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EXHIBITION
정직성 '바람의 길_on the Road of the Winds'
기간| 2019.10.11 - 2019.11.03
시간| 화~토: 11:00~18:00 일, 공휴일: 13:00~18:00
장소| 누크갤러리/서울
주소| 서울 종로구 평창동 467-4
휴관| 일요일, 월요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732-7241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정직성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201912
    2019 acrylic and oil on canvas 70×40cm

  • 201911
    2019 acrylic and oil on canvas 80×100cm

  • 201909:梅
    2019 acrylic and oil on canvas 97×130.3cm

  • 201920
    2019 나전, 나무에 삼베, 옻칠 120.5×180cm
  • 			바람의 길
    
    조정란, 누크갤러리 디렉터
    
    ​
    
    2년여 전부터 제주를 오간다는 작가의 소식을 듣고, 정직성의 제주는 어떤 느낌인지 무척 궁금했다. 전시 ‘바람의 길’은 그 동안 작가가 그 곳 생활을 하며 얻은 큰 위안과 제주 풍경의 강한 인상을 작품을 통해 전하는 전시이다.
    
    제주의 거친 바람을 맞고 피어나는 동백과 매화, 현무암 바위틈에 자라나는 나무들은 작가의 힘찬 붓질을 통해 강한 생명력을 뿜어낸다. 작품 앞에 서면 거침없이 불어대는 제주의 강한 바람을 그대로 맞게 된다. 그렇게 표현되기까지 수없이 경험하고 고뇌한 작가의 수고가 고스란히 쌓여있음을 작품은 말해준다. 제주풍경의 많은 부분을 덮고 있는 현무암의 깊은 검은색을 표현하기 위해 방법을 찾던 작가는 오랜 시간 자개장롱을 모으며 보아온 깊고 아름다운 옻칠과 빛나는 자개의 나전칠기 기법으로 제주의 풍경을 표현하기에 이른다. 구상적이면서도 추상적인 그림을 그려온 정직성은 나전칠기와 옻칠이라는 긴 시간의 손 노동을 필요로 하는 장인의 세계를 경험한다. 10여 년간 작가의 관심을 끌어왔던 나전칠기의 의미는 무엇이며 자신의 작업에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이 작업을 통해 어떤 것을 느끼고 무엇을 얻었는지 모르지만 작가는 손에 물집을 잡혀가며 열심히 작업한다. 검은 옻칠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작은 자개조각들이 모여 이룬 풍경은 작가가 처음 나전작업을 하겠다고 말했을 때 필자가 염려했던 우려가 기우였음을 말해준다. 노동의 시간과 정성이 쌓여 만들어낸 아름다움은 그 어떤 것보다 숭고함을 알려준다.
    
    ​
    
    ‘바람의 길’전시를 통해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과 작가가 지니고자 하는 건강한 생명력을 느껴보기를 기대하며,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정직성의 용기에 응원을 보낸다.
    
    ​
    
    ​
    
    바람의 길
    
    곽현정(독립 큐레이터)
    
    ​
    
    ​
    
    정직성의 스물 두 번 째 개인전 ‘바람의 길’은 작가가 최근 이년간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제작한 회화와 나전칠기 작품으로 구성된다. 제주 귀덕리의 바닷가 작업실에 머물며 목격한 그 곳의 기후와 독특한 생태 환경을 특유의 추상 조형 감각으로 해석한 신작들은 매화 시리즈로 시작된 자연물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더욱 넓은 영역으로 확대되었음을 보여준다. 현무암 사이사이를 비집고 자란 넝쿨과 잡목, 눈 속에서 꽃잎을 터뜨리는 동백, 긴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을 알리는 매화 등 제주의 자연이 뿜어내는 기운은 거친 환경 속에서 기어이 살아남은 생명들에 깃든 숭고한 아름다움으로 작가에게 다가왔다. 특히 식물들에게는 척박한 삶의 조건이라 할 수 있는 검은 현무암 대지와 사납기로 유명한 제주의 바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제주의 생명들에 내재된 강한 생명력의 근원으로비춰졌다. 안정적 기후 속에 크고 화려하게 자란 열대 식물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제주 자연만의 생명력. 바람의 결을 따라 누워서 자란 오름의 팽나무를 보며 작가는 지금껏 작품을 통해 일관되게 드러내고자 했던 주제를 다시금 투영시켜 보았다. 척박하고 제한된 삶의 조건 속에 존재하는 의연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고통을 고통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태도는 제주의 자연을 소재로 한 이번 전시에서도 여실하게 드러난다.
    
