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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라멜라 양
기간| 2019.11.14 - 2019.11.30
시간| 12:00 - 18:00
장소| 씨알콜렉티브/서울
주소| 서울 마포구 연남동 504-29/일심빌딩 2층
휴관| 일요일,월요일, 공휴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70-4006-0022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유승호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라멜라 양
    2019 캔버스에 잉크, 아크릴채색 245×183.6cm

  • 라멜라 양
    2019 캔버스에 잉크, 아크릴채색 245×183.6cm

  • 다리로부터
    2019 종이에 잉크 211×148.5cm
  • 			CR Collective 씨알콜렉티브는 유승호의 개인전, 『라멜라 양(Miss Lamella)』을 오는 11월 14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개최한다.
    
    유승호의 낙서는 의식적 무의식으로 손을 움직여가며 의식을 조금씩 개입시킨 결과이다. 대형 회화 시리즈 『라멜라 양』의 몇몇 일부분은 집중해서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의 대칭적인 구조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작가가 양손을 동시에 사용하여 만들어낸 형태이다. 한 쌍의 구불구불한 장벽같은 선 드로잉은 신체 구조의 모방인 동시에 그것의 지표이기도 한다. 유승호가 커다란 화면에 처음 이미지를 그려낸 방식은 사람의 장운동처럼 대부분은 불수의근의 움직임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때로는 의식적인 근육의 힘 조절로 의식을 개입시키는 것과 같다. 사람의 생리 활동처럼, 유승호가 양 손에 만년필을 들고 그려내는 낙서는 자연스러운 섭리인 듯 보인다. 언젠가는 전면회화(all-over painting)가 고결한 자유민주주의의 상징, 혹은 가장 회화다운 회화, 예술을 위한 예술(art for art's sake)인 것으로 여겨졌을지 모른다. 적어도 지금 여기에서는 이것은 깊고 맑은 바다, 혹은 일렁이는 숲과도 같은 자연의 산물이다. 작가는 선 드로잉 위에 미스트 분무기로 아주 고운 입자의 물을 뿌린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선 드로잉의 우연한 번짐은 작가의 표현에 의하면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형태가 스스로 생성된 것"이며, 그는 이것을 "선물 받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연한 형태는 연쇄반응처럼 새로운 의도로 이어진다. 
    
    라멜라 lamella(층상) 구조, 또는 접힌 사슬 folded chain*은 분자와 분자가 만나 층을 이루며 안정적이고 단단한 완성체를 만드는 구조·과정을 작가의 작품 구조에 비유하고자 차용한 개념이다. 작가는 그가 기호·이미지를 이용해 구축하는 형태가 화학에서의 라멜라, 혹은 접힌 사슬 구조의 분자 결합 모양과 흡사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하여 기존 작업을 이루는 촘촘한 글씨를 "분자"로 상정하고 일련의 작업 과정을 통해 레이어를 쌓아 안정적인 상태의 고분자 결정처럼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그 결과 문자가 담고 있는 고정적이고 결정적인 의미는 해체되는 아이러니함이 보여진다. 결국에는 유승호의 작품에서는 형태의 (관념적)구조화와 그로 인한 의미의 해체라는 모순성이 공존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형태적·관념적으로는 더욱 단단한 구조화를 시도하는 동시에, 그것이 의미적으로는 단단히 고정되지 않고 유동적인 성질을 지님을 모순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라멜라 구조도 접힌 사슬 구조가 완벽한 결정형으로 나타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불규칙하게 접혀있는 비결정형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형태는 분자에 작용하는 어떤 힘이 마치 의지를 가진 것과 같아서 의식과 무의식을 오가며 구조를 이룬 모양처럼 보이기도 한다. 유승호는 이 같은 분자 구조에 문자 구조와 자신의 작업 과정을 은유 하면서 문자의 구조적 형태와 그것이 담는 의미, 텍스트에 대한 성찰을 시각화한다. 
    
    의식과 무의식을 오가며 만들어진 이미지, 물에 번져 변형·변질 된 이미지에 다시 작가의 의식을 개입시켜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 시킨 것이 드로잉 작품 「다리로부터 From the Bridge」이다. 이 드로잉 안에서도 개별 형태들에 비선형적 변형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시 공간을 가로지르며, 혹은 연결하며 2~3미터 길이로 길게 펼쳐진 문장은 드로잉을 문장 형태로 만든 텍스트이다. 이 텍스트는 이두(吏讀)**식 표기 방법으로 이루어져 이미지와 긴밀한 관계성이 있기 보다는 느슨하고 새로운 문맥으로 탄생된다. 이와 같은 회화-드로잉-기호의 연결은 작가의 이전 작업 'hypertext'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비연속적인 링크로 연결된 개별 정보의 종합으로 이해할 수 있다. 라멜라 구조를 이루는 고분자물질에 열 등을 가하여 가공하면 층상 구조가 모여 몇 가닥의 연결 분자 tie chain로 서로 연결되면서 더 안정적인 구(球) 형태를 구축한다. 유승호는 펜 드로잉에 고운 미스트를 뿌려 용해시킴으로써 기호-이미지를 화학작용처럼 반응시킨다. 이것을 바탕으로 연쇄반응처럼 만들어진 드로잉과 텍스트도 보이지 않는 몇 가닥 사슬로 연결되어있다고 상상해보자. 
    
    전시 제목인 "라멜라 양 Miss Lamella"은 지금까지의 유승호의 개인전들이 그래왔듯이 한/영 제목이 직접적인 번역어 관계가 아닌 느슨한 연결점을 가진 채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는 언어유희다. 이는 그의 작품처럼 문자, 혹은 언어가 결정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닌 때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유동적 체계임을 함축하는 제목이기도 하다. 글자 산수화에서부터 낙서, 언어유희, 하이퍼텍스트에 이르기까지 유승호의 작품 세계의 출발점은 결국 주제와 배경이든, 기호와 의미든 간에 그 경계를 흐리고자 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져오고 있는 관심이다. 분자 구조라는 나노 단위의 초 미시적 구조에 대한 상상은(그 자체로도 물론 실재하고 있지만) 우리가 보고 느끼는 실재하는 경계들을 불분명하게 만든다. 「라멜라 양」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이렇게 경계와 형태가 모호한 상태야말로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라는 사실이다. 작가는 미시적 구조를 염두에 둔 채로 화면위에 펜 드로잉을 하고, 말 그대로 과학 실험을 하듯 미스트를 뿌리며 우리가 '회화'라고 부르는 장(場) 위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한다. 이는 드로잉과 회화 사이의 회색지대에 대한 탐구이면서도, 과학의 문제나 예술의 문제를 떠나, 자연스러운 이 세계의 구조와 이미지를 시각화하는 "자연 회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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