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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GR1지알원 개인전《Grrr!》
Exhibition Poster
기간| 2026.01.28 - 2026.03.28
시간| 10:00-18:00
장소| OCI 미술관/서울
주소|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45-14
휴관| 일요일,월요일,공휴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734-0440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지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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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 전시전경

    지알원, 개들이 짖는다, spray paint on canvas, 227.3×181.8㎝, 2025

  • 전시전경

    OCI미술관 지알원GR1 개인전 전시전경

  • 전시전경

    지알원, People, I Know, archival pigment print, 13×20.8㎝ ea. 77pcs, 2014-2016 (Detail)

  • 전시전경

    지알원, New Garden, spray paint on wood, object, dimensions variable, 2025
  • 			보이는 목소리
    
    
    들어가며
    
    만화와 힙합을 좋아하던 소년 지알원[1]은 2000년, 청소년 시절 그의 고향인 부산에서 첫 그래피티를 제작했다. 이후 그는 ‘최대한 많이, 최대한 위험한 곳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모험과도 같은 여정을 시작한다. 대학 졸업 후 시카고의 한 신문사에 취직한 뒤에도 그는 퇴근 후 스케치를, 주말에는 거리를 누비며 그래피티 작업을 이어갔다. 폐공장에 무단 침입해 8층까지 계단 손잡이 봉을 타고 올라가 그래피티를 남기다 체포되었던 어느 날의 이야기는 이제는 웃으며 꺼내는 하나의 에피소드다. 그러나 당시의 살벌했던 상황을 떠올려 보면, 그러한 (무모한) 용기를 쉽게 낭만화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래피티를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스프레이 통을 더 세게 쥐었다.
    
     이러한 지알원의 삶의 궤적은 전설이나 설화처럼 들리기도 한다. 다만 그것은 어떤 영웅담이 아니라 그가 보여준 그래피티적 태도의 연대기에 가깝다. 이번 개인전은 바로 그 태도가 문법이 되고, 문법이 시각예술로 발화되는 지점을 따라간다.
    
     
    
    Chapter 1. 그래피티의 확장
    
    
    
    지알원은 분명 그래피티에 기반을 두지만 그 정체성에 갇히지 않는다. 그의 작업은 평면 회화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와 형식으로 확장되며 미술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한국을 비롯하여 미국, 아시아 전역을 오가며 그래피티 아트를 폭발적으로 생산해 내던 그가, 2013년경부터는 특히 동아시아의 주요 도시를 누비며 특정한 주제, 즉 내러티브를 가진 대형 그래피티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한다. 회화의 문법으로 풀어낸 거리의 작업은 자연스럽게 순수미술로 연결된다. 이야기를 가진 그래피티는 더 이상 즉흥적 흔적에 머무르지 않았으며, 화면을 구성하는 조형 언어로 진화했다.
    
    2019년 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에서의 개인전을 기점으로 그는 본격적으로 제도권 미술계에 진입한다. 지알원 회화에서 눈에 띄는 속도감, 화면을 가득 채우는 밀도, 차분하고 고상한 붓질과는 대척점에 있는 일필휘지의 폭발적 제스처는 모두 거대한 벽을 상대로 몸 전체를 사용해 작업하던 관성과 에너지가 응축된 결과이다. 또한 그의 작품은 직시성이 매우 뚜렷하다. 의미를 쉽사리 파악하기 어려운 개념적 미술이 아니라, 달리는 차 안에서 보아도 찰나에 각인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러한 지점 역시 그래피티의 속성과 연결된다. 질료적 특징도 그러하다. 지알원은 물감 대신 그래피티 재료인 스프레이와 아크릴 마커를 작업의 주된 소재로 사용한다.
    
