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예를 들어, A와 a가 있다고 치자(사실 Z, 6, % 등 어떤 상징체계를 사용해도 상관없다). A와 a는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A를 A라고 적는 것과 a라고 적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A와 a는 서로가 서로를 규정할 수 있나. 이 둘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A와 a는 벡터값을 가지고 운동하나. A와 a는 얼마나 가깝고, 머나. A와 a는 무슨 관계를 맺고 있나. A와 a의 관계를 무수히 다른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까. A는 A이고, a는 영원히 a인가. A와 a를 [eɪ]라고 소리내는 게 타당한가. 예술이 종말을 맞이한 후, 기호론적 체계의 재편이 끊임없이 시도되었다. 범주와 기준을 재구축하고, 관계를 뒤집어 보고, 기존의 것들을 새롭게 호명하면서 예술은 그 자체로 해석이 벌어지는 쟁투의 장이 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 페미니즘 미술가들은 여성, 젠더, 페미니즘 미술 실천을 다시 정의함으로써 이제껏 주체에 비껴 서있던 화자들을 출현시켰다. 경계를 전유하는 이들의 작업은 절대적 표상을 제시하기보다는 성sex의 코드를 조작하며 성별화된 이미지의 생산 구조를 교란했다. 《씨 뿌리는 여자들 Spread Her Seeds》은 자연적인 것과 규범적인 것 사이, 나와 세계 사이의 연결에 주목한다. 그럼으로써 모방이론에 기초해 대상 간의 질서를 세우는 태도를 비판하고, 연결을 통해 새롭게 생산되는 위상을 바탕으로 인간의 몸을 해석하기에 도전한다. 전시는 성을 지닌 인간의 몸이 사회적 의미망 속에서 만들어진 구성물이라는 관점을 전제 삼아, 사회의 양식화된 몸에 대항하는 동시대 작업을 그러모았다. 오늘날 위반하는 몸들이 만들어낸 풍경이 성의 코드에 관한 적극적 해독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여성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