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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Into Drawing 40_버퍼링 Buffering
기간| 2019.10.11 - 2019.11.10
시간| 10:00 - 18:00
장소| 소마미술관/서울
주소| 서울 송파구 방이동 88-21
휴관| 월요일, 1월 1일, 설, 추석 당일
관람료| 성인3,000원(단체 1,500원) / 청소년(13-24세)_2,000원(단체 1,000원) 어린이1,000원(단체 500원) / 단체_20인 이상
전화번호| 02-425-1077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박관택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무지자주유니크해
    2019 종이에 마커, 칼로 자르기 21×29cm

  • 루핑 Loop
    2019 종이에 아크릴채색, 칼로 자르기 455×273cm


  • 2019 종이에 마커, 칼로 자르기 135×142cm

  • 마음의 속도
    2017~9 트레이싱지에 드로잉 61개, 선풍기 가변설치
  • 			움직이는 드로잉-아날로그의 시간 
    
    박관택의 네 번째 개인전인 『버퍼링(Buffering)』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간성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속도 경쟁의 시대에 느림의 미학을 찾게 되는 이치일까, 두 개의 매개 사이에서 충돌을 완화하는 장치를 뜻하는 버퍼링의 의미가 먼저 마음에 와 닿는다. 작가에 의하면, 버퍼링은 움직이는 이미지(moving image)와 멈춘 이미지(still image) 사이에 걸쳐져 있는 불완전한 재생 상태이다. 그는 이러한 비물질적인 디지털 상태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치환한다. 작가가 비효율적인 노동과 비용을 투입하면서 굳이 물질적인 아날로그 방식을 택한 것은 어떤 의도일까. 
    
    여러 대의 선풍기가 소음을 내며 시원한 바람을 일으킨다. 바람에 펄럭이는 종이조각들이 시선을 잡아끈다. 생경한 풍경에 이끌려 가까이 다가서면 간락한 필선의 드로잉 다발들이 겹겹이 춤을 추듯 움직인다. 한편에선 횡단 또는 종단으로 가늘게 잘려진 종이의 결들이 바람에 미세하게 흔들린다. 종이 위의 드로잉도 잔잔히 물결이 일렁이듯 움직인다. 
    
    이번 드로잉 설치 작업은 박관택의 "아날로그 형식으로 움직이는 동작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아날로그 애니메이션 플립북(flip book) 방식을 차용한 「마음의 속도(Velocity of Mind)」와 이로부터 파생된 움직이는 드로잉들은 다양한 형식으로 연출되면서 각기 다른 파장을 일으킨다. 그의 드로잉 작업은 몇 가지 간단한 장치에 의해 2차원의 드로잉에 움직임을 부여함으로써 여러 차원을 넘나들게 되며 시각적 경험에서 더 나아가 공감각적 경험으로 관람객을 이끈다. 다시 말해 전시 공간 속에서 드로잉, 선풍기, 관람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나는 우연한 효과, 이러한 불규칙적인 움직임을 통해 부각되는 종이의 물성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예술을 "감각적으로" 보게끔 한다. 
    
    특히 「무제」 시리즈는 종이라는 매체를 다양하게 감각적으로 체험하도록 한다. 작가는 종이의 크기, 재질, 두께, 단면의 모양과 크기, 벽에 고정하는 방법 등을 실험하면서 종이의 움직임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보여주고자 하였다. 평면의 종이 위에 텍스트 또는 이미지 드로잉을 한 후, 종이를 컷팅하여 벽에 고정시킨다. 선풍기 바람에 노출된 종이 작업은 잘려진 방향과 결에 따라 각기 다른 움직임을 보이게끔 연출된다. 디지털 방식의 동영상과는 다르게 박관택의 작업은 공간 속의 물리적 체험, 다시 말해 '신체적 경험'을 유도한다. 종이는 물질적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중력과 공기의 흐름(바람)에 따라 불규칙적인 움직임을 루핑(looping)한다. 이처럼 작가는 "드로잉의 물질성과 촉각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적 모색으로서 아날로그 방식의 당위성을 획득하고 있다. 
    
    박관택의 작업을 주제와 형식으로 나누어 좀 더 살펴보면, 우선 주제적 측면에서 그는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줄곧 관심을 가져왔는데, 그것은 역사 속에서 사라져 간 것일 수도 있고 우리의 의식 속에서 지워진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내어 소환하거나, 잃어버린 것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를 일깨우는 일이 그가 작업을 하는 목적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작업은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단상(斷想)으로부터 시작되며 작가적 통찰력을 발휘해 사회적 이슈나 일상의 아이러니를 짚어낸다. 이때 그는 선택된 주제나 소재에 대한 작가적 판단을 보여주기 보다는 그것에 대해 수집한 정보를 시각화하여 펼쳐 놓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펼쳐 놓는 방식일 텐데, 앞서 언급한대로 형식적 측면에서 작가는 의도적으로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한다. 무엇보다 그에게는 "감각적으로 본다"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아날로그 방식이 주요해 보인다. 
    
    어떻게 설치해야 "작품이 잘 보이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설치해야 "작품을 관람자가 잘 보게" 할 수 있을까? 
    
    전자는 작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후자는 관람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관택은 작가이자 연출가이다. 그는 작품을 보기 좋게 배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자의 보는 방식을 설계한다. 그에게는 작품을 관람자가 어떻게 체험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으며, 그의 작업은 시각 예술가로서의 고민을 담은 '감각적으로 본다'는 것에 대한 탐구 과정이다. 요컨대, 관람자의 여러 감각을 일깨우는 예술적 체험을 통해 상상력을 자극함으로써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을 인지하고 그것에 대한 의미를 찾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초기작인 「소멸의 풍경(Vanishing Landscape, 2010)」은 사라져 가는 역사적 건축물을 소재로 한 사회적 논의를 아날로그 사진 인화 작업 방식을 차용한 퍼포먼스로 보여주면서 관람자들이 자유롭게 그 현장을 돌아다니게 하며, 최근작 「여백 : Spinoff from the facts(Yeobaek : Spinoff from the facts, 2019)」은 1983년 대한항공 여객기 007편 격추 사건을 소재로 미궁에 빠진 사건을 수사하듯 관람자들이 손전등을 이용해 파편화된 정보들을 찾아다니게 만든다. 이때 작가는 자신이 찾아낸 정보를 제시할 뿐 그것을 어떻게 얼마만큼 취하느냐는 관람자의 몫이다. 작가가 펼쳐놓은 정보들은 관람자마다의 경험치 만큼이나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에 열려 있게 된다. 
    
    정보의 과잉 시대에 살지만 쓸만한(믿을 수 있는) 정보를 선별하기 어려운 현실과 너무나도 빨리 만들어지고 또 사라지는 디지털 정보의 속도에 우리는 적지 않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작가는 디지털 시대에 발맞추어 쏟아지고 있는 동영상 작업이 지닐 수 있는 폭력성에 대해 말한다. 관람자는 매체에 오롯이 시선을 고정한 채 '러닝타임' 동안 관람할 것을 강요받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움직이는 그의 드로잉 작업은 많은 가능성을 열어 놓음으로써 관람자를 보다 자유롭게 한다. 쉼 없이 돌아가야 하는 사회 시스템 안에서 가끔은 멈춰 서서 이탈한 상태가 되어 보는 것,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소확행이지 않을까. 
    
    정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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