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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몸을 벗은 사물들 - 최수앙
기간| 2019.10.11 - 2019.12.29
시간| 10:00 - 19:00
장소| 봉산문화회관/대구
주소| 대구 중구 봉산동 125
휴관| 월요일, 설, 추석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53-661-3500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최수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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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 			‘사실’, ‘사실적’, ‘사실 흔적’과 마주하기
     예사롭지 않은 기이한 상상이다. 전시장 입구에서 바라보이는 높은 벽면의 중간쯤에 기념비처럼 서있는 사실적인 여성누드 조각이 그렇다. ‘MATURED MATERIAL’이라는 이름의 이 조각은 오른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긁어 뜯어내는 기이한 동작을 취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스스로를 부정하는 정체성의 혼란과 같은 서사를 읽어낼 수 있지만, 작가의 본래 의도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잘 재현한 물질로서 조각의 속살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며 뭉개는 작가의 행위 사실을 시각화하여 조각 작품의 일부로 뒤섞는 것이다. 또한 사실적인 피부의 재현을 위해 조색하고 채색하는 과정과 함께 가장 인공적인 색을 상징하는 네온 핑크를 뜯겨나간 얼굴의 표면에 채색하는 행위를 뒤섞으며, ‘사실적인’을 바탕으로 작가가 생각하는 행위와 그 흔적의 ‘사실’을 드러내거나 감추는 모호한 경계를 제시하려는 것이다.
     
     그 왼쪽 벽면에는, 인체를 사물로 보고 인체의 각 부위를 부분적인 사물의 덩어리로 떼어내어 각각을 펼쳐 놓은 이미지의 평면작업 ‘DODGING A BALL’이 있고, 그 맞은 편 벽면에는 그 부분적인 사물들을 쌓은 이미지의 평면작업 ‘A CUP OF WATER’와 함께 초록색의 두상조각 ‘UNTITLED’가 있다. 이 조각은 나이 많은 아버지의 얼굴을 재현한 사실적인 형상의 일부를 짓이기는 시각적 상징성으로 인하여 마치 살아온 삶을 부정하는 서사를 연상할 수 있는 작업이다.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하여, 조각 행위를 하면서 생겨난 실재의 ‘사실’과 실재와 같은 ‘사실적인’ 것에 대한 의문을 처음으로 실험하고 그 연작을 시작하였다.
     
     처음 보았던 여성누드 조각과 마주하는 위치의 직육면체 상자에 앉은 자세로 설치된 사실적인 남성 인체조각 ‘UNTITLED’는 작가의 최근 작업이다. 손과 발의 재현에서 그 실재 같은 사실적인 솜씨와 생생한 느낌이 탁월하다. 작가는 물리적으로 허구일 수밖에 없는 이 사실적인 조각의 머리 일부를 손으로 뭉개고 짓이기며 크기를 키워서 마치 머릿속의 생각이 점점 자라는 상상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듯이 흔적을 남기는 실재의 사실 행위를 뒤섞어 ‘사실’과 ‘사실적인’에 대하여 질문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사실적’으로 만든 몸과 실재적인 조각 행위로서 ‘사실 흔적’을 조각으로 결합하는 방식을 통하여, 사회현실에서 사물처럼 소외되는 현대인에 관한 ‘사실’들을 다룬다. 최수앙은 예전부터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를 주목하여 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의 시스템은 효율성을 위하여 모든 것을 표준화하고 계량화하여 행위와 사물의 단위들을 체계화하였다. 이것은 수치화할 수 없는 인간도 사물처럼 인식하게 되는 세계 현상의 기원이 되었고, 작가는 이처럼 인간이 ‘사물화’되는 척박한 사회현실이라는 ‘사실’에 관한 생각들을 개인의 신체를 감성으로 되돌아보려는 ‘사실적인’ 조각으로 구체화 했었다. 그 이후로는 사실적인 재현 방식의 한계를 대신하여 인간의 신체를 사물처럼 단위 상태로 해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평면그림을 시도하기도하고 비정서적인 객체화를 실험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작가 개인의 소멸을 경험하게 된다. 이 경험에 의해 작가 자신의 조각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작품에 개입하는 최근의 방식들을 실험하게 이른 것이다.
     
     사실적이고 생생한 인체 조각을 통하여 강한 인상을 주는 조각가로 잘 알려져 있는 최수앙의 미술행위는 예사롭지 않은 응시와 통찰로 포착한 현대 사회 속에서의 대상화되는 직접적인 ‘몸’, 그리고 그 ‘몸’들이 상징하는 감성적 은유 같은 가시적이면서 동시에 비가시적인 영역으로서 몸의 개념을 뒤섞으며, 발견하고 공유하고 공감하는 혹은 이를 위한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포괄적인 행위들로 작동한다. 그가 만들어내는 놀랍도록 사실적인 ‘몸’은 극사실적인 피부와 인물의 형태로써 혹은 거칠게 남겨진 변형의 흔적으로써 형상의 창조와 해체 혹은 조합의 변화를 통하여 세상을 해석하려는 자기 균형적 사유와 감성, 심리 등의 흐름들을 구축한다. 일반의 재현적인 조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이 사실적인 인물의 암시와 상징들은 또 다른 맥락들과 함께 현실 속에서 존재의 실체를 감도는 사실의 메시지로서, 불안과 결여가 공존하는 실존적 인간의 삶과 그 인간의 강렬한 감수성들을 담는 매체로서, 세계와의 소통 부재라는 불편한 징후에 대한 인식과 리얼리티의 시각적 흔적들이다.
     
     극사실적인 인체를 조각하는 이에게 “당신은 뭘 하는가?”라고 물었을 때, ‘물질이 고도로 정교하게 배열된 사물 존재로서 인간’을 재현 중이라고 말한다면, 인간의 가치에 대한 그의 기계론적 태도에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당연히, 인간은 비교 평가의 대상이 아닌, 고유한 유전적 배열을 가진 유일무이한 존엄성의 존재로서 가치를 지닌다. 최근, 작가는 유일무이한 ‘나’를 드러내기로 하고, 사물이 된 ‘몸’의 조각에 몸을 벗기듯이 손자국 흔적을 남기는 ‘나’ 자신의 행위를 개입시키고 시각화 한다. 이는 ‘나’라는 절대적 가치를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가능성과 새로운 의미를 찾는 과정일 것이다. 이번 ‘몸을 벗은 사물들’에서 우리는 한국 조각의 사실성에 관한 작가의 새로운 시도와 사유에 대해 공감을 확장하려는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관객은 초이성을 넘나드는 감각적인 조각들로 인한 특이한 시각체험을 통하여, 사실에 관한 상상과 자성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그 가치와 힘을 스스로 발견해내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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