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느리지만분명하게, 보이지않는것들의탄생법 채림의 작업은눈으로확인되는형상보다더깊은곳에서시작된다.그녀의화면에서형태는즉각적으로드러나지 않으며,대신아주느리게그러나분명하게자라난다.이러한발생적리듬은메를로퐁티가말한“보이지않는것(The invisible)이보이는것(The visible)에 스며들어 형상을 생성하는 지각의 층위”[1]와맞닿아있다.전시 제목 ‘Ontogenesis’는 바로 이처럼 감각적 형상이 태동하는 과정, 즉 육안으로는 인지되지 않는 생성의 흔적들이 조형 언어로전환되는순간을지시한다. 전통과 현대, 회화와 공예, 자연과우주사이의경계를어떻게가늠할것인가하는문제는오래도록한국현대미술 담론의 핵심과제였다.단색화이후물성중심회화는“재료가스스로말하도록하는”조형적사고를확장했고[2], 미니멀리즘의구조적사고는“작품과지각의관계”를다시규정했다[3].그러나채림의작업은이러한계보에단순히 위치하지않는다.그녀는옻칠,삼베,한지,보석처럼서로다른기원과시간성을지닌요소들을혼융시키며,브뤼노 라투어가 말한 (Hybrid assemblage : 자연, 기술, 감각, 신체가 동등한 층위에서 얽히는 생성체[4])의 형태를 구성한다. 이 혼융은 단순한 전통의 확장이 아니라, 재료 간의 만남을 통해또다른존재적발생방식을발명하는 과정이다. 작가의옻칠화면은깊고캄캄한공간을펼쳐놓으며,빛은순간적으로번쩍이지않고거의보이지않을만큼느리게 환해진다.이‘미세하게태어나는빛’의구조는바슐라르가설명한물질적상상력의깊은시간[5]을상기시키며,화면 위 오브제들은 산알처럼 솟아올라 작은 탄생의 사건을 구성한다. 이러한 ‘느리지만 분명한’ 운동성은, 동아시아 미학에서오래도록논의된무상(無相)의형상(없꼴의꼴,없몬의그림)과도이어진다. 최근 작업에서채림은한지의구김과삼베의숨결을적극적으로끌어들이며,재료가지닌고유한시간성과기원을 화면 위로 호출한다. 이는 잉골드의 (Materials in the making) 재료가 만들어지며 동시에 세계를 생성하는 방식[6]과 유사한관점을따른다.제주쇠소깍에서받은영감은해수와담수가만나는경계적장소성과연결되며,이 경계의흐름은색과빛의생성방식으로옮겨진다. [1]: Merleau-Ponty, M. (1968). The Visible and the Invisible. Northwestern University Press. [2]: Judd, D. (1965). Specific Objects. Arts Yearbook, 8. [3]: Morris, R. (1966). Notes on Sculpture. Artforum, 4(6), 42–44. [4]: Latour, B. (1993). We Have Never Been Modern. Harvard University Press. [5]: Bachelard, G. (1964). The Poetics of Space. Beacon Press. [6]: Ingold, T. (2013). Making: Anthropology, Archaeology, Art and Architecture. Routledge. [7]: Jameson, F. (1991). Postmodernism, or, The Cultural Logic of Late Capitalism. Duke University Press *출처: TH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