    정직성은 도시, 연립주택, 공사장, 기계 등 이전 시리즈의 소재에 따라 그에 맞는 화면 구성의 논리를 정립하여 작가 특유의 개성이 느껴지는 추상의 세계를 구축해 왔다. 사실, 정직성은 필자가 아는 사실적 재현 능력이 가장 뛰어난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런 기량을 의도적으로 발휘하지 않고 군더더기가 제거된 최소한의 붓질만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추상성을 드러내는 것은 작가가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회화적 성취일 것이다. 경험하는 어떤 사건이나 상황 속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정서나 기운의 핵심적 특징만을 추출하여 붓질에 임하는 작가의 태도는 때로는 단순하게 느껴질 만큼 단호하게 명료하다. 주로 작가의 작품이 담고 있는 것은 구체적 대상이 품고 있는 어떤 기운인데, 제주의 자연을 소재로 한 이번 전시에서 주요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현무암의 대지와 돌담 등이 가진 검은색의 세련된 기품이다. 이전 매화 시리즈에서 작가는 특히 밤 매화의 매력에 빠져 다수의 연작들을 제작하였는데 마치 촛불을 연상시키는 꽃의 모습이 어두움, 밤이라는 배경을 통해 더욱 숭고한 아름다움으로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사실과 검은색의 배경색 위에 꽃을 그렸을 때 드러나는 세련된 색조 구성에 매료되어 검은색에 대한 실험과 고민을 이어가던 터였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 중 특히 주목하게 되는 작품들은 나전칠기 기법을 차용한 작품으로 작가의 회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낯선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회화 작업과 나전칠기와의 연결성은 작가에게 일어난 우연한 사건들과 앞서 언급한 검은색에 대한 고민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설명되어야 할 부분이다. 우연한 기회에 자개 장롱을 생활 공간에 두게 된 작가는 골동에 취미를 갖게 되면서 적극적으로 자개 가구들을 수집하게 되었다. 낡고 고루한 것으로 취급되고 있으나 작가의 눈에는 더없이 아름다운 조형 질서를 가진 오브제로서 자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작가에게 매력 있는 매체로 인식되었다. 제주 현무암의 검은색을 보면서 평소 익숙한 자개 가구의 검은색 옻칠을 떠올리게 된 것,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작가의 머릿속 이미지를 자개와 옻칠로 구현해 줄 수 있는 공방을 만나게 되는 과정은 우연 이라기엔 신기하게도 필연적으로 느껴진다.
    
    전통 나전칠기 기법을 이어 가고 있는 한 공방에서 작가는 몇 달에 걸쳐 회화의 방식을 나전칠기 기법으로 변환하는 시도를 감행한다. 떠오른 심상을 안료와 붓질로 즉각적이고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회화와 달리 일정한 프로세스를 거쳐 제작되는 나전칠기는 오히려 판화와 비슷한 성격을 보인다. 반복적인 칠과 갈아냄의 과정 속에서 의도한 옻칠의 색을 얻고 자개를 쪼개 파편을 만들어 부분의 순서대로 형태를 만들어 나간다. 색과 형태를 운용하는 회화에서의 경험은 진주패, 색패, 뉴질랜드패 등 원산지와 종류에 따라 다양한 색을 내는 자개 원료와 끊음질, 타찰법 등의 나전 기법을 이용해 변환되고 이를 통해 매화, 괴석, 파도, 번개 등의 추상적 이미지들이 탄생하였다.
    
    정형화된 전통 공예의 패턴에서 벗어나 현대미술의 추상성이 접목된 화면은 깊고 순수한 검은 색조 옻칠 배경 위에 오묘한 색채를 뿜어내는 형태가 겹쳐져 화면 자체가 아름다운 발광체로서 다가오는 신선한 시각적 경험을 안겨준다. 나전과 옻칠이라는 소재와 기법을 빌었을 뿐 작가에게는 여전히 회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 작업의 결과물이 관객과 미술계의 눈에 어떻게 평가될지 필자는 자못 궁금해진다. 현대 미술의 의미 있는 일탈 혹은 매체의 확장, 혹은 공예의 현대화, 새로운 대중성과 시장성 획득에의 시도 등 다양한 해석들이 있을 수 있을 텐데, 정직성의 이 대담한 신작들로 인해 많은 논란들이 일어나고 그것이 작가의 앞으로의 활동에 고무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면 좋겠다.
    