    독특한 점은 그의 회화에서 두드러진다. 정통 그림의 바탕재가 되어 왔던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고는 있으나, 작품 제작에 앞서 특별한 표면 처리 과정을 거친다. 그는 종종 아크릴 보조제를 발라 캔버스에 거친 요철을 만든다. 이는 일반적으로 그래피티가 제작되는 벽의 불균질하고 거친 물성을 표면 위로 전이시키려는 시도이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각자 고유한 스타일을 구축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지알원의 그래피티 스타일은 마치 번개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듯 날 선 선들이 연쇄적으로 분출되는 형상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특징은 그의 순수 작업 전반으로 확장되는데, 회화에서는 삼각형과 다각형으로, 조각에서는 주로 뿔을 연상시키는 구조로 나타난다. 그래피티에서 비롯된 시각적 형태가 연장되면서 지알원 작업 전반에 걸친 일관된 조형적 문법을 만들어 냈다.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은, 그의 회화가 단순히 그래피티를 화면에 옮기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그의 작업이 향하는 지점은 그래피티의 외형과 활동 경계는 물론이며 그 대상까지도 아우르는 확장적 태도에 있다. 지알원은 이를 통해 그래피티를 이미지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하나의 실천적 방법론으로 전환함으로써 동시대 미술에서 유효한 조형 원리로 발전시킨다.
    
     
    
    Chapter 2. 지알원이 여기에 있었다
    
     
    
    들개
    
    이번 전시 《Grrr!》는 지알원이 처음 그래피티를 시작했던 시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작업 전반을 집약적으로 조망한다. 전시장 입구에서 관객을 맞이하는 작품 〈개들이 짖는다〉(2025)는 지알원의 정체성을 단번에 각인한다. 지옥의 문을 지키는 케르베로스를 연상시키는 이 개들은, 전시의 제목처럼 으르렁거리는 소리 ‘grrr!’를 시각화한 대상들이다.
    
     케르베로스가 지옥의 문을 지키는 존재라면, 지알원은 무엇을 지키고 있는가. 그는 거리위의 존재들을 길들지 않은 들개에 비유한다. 그러나 무작정 공격적인 존재가 되겠다는 것은 아니다. 비주류와 주류를 가르는 제도의 폭력성에 맞서, 오히려 지키고 드러내기 위해 으르렁거리는 존재에 가깝다.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대상들은 주로 사회의 주변부에 머물다 사라지거나, 잊히거나, 혹은 끝내 주변에 남겨진, 주목받지 않는 존재들이다. 이처럼 지알원은 주변부에 머물던 것들을 지속적으로 작업에 소환한다. 이 과정에서 비주류 문화와 존재들에 대한 연대의 감정이 작업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는 이들을 작품의 위치로 끌어올려 ‘여기에 분명히 있었다’라는 존재적 사실을 발언한다.
    
    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형광 주황 색채 또한 이러한 태도를 응축하고 있다. 어둠과 위험 속에서도 가장 먼저, 가장 선명하게 식별되기 위해 주로 공사장의 작업복이나 도로 표지, 안전/구조 장비 등에 사용되는 고시인성 주황색(safety orange)의 특성을 활용한다. 읽히기 이전에 인식되는 색, 시선을 붙잡는 강렬한 오렌지빛 컬러는 그의 작업에서 ‘보이는 목소리’로 기능한다.
    
     
    
    기록과 집합
    
    거리의 그래피티는 필연적으로 휘발된다. 지워지고 덮이며 생성과 사라짐을 반복한다. 그렇기에 지알원은 집요한 기록을 통해 시작과 과정, 결과를 아우르는 모든 것을 물리적/비물리적으로 남기려는 강박적 태도를 유지한다. 그래피티를 촬영한 이미지 파일을 날짜순으로 정리하여 아카이빙하는 것은 기본이다. 작업 후 발생한 쓰레기, 예를 들어 빈 스프레이 깡통, 심지어 스프레이 안료를 닦아낸 천까지도 보관한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러한 태도를 고수해 왔다. 그가 집요하게 기록하고 수집해 온 방대한 자료들은 자연스레 거대한 규모의 아카이브를 구축하였다.
    
    지알원과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의 비범함에 놀라곤 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 1999년, 처음 그래피티를 하고자 마음먹은 그는 작업을 위한 첫 스케치로 ‘KOREA’라는 단어를 종이에 펜으로 남겼다. 지알원은 이 스케치의 원본을 2026년 현재까지 보관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에는 그것의 스캔본을 출품했다.
    
