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타고난 ‘칸(Kahn)’ 가장 대중적인 시각예술인 만화라는 장르의 형식적 특징을 나타내는 ‘칸’에는 다양한 경험과 상상 속의 이야기와 시간들의 풍경을 담고 있다. 먼저 2018년 <깨무는 칸들>전에서도 ‘칸’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말을 했다. ‘칸’은 도형적으로는 사각형의 ‘칸’을 떠올리지만 사각형 말고도 다채로운 이야기가 포함된 비정형의 모듬이라고 할 수 있다. ‘칸’은 ‘형태의 의미보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시간들의 합이다’라고 이야기 했었다. ‘칸’은 만화의 ‘칸’이 있기 전부터 존재했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만화라는 장르가 나타나면서 이야기와 시간과 장면을 나누어 놓았는데 그것들을 ‘칸’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 뿐이다. 애초에 ‘칸’은 그렇게 타고난 것이다. 1841년 영국의 ‘펀치(punch)’지에 ‘카툰(cartoon)’이라는 이름으로 그림이 실린 걸로 시작하면 백칠십여 년이 좀 더 되었지만 만화로 이야기하고 싶은 끼(talent)들은 그 전에도 존재해왔다. 때로는 그림으로 소설로 분산되어 있던 그 끼들이 인쇄술이라는 무대를 만나 그림과 이야기로 이뤄지는 만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보여주게 되었다(show). 인쇄술이라는 복제기술의 발달은 IT를 기반으로 날개를 달아 음악이나 미디어기술까지 더해지며 대중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하고 예술가들만 예술을 할 수 있던 시대에서 누구나 예술을 하게 만드는 시대로 변화시켰다. 그것은 독점적인 인쇄술과 매체가 있어야만 만화를 그리고 알릴 수 있던 시대의 종말을 얘기한다. 만화가 처음 인쇄술과 함께 복제미술로서 대중에게 전달될 때 매체의 특성상 신속성과 경제성에 부합하는 기법으로 빠르고 간단하게 표현하기 위한 ‘검정 선’이 강조되고 ‘칸’이라는 장면나눔의 장치와 만화의 ‘칸’ 안에 대상들의 대사가 여럿 일 때 말나눔을 위해 만든 ‘말풍선’ 등이 만화하면 떠올리는 요소 중에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만화는 간단한 선과 이런 형식적인 특징으로만 한정짓기에는 많은 재능을 숨기고 있다. 그래서 우린 만화에서 ‘칸’과 ‘말풍선’ 그리고 ‘검정 선’이라는 만화의 형식적 장치를 제외하고 말하려고 한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인쇄술의 발달은 어떤 재료와 어떤 기법의 표현이라도 복제가 가능하게 되었으며 미디어 기술은 원작물의 재현을 넘어서 독자의 단말기에서 인터랙티브한 소통을 통해서 완성이 되기도 한다. 만화라는 장르는 그 형식적인 틀을 벗으면 다양한 장르적 요소와 기술들을 흡입하고 확장해가고 있는 장르이다. 다만 대중적인 주목을 받고 인기를 얻는 장르로 인식이 되면서 그 확장성이 산업적으로만 평가가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신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