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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윤주희 개인전: 의지의 의지의 의지 YOUN, Juhee: Leaning on the will
기간| 2019.12.10 - 2020.01.18
시간| 12:00 - 18:00
장소| 씨알콜렉티브/서울
주소| 서울 마포구 연남동 504-29/일심빌딩 2층
휴관| 일요일,월요일, 공휴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70-4006-0022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윤주희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CR Collective 씨알콜렉티브는 2019년 마지막 전시로 올해의 CR 작가로 선정된 윤주희의 개인전, 《의지의 의지의 의지(Leaning on the will)》를 오는 12월 10일부터 2020년 1월 18일까지 개최한다. 이는 윤주희의 2014년 개인전 《능동포즈》 이후로 5년만의 첫 개인전이다.
    
    작고 큰 우울을 안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밖으로부터의 힘은 너무나 큰 것 같고, 그 힘 앞에서 개개인은 마치 쓰러지기 시작한 도미노처럼 이미 시작된 필연적이고 운명적인 다가오는 실패, 혹은 시련에 무력하게 휩쓸린다고 느낀다. 그럼에도 이 거대한 힘 앞에서 마냥 모든 것을 놓아버리지는 않고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에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존재들의 의지’같은 것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시대를 움직이는 동력은 이처럼 작은 것들의 의지가 모인 것이라고 작가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의지들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드러내기 위해 작업하는 것도 작가 자신의 또 하나의 의지이다. 작가가 이처럼 존재들의 의지를 호명하고 기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말한 것처럼 유한한 존재인 우리는 불안하고 부조리한 사회에서 녹록치 않은 삶의 여러 가지 여건들에 의해 넘어지고 좌절한다. 이런 삶의 조건에서 윤주희가 작가로서 살아가게 하는 의지는 또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존재들의 의지를 발견하는 과정은 그 존재가 종속된 환경을 밝혀낼 수 있게 한다. 작가 자신도 작업을 지속하기 어렵게 하는 위기를 몇 년간 겪었지만, 그것을 회피하거나 다만 극복하는 데에 급급해 허덕이지 않고 그것을 직시하고 기록해나가며 스스로 작가로 존재할 수 있도록 의지를 다져왔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는 큰 힘 속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힘만큼 움직여나가는 자신 뿐 아니라 주변의 많고 작은 동력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윤주희는 작가로서, 작업을 통해, 이처럼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이유”, 삶의 의미를 발견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의지는 작가와 그 주변의 모든 것에서 찾아진다. 때로는 작가의 신체에서, 자신의 생각과 글, 누군가의 말과 사건, 혹은 인터넷에서 읽은 글에서, 또는 숲길에서 본 나무와 지나가는 행인에게서. 세 번의 반복되는 “의지”는 세 개의 동음이의어(意志/依支/義肢)이기도 하다. 세 단어의 의미가 서로 다른 것처럼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도 서로 다른 의미와 주제를 가지는 듯하다. 그러나 결국 이번 전시에서 윤주희의 작품이 나타내는 것은 그 의미들이 상호보완하며 더욱 단단한 “의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래서 설치 작업 <의지의 의지의 의지>는 이러한 의미들이 응축된 형태로 나타난다. 작가가 감당할 수 있는 힘을 넘어서는 단단한 흙을 모양을 만들 수 있을 때까지 주물러 대고, 그 형태를 다시 딱딱한 레진으로 굳히는 과정을 상상하다보면 작가가 자신의 약해진 무릎에게, 온 몸의 관절과 근육들에게 “단단해졌으면” 하고 마치 주문을 외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쓰는 소리>는 흩어지는 목소리를 붙잡아두려는 작가의 글쓰기, 수행으로 완성된 텍스트 드로잉과 영상으로 이루어져있다. 이야기, 즉 발화는 단순한 의사 전달 이상으로 어떤 사유나 행동을 촉구하는 그 자체로 하나의 행위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의 도달해야 할 곳이 부재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정치적인 목소리라도 무용한 것이 되고 만다. 임신, 태아, 낙태죄, 아동학대 등을 둘러싼 문제들은 이분법적 논리를 따르는 것처럼 느껴지기 쉽다. 그래서 이러한 이슈들이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더불어 미혼모 양육지원, 장애인의 생존권 등 모든 층위의 약자와 소수자들이 결부되는 문제라는 것은 때때로 간과되고는 한다. 작가는 <쓰는 소리>를 통해 이들의 목소리를 손으로 쓰며 기억하고, 굳건한 바위에 쏘여 마치 표지석처럼 삼으려는 의지를 표현한다. 영상작품 <숲, 습, 스-읍>은 의인화된 나무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다. 전시장을 채우는 “습 스-읍”하는 바람소리는 몸의 일부가 죽은 나무의 아직 살아 있는 가지를 흔들어 놓듯이, 상처 나고 약해진 모든 것들 사이로 흐르며 새로운 의지를 불어넣는 의식과 같은 소리로도 들린다. | 김명지 (씨알콜렉티브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작가노트
    
