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2025.11.21 - 2026.0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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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 화~토요일 10:00~18:00 |
| 장소| | 타데우스 로팍 서울/서울 |
| 주소| |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122-1/2층 |
| 휴관| | 일요일,월요일 |
| 관람료| | 무료 |
| 전화번호| | 02-6949-1760 |
| 사이트| | 홈페이지 바로가기 |
|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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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조각의 언어 호안 미로 “나는 정말로 환상적이며 살아 있는 괴상한 것들의 세계를 조각 속에서 창조할 것이다.” — 호안 미로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카탈루냐(Catalonia) 출신의 거장 호안 미로(Joan Miró, 1893–1983)의 개인전 《조각의 언어》를 개최한다. 본 전시는 세종문화회관(2016)과 마이아트뮤지엄(2022)에서 열린 미로의 대규모 회고전 이후, 국내에서 3년 만에 선보이는 작가의 개인전이다. 《조각의 언어》는 국내에 거의 소개된 적 없는 미로의 청동 조각들을 중심으로 그의 생애 마지막 시기에 집중된 조각 실험을 조명한다. 미로의 조각은 초현실주의적 아상블라주(assemblage)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러한 조형 실험은 작가의 예술 세계 속에서 점차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본 전시에서 선보이는 후기 아상블라주 조각은 미로 특유의 끊임없는 실험 정신이 응결된 결정체로, 일상에서 발견한 사물을 활용해 작가 특유의 조형 언어로 변모시키는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의 손 끝에서 사물들은 상상력과 시적 감각을 입고 새롭게 결합되며, 하나의 독창적인 조각적 별자리로 재탄생한다. 이에 대해 예술 평론가이자 시인인 자크 뒤팽(Jacques Dupin)은 “미로 특유의 독창적인 조각적 상상력이 가장 순도 높게 드러난 시기”라고 평한 바 있다. 마요르카(Marjorca) 작업실에서 완성된 일련의 작품들은 민속 예술과 공예품부터 해안 식물과 광물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발레아레스 제도(Balearic Islands) 에서 수집한 요소들을 담고 있으며, 자연의 요소를 자신만의 고유한 조형 언어로 승화시킨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한편, 미로의 초기 과슈 회화 한 점과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사진가 중 하나인 어빙 펜(Irving Penn, 1917–2009)이 촬영한 미로의 초상 사진 두 점이 함께 전시된다. 미로와 그의 조각 사이의 상호적 관계를 포착한 펜의 사진은 예술가의 존재와 조형 세계가 어떻게 긴밀히 맞닿아 있는지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호안 미로는 가족 농장이 있던 카탈루냐 몬트로익(Mont-roig) 주변 시골에서 채집한 식물과 돌들의 형식적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1922년부터 조각 실험을 본격적으로 전개했고, 1930년대 초에는 초현실주의적 작품인 〈구성 (Constructions)〉(1930)과 이후 〈시적 오브제(Objets poétiques)〉(1936)를 통해 평면 회화에서 삼차원적 조형으로 영역을 확장했는데, 이 작품에는 박제 앵무새 등 ‘발견된 오브제’가 포함되어 있으며, 미로의 독창적인 조형 감각이 서서히 구체화된 시기로 평가된다. 1944년 도예가 조셉 로렌스 아르티가스(Josep Llorens Artigas)와의 협업을 시작한 미로는 1953년 이 관계를 다시 이어가며 본격적인 조각가로 도약했다. 1960년대 이후, 조각은 미로 예술 세계의 핵심으로 자리잡았으며, 특히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Saint-Paul-deVence)에 위치한 매그 재단(Fondation Maeght)에 설치된 장소 특정적 작품 〈미로의 미로(Labyrinth Miró)〉(1964, 1968, 1973)는 그 정점으로 꼽힌다. 