 시도하는 바는, 결국 최대한의 창작적 자유를 누리며 가장 상이하고 모순적인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에 있다.”는 흥미롭게도 리너스의 작업 태도를 이해하는 중요한 힌트이기도 하다. 과거 유럽 미술관 개인전(Voorlinden Museum, NL, 2023)의 전시명이기도 한 ‘안락의자 탐험가(Armchair voyager)’는 좀처럼 스튜디오를 떠나지 않고 작업에만 매진하는 작가의 성향을 가장 잘 대변하는 별칭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플랜에어 회화(plein-air painting)를 고수했던 인상파 화가들과 가상으로 대화를 나누는 상상을 즐겼다는 반 데 벨데는, 자신 또한 상상 속에서 평원의 어딘가 혹은 세상의 한 모퉁이에서 조용히 대상을 포착해 왔기에, 플랜에어 화가로 불려도 손색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여러 악기와 음역을 조율해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내는 유능한 지휘자처럼, 그는 자신이 호출해 낸 세상의 복잡한 층위 속에서 여러 갈래의 내러티브를 서서히 정제하며, 마침내 임계점에 이르는 순간을 맞이하기를 고대한다. *출처 :갤러리바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