    세 번의 반복이 만들어낸 의지는 커다란 의지 같지만, 어떻게 보면 사라지는 의지를 붙잡기 위해 연이어 부르는 의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세 개의 의지는 서로 다른 뜻의 연결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떤 일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인 의지(意志, will) 이기도 하며, 다른 것에 몸을 기댄다는 의지(依支, lean), 그리고 마지막으로 의수나 의족을 의미하는 의지(義肢, artificial limb)가 바로 그것들이다. 같은 발음의 다른 의미들을 가지고 있지만 나에게 이 의미들은 하나로 연결된다. 예상치 못한 공백으로 모든 것을 놓아야 했을 때, 작가로 존재하기 위한 의지들을 만들어냈으며, 그 의지에 지탱해 현실 속 어려움을 견딜 명분을 찾아왔다. 또한 역사적으로 전쟁에서 다친 이들이 강한 의지로 자신의 손실된 신체결함을 보완하여 다시 싸우려 탄생한 것이 마지막 의미의 의지이다.
    
    <의지의 의지의 의지 Leaning on the will>
    
    전시명과 동명이기도 한 설치 작업인 <의지의 의지의 의지>는 자신의 신체 중 약한 부분인 무릎 및 여러 관절들의 뼈나 근육등을 모티브로 삼아 유닛으로 제작한 실내 클라이밍 설치작업이다. 이렇게 신체 결함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유닛들은 누군가에게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will)가 되고 가파른 곳 그들의 몸을 기댈 수 있는 의지(leaning)가 된다.  긴 벽에 설치된 원색의 색감은 당신의 통증의 강도를 특정하는 지표가 된다.
    
    <쓰는 소리 Transcription of will>
    
    누군가의 이야기를 집중해 듣지 않으면 그것은 행동과 정신을 이끌어내는 언어가 아니라 소리로 들린다. 정말 세상은 편안할까? 우리는 끊임없이 담아야 할 말들을 소리로 이완시켜 자신 안에 묻어버리기 때문에 지금 당신이 편안한 게 아닐까? 책에서 기사에서 그리고 나의 글을 통해 기억해야 할 그들의 소리들을 글로 풀어낸다. 손으로 직접 하나 하나 필사하고, 거대한 돌에 영상으로도 새겨본다. 세상은 절대 평화롭지 않고 당신은 지속적으로 아플 것이다.
    
    <숲, 습, 스-읍, Soop, Seep, Soo:up>
    
    아이에게 어떤 나무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다. 죽은 나무를 보고 왜 저렇게 생겼냐는 아이의 말에 ‘죽은’이란 의미를 모르는 아이에게 그것을 설명하다가 한켠에 새로 나 바람에 흩날리는 잔가지를 보고 그것이 죽었다 단정한 내 생각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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