    어린 시절부터 자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아카이빙해 온 것인지, 혹은 우연히 버리지 못한 채 남아있었던 것인지는 작가 본인만이 알 일이다. 다만 거리와 제도권을 넘나들며 작업하게 될 자신의 미래를 예견이라도 한 듯, 초기의 스케치를 지금까지 간직해 오고 있다는 사실은 그의 기록에 대한 집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과정까지 치밀하게 기록해 온 덕에 우리는 지알원이 남긴 수많은 그래피티의 결과물뿐 아니라 그래피티를 하러 가는 길, 동료들과 작업하며 축적된 에피소드의 흔적들까지 엿볼 수 있다. 15m에 달하는 벽을 가득 채운 사진 아카이브 〈Archives 2000-2025〉(2025)는 최초의 스케치(1999)와 최초의 그래피티 작업(2000)을 비롯해, 세계 곳곳을 누비며 남겨 온 수많은 그래피티 프로젝트의 흔적들을 한자리에 집약한다. 나아가 시카고의 폐공장에서 계단 봉을 타고 오르내리던 기념비적인 순간에 이르기까지, 그래피티와 함께해 온 지알원의 아티스트적 삶의 실황이 고스란히 펼쳐진다.
    
    그래피티 부산물을 작업으로 격상한 〈Defrag-Walls, Cans〉(2025)와, 불특정 다수의 태깅과 스티커 수백개를 캔버스 위에 부착한 〈Defrag-Stickers〉(2025)는 지알원의 광적인 수집가적 면모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작업들이다. 이 두 작업은 완결된 이미지보다, 그래피티가 생성되고 소멸되는 과정 속에서 남겨진 잔여물과 흔적들에 주목한다.
    
    156점에 달하는 〈Defrag-Walls, Cans〉에는 다 쓴 스프레이 캔과 거리에서 수집해온 그래피티 벽면이 재료로 사용되었다. 특히 벽면 조각들의 경우 표면을 부분적으로 갈아내어, 덮고 또 덮이는 그래피티의 특성과 함께 축적된 안료의 층위를 그대로 드러낸다. 시간의 지층처럼 쌓인 색의 흔적은 익명의 역사를 표면 위로 떠오르게 한다. 〈Defrag-Stickers〉는 그래피티 문화에서 자신의 필명이나 아이콘을 빠르게 남기기 위해 사용되는 태깅의 흔적을 수집한 작업이다. 거리의 기물에 붙어 있던 ‘지알원 왔다감’ 스티커를 비롯하여 불특정 다수의 태깅을 떼어다 빼곡히 부착하였다. 우리가 이따금 스쳐 지나치던 작은 표식들은 캔버스 위에서 집단적 흔적이자 축적된 기록으로 전환된다. 이렇듯 지알원은 휘발되는 흔적들을 기록하고 소환하는 방식을 통해 ‘여기에 분명히 있었던 존재’를 증언한다.
    
     
    
    Chapter 3. 그/것들이 여기에 있었다
    
     
    
    얼굴을 남기는 일_〈People, I Know〉, 〈People, Like This〉
    
    지알원은 주류와 비주류, 중심과 주변의 경계에 스스로를 위치시킨다. 그리고 그 중간지대에서 사회의 기준에 의해 소외된 대상들을 응시해 왔다. 〈People, I Know〉(2014-2016)는 지알원이 그의 주위 동료 예술가들(특히 하위문화와 관련된)을 동아시아 주요 도시의 길거리 곳곳에 스트릿 아트로 남긴 프로젝트이다. 그는 당시 이 작업들을 모두 사진으로 기록해 두었다.
    
    그리고 약 10년이 지난 2025년, 주변 지인들을 다시 캔버스 회화 〈People, Like This〉(2025)로 제작한다. 이번에는 타투이스트, 펑크 뮤지션, 코스플레이어 등 비주류 문화 영역의 인물들이 화면에 등장한다. 전시장에는 14-16년에 촬영된 사진과, 25년에 그린 회화가 함께 놓인다. 사진 작업이 담아낸 역사의 행적은 공간 곳곳을 흐르고, 그 중심에 우뚝 선 회화는 골목의 벽체처럼 자립한다. 지알원은 이렇게 이면의 얼굴들을 불러내어, ‘그들이 여기에 있음’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도시, 정체성, 주변부의 서사_〈Osakascape-JUSTMEET〉
    