    축하의 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나전칠기는 1,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전통공예입니다. 40년 넘는 세월동안 이 일을 해오면서 나전칠기의 전성기와 쇠퇴기를 모두 지켜보았고 전통, 현실이란 틀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과 트렌드를 따라가고자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약 30년전에 만들어둔 매화 도안의 자개로 작품을 만들어볼까하여 공방에 펼쳐놓았는데 지난 봄 공방을 찾아온 정직성 작가가 이를 보더니 본인도 매화를 그리는 작가라며 반가워했습니다. 그렇게 우연히 발견한 공통의 관심사가 시작이 되어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정직성 작가는 10여년 동안 자개를 보고 연구하고 직접 자개장롱을 사용하기도 하는 등 우리 것을 사랑하고 그 아름다움과 가치를 아는 분이었습니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작가님의 작업실에서 자개장, 고가구 등 여러 작품들을 볼 수 있었고 실제 본 밤매화 그림은 추상적이고 뭉그러진 것처럼 보이지만 힘있는 터치와 함께 매화가 피워내는 따뜻함과 화사함이 느껴졌습니다. 작가님 또한 자개를 전통공예가 아닌 하나의 소재로서 현대 디자인으로 풀어가고 있는 아리지안의 작업들을 높이 평가해 주었습니다. 서로의 작업을 존중해주며 작가님의 솔직함과 진실함이 좋았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자개를 사랑하는 마음,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열망과 추구하는 방향이 일치했기에 각자가 그동안 했던 노력들과 쌓아온 경험을 모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자개, 옻칠을 현대미술∙회화에 접목하고, 기존 페인팅에서 벗어나 물감이 아닌 자개라는 새로운 소재로 작품에 임하는 기존의 알을 깨는 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해오던 방식을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헤르만 헤세도 싸운다, 투쟁한다라는 말을 사용했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 과정에는 불안함과 외로움,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당연히 수반됩니다. 정직성 작가는 본인의 확고한 신념과 의지로 정면돌파하듯 앞으로 나아갔고 자타공인 자개 덕후이지만 자개를 그저 바라만보고 좋아한 것이 아니라 현대미술에 접목하고자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연구를 했는지 같이 작업을 하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담한 도전이자 모험이지만 모두가 설레는 마음으로 작업했고 본인의 페인팅 작업을 하느라 바쁠텐데도 더웠던 여름 내내 공방으로 출퇴근했던 부지런함, 샘솟는 아이디어와 작업 및 작품에 대한 열정, 추진력이 더해진 결과 멋진 작품들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자개가 많은 분들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고 매화, 파도, 괴석, 번개 등 자연의 추상적 이미지와 그 속에 내포된 기세를 자개가 지닌 현대성, 예술성으로 표출시킨 영롱한 빛을 마음껏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알을 깨고 나온 새는 한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또 깨나가야할 알이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의 작품들이 더욱 기대가 되며 정직성 작가 본인이 구축한 바람의 길을 따라 더욱 높고 멀리 날아가기를 바랍니다.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를 보내며 아리지안 식구들을 대표하여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리지안
    
    靑奉 유철현
    
    ​
    
    ​
    
    '바람의 길' 작가노트
    
    ​
    
               정직성
    
    ​
    
    아름다운 제주도 바닷가 귀덕리의 구옥을 오가며 작업한지 2년이 다 되었다. 제주도 집을 오가면서 관찰한 제주의 풍경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제주에서 겪은 두 번의 강한 태풍 때문에 그 인상이 더 강화되었겠지만, 거친 바람과 검은 바위땅의 그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매우 강한 생명력이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
    
    바람의 결을 따라 옆으로 자라나는 오름의 팽나무들, 현무암 바위 사이사이를 파고들어 자라난 넝쿨, 잡목들의 숲인 곶자왈, 겨울 눈 속에서도 붉은 꽃을 피우는 동백, 겨울을 지나 이 땅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매화..
    
    그 어느 곳에서 본 것들보다 강한 생명력을 지닌 것들이 제주의 풍경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풍경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무암의 검은 색 덕분에 풍경은 거칠고 황량한 조건을 뚫고 자라나는 앙상하고 피곤한 느낌이라기보다 소위 시크하고 세련된 느낌을 갖고 있었다. 고통에 직면해도 품위를 잃지 않고 자기연민에서 거리감을 유지할 줄 아는 사람을 대할 때의 느낌이 든달까..
    
    그래서 나는 수년간 제주를 오가며 정신적으로 많은 위안을 얻었던 것 같다.
    
    바람과 검은 색.. 제주에 대한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강한 바람의 느낌과 시크한 블랙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제주 풍경이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 색에 대한 시행착오를 겪어나가던 중, 나전칠기 기법으로 작품을 제작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10년간 자개장롱을 모으고 덕후짓을 하면서 보아온 옻칠의 검은 색은 내가 본 다른 어떤 검은 색보다 깊이 있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렇게 제주도의 검은 색과 나전칠기 기법, 옻칠의 검은색이 연결되었다. 빛나는 자개와 옻칠의 깊은 검은 색으로 제주 풍경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19년 나의 스물두 번째 개인전 <바람의 길>의 화두는 이렇게 바람과 검은 색이다. 이 화두를 아크릴, 유화 물감과 더불어 나전칠기 기법의 자개와 옻칠로 작품에 풀어보았다. 내가 제주에서 경험한 위안을 내 그림을 통해 전할 수 있다면, 고통스런 상황을 겪더라도 품위를 잃지 않는 친구의 곁에서 느낄 수 있는 것과 같은 건강한 생명력의 안정감을 내 그림도 지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출처] 정직성 '바람의 길_on the Road of the Winds'|작성자 nook gallery			
    ※ 아트맵에 등록된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팸플릿 신청
    *신청 내역은 마이페이지 - 팸플릿 신청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6부 이상 신청시 상단의 고객센터로 문의 바랍니다.
    확인
    공유하기
    Naver Facebook Kakao story URL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