갤러리 안쪽 벽면에 어빙 펜이 1948년 촬영한 미로의 초상 사진 두 점 중 하나에서 미로는 스페인 타라고나에 있는 자택 옥상에서 하늘 아래 자신의 조각들과 나란히 서있다. 다른 사진에서는 미로가 유기적 형태의 청동 조각들을 자신의 품에 안은 채, 펜의 렌즈를 꿰뚫듯 응시한다. 사진에 담긴 작은 청동 조각들은 1940년대 미로의 손끝에서 직접 빚어진, 원초적 볼륨감을 지닌 작품들로 그의 창의성과 인간적 따뜻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전시작 다수는 미로가 마요르카 세르트(Sert)의 작업실에서 제작한 조각들로, 섬에서 수집한 자연물와 잡동사니(bric-abrac)에서 비롯되었다. 나뭇가지, 조약돌, 그리고 마요르카의 전통 민속 도자기 피리인 ‘시우렐(siurells)’까지 그가 택한 소재는 다채롭고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동시에 모두 일상의 흔적을 지니고 있다. 미로는 손자 호안 푼옛 미로(Joan Punyet Miró)에게 이렇게 말했다. “산책할 때 마치 버섯을 찾듯이 일부러 사물을 찾는 건 아니야. 어느 순간 갑자기 쾅! 하고, 마치 자석에 끌리듯, 자연스럽게 눈이 멈춰.” 그는 이렇게 수집한 오브제들을 작업실 바닥에 흩어 놓고, 본능적으로 조합해 ‘시적 충격(poetic shock)’을 불러일으키는 형태로 배열한 뒤, 이를 청동으로 주조해 시간의 흔적 속에서도 변치 않는 조각으로 완성했다. ‘꿈의 자동기술(oneiric automatism)’을 바탕으로, 미로는 가장 단순하고 소박한 소재에서 고도의 시적 조형을 이끌어냈다. 그의 가까운 친구 호안 프라츠(Joan Prats)가 농담처럼 말했듯, “내가 돌을 집으면 그저 돌이지만, 미로가 돌을 집으면 그것은 곧 ‘미로’ 그 자체가 된다.” 《조각의 언어》는 미로가 자신의 조각 작업을 통해 불러일으키고자 했던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듯한 거대한 감각’을 다시 환기한다. 한 작품에서는 옷걸이와 대나무, 플라스틱 파편이 곧 공연을 펼칠 듯한 생동감 넘치는 체조 선수로 탈바꿈되고, 또 다른 작품에서는 야자나무 그루터기 위에 놓인 합성 고무와 뒤틀린 병 조각들 사이로 토템적 포옹을 나누는 한 쌍의 인물이 된다. 특히나 미로는 각 오브제에 잠재된 ‘영적’ 에너지를 이끌어내어, 겉보기에 서로 무관해 보이는 사물들을 어린아이 같은 장난기, 카탈루냐 특유의 해학, 그리고 그만의 시적 감성이 깃든 조각으로 재탄생시켰다. 갤러리 야외 중정에는 높이 3미터에 달하는 작품 〈여인과 새(Femme et oiseau)〉(1982)가 자리한다. 이 작품은 1962년 도자 조각으로 처음 구상된 것으로, 이듬해 바르셀로나 호안 미로 공원(Parc de Joan Miró)에 설치된 22미터 높이의 거대 조각 〈여인과 새 (Dona i Ocell)〉(1983)를 앞선 중요한 선행 작품이다. 원시적인 형태와 과장된 성징(性徵)을 지닌 이 추상적 여성상은 구석기 시대 여신상을 연상시키며, 그 위를 장식한 초승달 모양의 새는 미로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지상과 천상 세계 간의 강력한 연결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는 미로의 조각이 만들어 내는 ‘몽환적 풍경’을 한국에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전시 공간 자체가 조선 시대의 미학과 문인정신을 반영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비록 미로는 한국을 직접 방문할 기회가 없었지만, 자연에 향한 그의 섬세한 감수성은 전통 한국 미술 전반에 흐르는 자연에 대한 깊은 존중과 공명한다. “내 조각이 자연의 요소, 나무, 바위, 뿌리, 산, 식물, 꽃과 혼동되기를 바란다”라는 그의 말처럼, 타데우스 로팍 서울의 전시에서는 한옥의 차경(借景) 개념을 반영한 한지 구조물의 열린 틈을 통해 그의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이는 자연을 은근하게 공간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미로가 매그 재단에 세운 기념비적 작품 〈미로의 미로〉를 연상시키며 초현실주의가 즐겨 탐구한 ‘미로(maze)’라는 정신적 은유와도 맞닿아 있다. 창과 문 사이로 드러났다 사라지는 미로의 청동 조각들은 마치 하나의 살아 있는 풍경처럼 공간과 호흡한다. 카탈루냐 예술가의 애니미즘적 감수성과 한국적 미감이 한데 교차하는 이번 전시는 미로의 급진적 아상블라주 조각이 지닌 영적 본질을 더욱 고양시킨다. *출처: 타데우스 로팍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