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2020.01.19 - 2020.0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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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 12:00-18:00 화,일 15:00-20:00 |
장소| |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 기묘/서울 |
주소| | 서울 강남구 삼성동 113-24 |
휴관| |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
관람료| | 무료 |
사이트| | 홈페이지 바로가기 |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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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이윤정 작가노트 | 이번 전시에는 2015년부터 2020년, 5년간의 나의 색상과의 대화의 관한 이야기를 전시한다. 어린시절 난 항상 “나만의 색이 있는 이윤정이 될 거야!”라고 했다.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난 색을 잃기도 하고, 색을 찾기도 하며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나만의 색을 표현했다. 그림을 그릴 때 색을 칠하고 덮고 긁어내는 과정에서 난 단지 그림만을 그리는 게 아니라, 그림에서 삶의 지혜 또한 배우게 되었다. 선입견 없이 다양함을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 또한 편견(boundary)가 존재한다는 걸 깨닫고, 나의 보이지않는 편견을 표현한 2015년의 Food x Acrylic 시리즈, 그리고 나의 아픔을 없애고 싶어 편지를 쓰고 물감을 두껍게 칠한 후, 흰색 가루 물감으로 덮은, 2015년의 그림 Naked. 흰색물감으로 가득 채워져 있던 이 그림은 마르는 과정에서 가루 물감이 녹아, 그전에 그렸던 레이어가 드러나게 되었다. 당연히 흰색이 될 줄 알았던 이 그림은, 나에게 아픔과 단점은 숨기려 할수록 드러나게 된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두꺼운 레이어를 올린 그림을 그리며, 나의 아픔을 꽁꽁 숨기던 나를 인정하고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도와준 2016년의 Space_공간 시리즈. 덮고 긁어내고 칠하고를 반복하며 나만의 안식처를 그리며 위로를 받은 그림들이다. 나뿐만이 아닌 관객에게도 평온함을 전해줄 수 있도록 작업 전 명상으로 내 자신을 가다듬고 작업한 시리즈이다. 2018년, 2014년부터 준비해온 단색화를 드디어 시작할 용기가 생겼다. 한가지의 색을 반복하여 칠하다 보면, 그저 한색의 덩어리가 될 것 같아 시작이 두려웠던 시작 이었다. 이번 작업은 같은 색의 레이어를 올리며 더 많이 칠해진 곳은 어두움과 덜 칠해진 곳에서는 밝음이 존재했고, 자신만의 형태가 존재한다는 걸 가르쳐 주었다. 단색화는 내게 우리 모두는 같은 인간이지만, 절대 같을 수 없다는 걸, 같은 유전자 또한 너무나 다른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2020년, 전시를 준비하며 손으로 몸으로 그림을 그리던 난, 너무나 오랜만에 다시 붓을 들고 단색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색의 레이어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레이어가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은 어김없이 나를 찾아왔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레이어를 올리고 레진을 올리고 반복하다 보니, 어김없이 그림은 나에게 자신을 보여주었다. 자신을 지키며 레이어를 한층 한층 쌓아 성숙해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내가 원하는 내 미래의 모습이 보여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지속적으로 붓을 들 힘을 주고 내가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게 해준 색들을 위한 전시, 그 속에서 당신들도 색이 나에게 준 위로와 힘을 조금씩 받아 갈 수 있길 바란다. 효이 작가노트 | 조금이라도 더 혼자 방에 앉아 흰 벽을 바라보고 있다가는 더이상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무작정 나섰다. 그냥 걸었다. 바람을 맞으며, 그냥 피곤해 지기 위해 걸었다. 견딜 수 없이 피곤해져 그냥 잠에 빠져들고 싶었다. 무한한 잠 만이 나를 구원해 줄 것 같았다. 한참을 걷다 보니 공원이었다. 행복한 사람들의 얼굴을 차마 볼 수 없어 땅을 보고 걸었다. 시선이 닿은 곳에 막 떨어진 꽃잎들이 있었다. 장미 정원 이었던가 보다. 한창 아름다운 빛으로 발하던 꽃들이 아직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렸는데, 눈이 아플 만큼 찬란한 예쁜 색을 아직 지닌 채, 끄트머리부터 이제 막 시들어 가기 시작한 꽃잎들이, 거기 누워있었다. 마치 어제는 그토록 생생했던 순간들이, 지금 막, 이제는 오로지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하기 시작한 것처럼. 나는 그 꽃잎들을 주워, 소중히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토록 여린 꽃잎들. 이제 막 색을 잃어 가기 시작한, 생명력을 조금씩 잃기 시작한 이파리들이 부서질 세라. 그리고 얇은 실크에 그 색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더이상 갈변이 진행되기 전에, 생생히 기억해두고 싶었다. 보존해 두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책 사이에 조심스레 끼워 서랍 깊숙이 넣었다. 그렇게 한 켠에 넣어두고 아주 천천히, 서서히, 나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어느새 거짓말처럼 그것들을 잊어버리고, 나는 괜찮아지고, 네 번의 이사를 했다. 몇 년이 지난 후 서랍을 정리하다 발견한 꽃잎은 이제는 완전히 갈변이 진행되어 알아볼 수 없이 변해버렸지만, 그 색을 머금었던 비단은 그때의 그 색을 지니고 있다. 막 바래기 시작했던 그때의 찬란한 색. 서글픔이 끄트머리에 살짝 아린 채, 그대로 멈춘 그 색. 그저 붙여 두었던 양면테이프 조각의 그토록 사소한 자국 마저 그대로 지닌 채.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히 떠올릴 수 있지만, 이제는 존재했던 흔적도 없이 온전히 내 기억에만 존재하는 그 순간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