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한국화라는 범주 속에 여성 작가들이 현대성의 특질로 드러내는 내면풍경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역단'[易斷], 즉 "운명을 거역하다"가 아닌가. 운명이란 조건화된 모든 굴레이다. 장르적 운명지움, 매체적 운명지움, 젠더적 운명지움, 모성적 운명지움을 모두 거역하라. "나는 은빛이며 정확하다. I am silver and exact."(실비아 플라스) ● 은거울에 비춰본 자아의 초상은 눈부시며 풍경을 정확히 물들인다. 은이라는 금속의 쨍한 울림에 비춰진 풍경 세계는 자아와 상처를 저기 저 자연 속에 처바르며 동시에 그 풍경이 여성 자아에게로 되울린다. 그러한 거역의 퍼포먼스로서 한국화는 '이단'[易斷], 즉 "쉽게 절단하다" 라는 새로운 자유로움, 푸른 샘물 같은 생명력으로 훌쩍 점프하고자 한다. 벼랑 끝에서 점프해야 날아오르는 실존의 결단! 강인하고 질긴 여성성의 에센시아! 푸른꽃 같은 멍과 태양이 지배하는 일상과 뜨거운 화로 같은 마음과 시김새! 이처럼 본디 한국화의 뿌리가 되는 '뜻과 마음의 풍경'[意境]이 저 바깥의 자연 풍경과 작자의 마음 풍경이 하나가 된다는 정경교융[情景交融]을 박차고 다시 날아오른다. 조건지움의 세계로부터 기존의 이미지 아닌 미지의 낯설고 강렬한 힘의 이미지라는 상외지상[象外之象]의 세계로! 이번 전시는 전체적으로 뭐라 규정하기 힘든 한국화 여성 작가들의 꿈틀꿈틀이자 꿈의 틀 같은 코끼리 한 마리의 하늘유영 같은 풍경의 세계로 나아간다. 김남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