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2020.01.09 - 2020.0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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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 9:30-18:00 |
장소| |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충북 |
주소| |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1동 2098 |
휴관| | 월요일, 국경일 |
관람료| | 무료 |
전화번호| | 043-201-4057 |
사이트| | 홈페이지 바로가기 |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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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나는 문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경계가 흐릿해진 그 모호한 영역. <낮의 집, 밤의 집>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한지 얼마돼지 않아, 우연히 낡고 칠이 벗겨져 그 빛이 바랜 민트색 액자틀 하나를 밖을 나선 길에서 발견하였다. 화려한 장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주목을 끌만한 멋진 그림이나 사진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버려진 시간을 조금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은 액자를 조립할 때 쓰였던 철심이 녹이 슬어 나온 붉은 가루라던가, 잔뜩 쌓인 먼지 때문인지 햇빛에 바래 그 색이 희미해 진 것인지 알 수 없는 흐릿한 에메랄드 빛 민트 색만이 그저 그 액자를 가져온 이유였다. 그 이후부터 우연하게도 스튜디오 주변 아파트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제법 많은 양의 액자가 버려지는 걸 볼 수 있었다. 공을 들여 그린 풍경그림 이라든지, 종이 접기가 가득한 작품들이 있다든지, 기괴한 표정들이 줄지어 장식된 하회탈모형들이 들어 있다든지… 그 크기도 아이 손바닥만 한 크기에서부터 어른 키보다도 훨씬 큰 액자까지 정말 다양하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이 가는 건 액자 속의 내용물들은 제거되고 액자 틀만 버려진 액자들이었다. 버려진 액자 틀 안에는 과거에는 어떤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져 있을지도 모르고, 다복한 어느 한 순간의 가족사진이 담겨있을지도 모르고 혹은 누군가의 노고를 축하하는 상장이 들어 있을지도 모르며, 누군가를 그리며 그 모습을 찍은 사진이 담겨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버려진 액자들을 주워와 하나씩 묵은 먼지들을 털어내며 재밌는 상상들을 해보았다. 액자틀의 색감이나 장식으로 그 주인의 취향을 상상해 보거나, 액자의 크기에 따라 그 액자가 놓여져 있던 장소, 방의 구조라든가, 방의 크기를 가늠해 본다든지, 이미 실용성을 잃고 그 가치가 다해 버려진 물건들이 나에게는 과거와 현재사이를 오가는 경계가 흐려진 그 어떤 세계를 상상하게 하는 매개체로 다가왔다. 액자는 작은 서랍이 되었고, 거울이 되기도 하였고, 의자가 되기도 하였고, 축구공이 되기도 하였다가 빗자루가 되기도 하였다. 그렇게 흐릿해지고 모호한 것들이 머무는 집이 되었다. <낮의 집, 밤의 집>은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 (Olga Tokarczuk)가 쓴 책 제목에서 인용한 것으로 폴란드의 한 작은 마을에 막 정착한 소설의 서술자인 여인은 그녀의 남편과 마을에서 지내면서 다양한 이웃들과 마을의 미스터리하고 비밀스런 일들에 관해 관찰하고 이야기한다. 그녀가 지켜본 마을은 현실과 꿈 사이에 멈춰 있는 세상이고,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며, 현실과 꿈의 경계가 사라진 공간이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 머물면서 소설의 주인공처럼 청주라는 도시에 막 정착한 이방인이자 여행자로서 때때로 스튜디오라는 공간 자체가 현실과 꿈 사이에 멈춰 있는, 그 경계가 모호한 것들이 머무는 집이라고 느껴졌다. <낮의 집, 밤의 집> 전시를 통해 청주이외에 작가 개인이 머물렀었던 도시들의 중첩된 기억의 풍경을 보여줌과 동시에 스튜디오 안 밖, 주변 아파트 및 청주 곳곳에서 버려진 사물들을 찾아 모아 수집, 변형, 여러 방식의 진열의 형태로 기록된 시간과 공간의 흔적들을 공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