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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파라-자기
Exhibition Poster
기간| 2026-01-17 - 2026-02-21
시간| 화~토요일 11:00~18:00
장소| A-Lounge 에이라운지/서울
주소| 서울 종로구 부암동 239-9/2층
휴관| 일요일,월요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395-8135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조이솝, 다안 쿠자인, Z.T. 응우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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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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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라운지 <파라-자기>
  • 			파라-자기
    
    글 김다혜 (에이라운지)
    
    “진실과 허위는 얼굴도 비슷하고, 태도나 맛, 거동도 닮아 있다. 우리는 그것들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내 생각에 우리는 속임수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데 느슨할 뿐만 아니라, 우리를 그 칼에 찔리게 하려고 부러 애를 쓰고 있다. 우리는 허공에 섞여 들기를 좋아하니 우리 자신의 존재가 허공과 닮아 있는 탓이다.”주1 ─ 미셸 드 몽테뉴
    
    몽테뉴는 『에세』 제3권 11장 「절름발이에 관하여」에서 이 문장을 통해 우리 인간의 인지 능력이 얼마나 조야하고 둔탁한지를 지적한다. 그가 해당 장을 작성하는 데 바탕이 된 것은 16세기 프랑스에서 벌어진 마르탱 게르 사건으로, 아르노 뒤 틸이 오랫동안 집을 떠났던 마르탱 게르를 자처하며 그의 행세를 하고 그의 삶을 대신 살아가려 했던 이야기다.주2 마을 공동체가 아르노가 마르탱이라 속은 이 일을 통해 몽테뉴는 진실과 허위를 분별하려는 우리의 판단은 언제나 불완전하며 인간의 인식과 판단이 본질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은 정체성이 어떤 조건 아래에서 구성되고 승인되는지, 진실과 허위가 거의 구분되지 않은 채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줌에 있다. 문제는 판단의 실패가 아니라, 경계 자체가 언제나 불안정하다는 데 있다.
    《파라-자기》 전시는 이러한 불안정한 경계 상태를 ‘para-’라는 접두사를 통해 사유한다. ‘파라-’는 그리스어 전치사에 기원한 접두사로 함께, 옆에, 나란히란 의미와 불복종하고 위반하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파라-’는 뒤에 나오는 단어와 범주에 속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범주가 갖는 힘과 효과를 거의 동일하게 수행하는 상태를 지칭한다. 외부에 있으나 주변을 맴돌고, 모방이지만 원본처럼 작동하며 타자의 욕망이지만 나 자신의 것처럼 감각되는 것이다. 한국어에서 ‘자기’는 나 자신을 가리키기도 하고 연인을 지칭하기도 하며, 때로는 그저 지금 내 말을 듣고 있는 상대방을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점은 마치 우리가 결코 단일하고 완전한 단 하나의 ‘자기’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닮아 있다. ‘자기’는 항상 여러 층위와 관계 속에 있으며 단일한 존재로 완전히 고정되지 않는다.
    
    다안 쿠자인 (Daan Couzijn, b. 1994)은 진품과 위조품, 원본의 아우라와 기술적 재현, 작가성의 경계를 교란한다. 경매를 통해 얻은 앤티크 회화에서 분리된 안료와 바니쉬는 새로운 앤티크 가구와 캔버스 위로 옮겨지며, 원본의 아우라는 더 이상 하나의 기원과 작품에 고정되지 않는다. 또한 인공지능을 통해 17-18세기 네덜란드 전통 회화에 기반한 풍경 이미지를 대규모 데이터로 축적하고 생성된 이미지를 바탕으로 위조품 제작자에 의해 그려진 Thinking of Holland 시리즈는 작가성과 제작주체를 모호하게 만든다. 그의 작업은 원본이 가지는 아우라가 더 이상 원본에만 귀속되지 않는 상태를 드러낸다. 그의 작품에 진품성이 있다고 봐야하는가, 이 작품을 다안의 작품이라 볼 수 있는가. 원본은 아니지만, 원본이 작동하는 방식을 그대로 수행하는 그의 작품은 해당 질문에 답을 던지고 해결하려하기보다, 오히려 이 질문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지점을 가리킨다.
    
    Z.T. 응우옌 (Z.T. Nguyễn, b. 1997)은 정지와 변화, 내부와 외부, 가능성과 불가피성 사이에 놓인 경계 위의 긴장 상태를 다룬다. 그의 드로잉 작업은 8.5×11인치 규격의 종이를 주 매체로 삼는데, 이는 미국과 캐나다, 중남미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용되는 표준 레터 사이즈이다. 삶의 이동과 정체, 승인과 보류를 판별하는 망명 신청서, 시민권 신청서 등에도 사용되며 일상적인 편지, 메모에도 사용된다. 응우옌은 이 종이를 접고, 겹치고, 쉽게 옮길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한다. 이는 종이가 담고 있는 제도적 권위과 규정의 힘 안에서, 그 힘이 결코 단단하게 고정되지 않음을 드러내는 방식이 된다. 그의 작업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별과 모기는 이러한 경계의 불안정성을 시각적으로 응축한다. 무한한 외부를 가리키는 자연적 별과 정치적 기호로 압축된 오각별 사이의 간극은 규정과 상징이 어떻게 생성・번역되는지를 보여주며, 해롭고 배제되어야 할 존재로 인식되는 모기는 동시에 제거될 수 없는 조건으로 남아 있는 타자의 형상을 띤다.
    
    조이솝 (b. 1994)은 ‘파라-자기’의 구조를 정체성 내부로 끌어온다. 욕망의 출처가 불분명해진 주체, 타자의 욕망을 내재화한 주체는 그 분열을 인식하면서도 동시에 이를 유지한다. 그의 ‘자기’는 분열되었지만 하나처럼 작동하며 붕괴하지 않는다. 온라인에서 수집한 이미지, 레이스, 비즈, 샤워호스, 일기장 등 서로 다른 성격의 재료들은 서로 엮이거나 뒤엉켜 하나의 덩어리이자 작품을 이루고 때로는 공중에 매달린 형태로 제시된다. 조이솝은 주관과 객관 사이의 모순과 불확실성의 세계를 사유하며, 그가 사랑한 사람과 사물 속에서 자신의 욕망과 감정의 흔적을 되짚는다. 이때 ‘자기’는 외부로부터 위협받는 상태가 아니라, 이미 타자의 흔적이 스며든 상태로 구성된다. 그의 작업은 자기와 타자, 나의 감정과 타인의 욕망이 구분되기보다 겹쳐진 상태로 작동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파라-자기》는 서로 상반되는 상태, 원본이 아니지만 원본처럼 작동하는 상태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경계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선언하기보다, 오히려 경계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그러나 우리가 이 경계를 인식하면서도 반복적으로 넘나들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자 한다.
    
    *출처:에이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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