    2018년부터 지알원은 도시가 배제해 온 하위문화의 존재 가치를 묻는 시리즈 작업 〈Cityscape〉를 제작해 왔다. 화려한 도시로 보이는 서울의 이면, 즉 뒷골목과 담벼락에 남겨진 그래피티의 흔적들을 캔버스에 그려낸 〈Seoulscape〉가 출발점이었다. 이후 2023년, 시리즈의 연장인 〈붉은 홍콩〉에서는 홍콩의 골목 위에 민주화 운동의 장면을 병치함으로써 힘의 균형과 불균형 속에서 발생하는 충돌을 도시 풍경화로 시각화하였다.
    
     그리고 2025년, 새롭게 제작한 〈Osakascape-JUSTMEET〉에서 지알원은 도시의 구조에서 개인의 서사로 시선을 좁힌다. 이 작업은 2007년부터 교류해 온 재일교포 3세 그래피티 아티스트 시모무라 코이치(下村 宏一, SHIMOMURA Koichi), 필명 ‘JUSTMEET’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Osakascape-JUSTMEET〉는 영상과 회화, 두 가지 매체로 구성되어 있다. 영상 작업에서는 JUSTMEET가 조부의 고향인 제주를 방문하며 전개되는 에피소드와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와, 그가 제주에서 그래피티를 남기는 과정이 투채널로 상영된다. 이 작품은 사회의 틈새에 존재하는 자, 중심에서 밀려나 있으나 분명히 실재하는 존재의 정체성을 직면하게 한다. 회화에서는 오사카의 뒷골목 풍경과 JUSTMEET의 어린 시절 사진이 병치된다. 서로 미묘하게 어긋난 이미지들은 사회와 끝내 완전히 맞물릴 수 없는 개인의 정체성을 은유한다.
    
     
    
    자투리 풍경_〈NEW GARDEN〉
    
    첨예한 나무 조각들이 전시실을 가득 채운다. 앞서 언급했던 지알원의 그래피티 스타일, 즉 번개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뾰족한 형상들이 평면을 벗어나 3차원의 구조물로 증식했다. 바닥에는 5각형 위에 그려진 잡초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무성하게 펼쳐져 있고, 그 사이로 최대 높이 250cm에 달하는 6각형의 고목과도 같은 조각들이 자리한다. 합판을 재단해 제작된 이 작품들의 표면에는 철조망, 태깅, 거칠게 분출된 스프레이 드로잉 등 반달리즘(vandalism)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들이 중첩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곳곳에 배치된 60여 점의 삼각뿔이다. 5각형과 6각형 구조물 제작 과정에서 남은 자투리 합판으로 만들어진 이 조각들은 주변에서 시작해 마침내 공간 전체를 점유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풍경은, 주변부에 머물던 존재들을 끊임없이 시선의 중심으로 전환해 온 지알원의 작업적 실천을 여실히 보여준다.
    
     
    
    나오며
    
    이제 지알원은 그래피티와 순수 미술, 거리와 제도 사이를 전략적으로 오가는 유연성과 탄력성을 갖춘 듯 보인다. 그러나 그의 긴 약력의 첫 줄은 여전히 “2000, 거리에서 그래피티 작업 시작”이다. 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려는 문장이라기보다, 언제나 그래피티적 방식과 태도로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결의에 가깝다.
    
    다시 전시명으로 돌아가 본다. 지알원의 “Grrr!”는 단순한 저항의 외침이 아니다. 지워질 것을 알면서도 남기고, 들리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반복하며 존재를 각인하는 행위다. 말 대신 형태로 남은 발언, 우리의 눈앞에 드러나는 ‘보이는 목소리’다.
    
    
    
    [1] GR1, 작가의 그래피티 필명. ‘Graffiti’의 ‘G’와 ‘R’, ‘No.1’ 혹은 ‘Only 1’을 뜻하는 숫자 ‘1’로 구성된 합성어다. 작가는 국문 표기를 선호한다.
    
    
    - 정유연 (OCI미술관 선임 큐레이터)
    
    *출처:OCI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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