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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玄의 비상 - 박수억展
기간| 2019.10.24 - 2019.10.30
시간| 10:00 ~ 18:00
장소| 모리스갤러리/대전
주소| 대전 유성구 도룡동 397-1
휴관| 명절 별도공지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42-867-7009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박수억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기억20
    장지에 수묵 100x80cm

  • 확산18
    장지에 혼합재료 100x80cm

  • 에너지
    장지에 혼합재료 25x25cm

  • 기억51
    장지에 수묵 100x80cm
  • 			
    ● 무채의 빈색(公色)으로서 진색(眞色), 사의(寫意)를 좆다
    
    홍경한(미술평론가)
    
    
    작가 박수억의 조형세계를 지탱하는 것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에 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동안 여러 번의 작업변화를 일궈왔는데, 언제나 그 중심엔 수묵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수묵은 내면의 정신을 담아내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을 소실점으로 하는, 자신만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축이었다.
    
    그의 과거작품과 근래 작품은 여러 면에서 구분된다. 특히 근작에 이르러 더욱 강화되는 비움은 형상 위주의 옛 작품과는 많이 다르다. 덜어내고 깎아냈으나, 오히려 사유의 여백은 확장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다시 말해 비움으로서의 채움이다.
    
    작가는 자신의 글에서 “수묵화는 안에서 우러나는 어떤 보이지 않는 신비의 힘을 요구하게 되고 그 힘은 사의(寫意)로 표현되기 때문에 여기서 직시하는 힘이란 눈에 보이는 외적인 완력이 아니라 감춰진 우주의 기운을 말하는 것이며 또한 일상의 색채 중의 하나인 흑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계의 모든 가시적 색상을 흡수한 무채의 빈색(公色)으로서 진색(眞色)을 나타내는 것이다”라고 썼는데, 필자는 2018년을 그 시작으로 꼽는다.
    
    사의(寫意), 형상이 아닌 의미를 옮기는 것이라고 했던가, 무언가 아련한, 미지의 세계인 양 해무 깃든 듯한 2018년작 <독도 1>은 그 단어의 근원을 열람케 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시원하고 아득한 공간감과 여백의 미, 정적인 운율을 가득 품은 형상과 배경은 차분하면서 오묘한 감정을 불러온다. 독특한 묵(墨)의 결 또한 잘 살려내고 있는데, 고된 노동력을 뒷받침되어야 가능할 정도로 일일이 점을 찍어 그린 <독도2>와, <귀향>에서 극에 달한다.
    
    서정성을 끌어안은 고즈넉한 운치와 더불어 툭툭 치듯 단(短) 붓질을 힘 있게 사용한 특유의 묵법이 주어진 공간 속에서 안정적으로 위치하는 이 그림들은 어쩌면 섬과 바다, 길과 산의 모습을 그린 것에 불과하지만 작가가 말한 빈색, 그 다채로운 심미적 색채가 형과 함께 촉촉함으로 다가온다. 정신으로 만나 마음으로 보고 손으로 그려낸 풍경, 미세한 떨림까지 동반하는 고요까진 아니더라도 먹과 물이 종이에 스며들며 만들어내는 흑백 농담의 변주, 섬세한 필체와 절제된 감도는 수묵조형세계에 대한 남다른 시선을 덧대기에 아쉬움이 없다.
    
    전통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현대적인 여운을 저버리지 않는 것 또한 박수억 작업의 흥미로운 지점이다. 태고로부터 전승되어 온 만물을 인문학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참된 도리를 깨닫고, 그 도리를 분동(分銅)으로 어디 하나 치우침 없이 자연의 진리에 다가서면서, 동시에 수묵화의 현대성을 가감 없이 개간하는 것, 한껏 사유의 공백을 열어놓되 우리 삶 속에 살아있는 정신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고자 하는 것…, 이것이 박수억 작업의 일관된 지향점이었다.
    
    박수억의 <현의 비상(玄-飛上)> 연작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연소적이지만 항구적이고 내면적인 자기 체험은 되풀이된다. 작품 간 격차가 존재하나 크게 보면 이 시기 또한 보다 멀리 걷기 위한 필연의 마디로 해석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사실에 대한 재현의 서술을 지양한 채, 생략된 형상 대신 원과 삼각형, 그리고 면과 선이 들어섰다. 이를 달리 말하면 기하추상의 도래로, 과거 세잔(Paul Cezanne)이 그러했던 것처럼 자연과 사물의 본질을 삼각형, 사각형, 원 등으로 파악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한다. 덕분에 가시적 이해를 전제로 한 내러티브는 낮아졌으며 이미지의 기호성으로 인한 사유의 여울은 되레 커졌다.
    
    특히 시원한 공간감과 자로 잴 수 없는 어둠, 무언가 미완의 여운까지 품은 묵(墨)의 번짐은 “현의 다양한 해석과 질감을 농밀하게 겹쳐져 깊이 있는 색감을 나타내어 휘날리듯 뿌려서 우주공간에 펼쳐보이게 한다.”는 작가의 주장을 대리한다. 이때의 ‘묵’은 묘사가 배제되었기에 주어진 영역을 넘어 사방으로 펼쳐지며 다양한 색을 짓는다. 더구나 별다른 기법을 사용치 않고도 자신이 담고자 하는 내적 미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은 여타 작품 대비 하나의 변별요소이다.
    
    박수억 예술의 차안세계, 그 본질에 접근하고자 하는 염원과 경주를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다. “자연을 객관화 시킨다는 개념으로 전통 화재(畵材)를 찾아가고 있다.”는 말에서처럼 명확한 좌표를 갖고 지향하고 있음 또한 뚜렷하다.
    
    어쨌든 박수억은 그동안 과학자라는 세간의 시선에서 탈피하여 지필묵의 효용성, 자연을 모티프로 하는 작업을 이어왔고 어느 순간부터는 현실성을 배제하지 않는 진경산수(眞景山水)로의 진입을 본격적으로 모색했다. 그리고 그 예술적 밑동은 언제나 수묵정신이었다. 이를 작가의 말로 대신하면 “안에서 우러나는, 어쩌면 보이지 않는 신비의 힘”이었다는 것이고, 그 수묵의 순수성을 바탕으로 변화를 시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다행히도 변화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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