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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큰터왓 Keunteowat
기간| 2020.01.16 - 2020.03.15
시간| 상시관람: 목-일요일 12:00-18:00 예약관람: 월-일요일 10:00-20:00
장소| 문화공간양/제주
주소| 제주 제주시 화북2동 3486-1
휴관| 월요일, 일요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64-755-2018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이지연
김현승,빈센트 쇼마즈,스투디오,율리안 오트,조은장,허성우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조은장, 큰터왓
    2019 피그먼트 프린트 45x30cm

  • 김현승, 큰터왓_김병하
    2020 영상 스틸컷

  • 빈센트 아트 소마즈, 과거의 메아리들_옛 늙은이터-현재 주차장
    2019 사운드 아트 프로젝트

  • 이지연, 큰터왓
    2019 종이에 수채화
  • 			기록 너머의 기억
    
    김범진 (문화공간 양 관장)
    
    제주 4·3은 한때 우리가 입 밖에 꺼내기조차 어려운 말이었고, 우리가 오랫동안 침묵하면서 잊으려 한 역사다. 우리는 이 침묵 속에서 4·3을 마치 잊어버린 것처럼 행동했지만, 과거는 완전히 묻힐 수 없었고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나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어머니와 아버지가 앞서 살았던 거칠고 사나운 시절은 나에게는 흘러가는 물결처럼 그저 지나간 하나의 역사다. 앞선 시대의 그 어떤 기억과 기록 없이는 나는 광폭한 그 시대를 잠시라도 엿볼 수 없다. 명징하게 남아 있는 그 시절의 기억은 기념비와 박물관 같은 곳에 영원히 기록되었지만, 흐릿한 기억은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우리는 기념비와 박물관에 과거의 이야기를 모두 담고 싶어 하지만, 결코 전부 가져올 수 없는 기억의 흔적이 있다.
    
    기억의 흔적은 삶을 삼켜버린 거대한 사건이 있던 그때, 그 터에 남아 있는 우리의 감정이며, 사진처럼 영원히 그 순간을 치를 떨며 몸으로 기억하는 숨겨진 비밀이다. 잊고 싶지만 기억되고, 붙들고 싶지만 잃어버린 기억의 흔적은 삶에 새겨진 흉터와 같은 몸의 기억이다. 감정은 몸의 기억을 살아나게 하는 힘이기에 그때 그곳에 새겨진 감정은 그 무엇보다도 강력하다.
    
    거로마을은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몸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제주 4·3으로 마을 전체가 불타버린 추운 겨울의 그 날, 벌겋게 변해버린 하늘의 풍경과 함께 모든 것이 사라졌다. 검은 재만 남아 있는 그곳에서 자신의 집터가 어디인지 찾지 못한 사람들의 말할 수 없는 슬픔이 여전히 그들의 눈가에 맺혀 있다. 지금은 편의점이 된 옛 공회당 터에서 길쭉한 대나무를 깎아 만든 창으로 사람들을 때릴 때 무서워 차마 눈뜨지 못하고 들었던 매서운 소리가 지금도 그들의 귀가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현재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옛 늙은이터에서 같은 동네 사람이 죽는 장면을 두 눈 뜨고 보지 않으면 자신이 빨갱이로 몰려 죽임을 당하기에 그들은 차마 눈을 감지 못했다. 마을의 한 어르신은 “그때 일이 잊히지 않는다. 몸으로 겪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또 다른 기억의 흔적도 있다. 마을 사람들은 임시로 마련된 만평 부지에서 어려움을 같이하며 같이 기뻐하고 같이 슬퍼하며 오랜 시간 동안 생활을 같이했다. 삶을 함께 이어가고자 했던 강렬한 생명의 의지도 그들에게 기억의 흔적으로 남았다. 세월 속에 무뎌진 조각처럼 ‘몸의 기억’ 속에는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삶의 생생한 의미가 살아 있다.
    
    제주 4·3의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고 우리에게 더 가까워지고 생생해진다. 4·3에 대한 개인의 기억을 듣고 담아내는 것은 마치 타인의 일기장을 들춰보듯 언제나 조심스럽다. 그래서 거로마을과 함께하는 문화공간 양의 그 어떤 기억에 대한 기록 작업도 항상 조심스럽고 그 작업은 더디게 나아간다.
    
    각기 다른 때와 장소에서 나고 자란 작가들이 거로마을과 함께 작업할 수 있었던 것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때의 기억과 감정에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작가들이 제주 4·3을 기념비와 전시관의 기록으로만 접했다면 거로마을의 4·3을 얼마나 깊게 공감하며 함께할 수 있었을까? 작가들은 거로마을에 일정 기간 살면서 마을 분들의 기억을 듣고 또 들었다. 그리고 다른 작가들에 의해 다양하게 표현된 4·3의 목소리를 문화공간 양에서 들을 수 있었다. 자신들이 생활용품을 사기 위해 매일 들렸던 편의점은 옛 공회당의 흔적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지만, 거로마을 4·3의 기억은 자신이 매일 밟고 다닌 그 터에서 전해졌다. 거로마을에 관한 기억의 흔적은 작가들과 마을 사람들에 의해 다양한 매체로 다시 드러나고 공명하며 퍼져간다.
    
    김현승
    
    큰터왓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김현승의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하나의 공간, 하나의 사건이지만 기억하는 부분은 서로 달랐다. 서로 다른 기억과 관점이 모여 전체를 이루어갔다. 이 영상은 문화공간 양에 보관되어 찾아오는 관람객, 연구자 등 4․3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자료로 제공된다.
    
    조은장
    
    조은장은 현재 큰터왓의 모습과 거로마을의 4․3과 관련된 장소를 카메라로 촬영했다. 그의 사진이 보여주는 현재의 모습 뒤로 과거의 이야기가 겹쳐진다. 4·3 때 이야기와 현재 풍경 사이의 간극은 오랜만에 찾은 큰터왓의 낯선 풍경 앞에서 할 말을 잃고 바라보는 긴 침묵의 시간만큼이나 길다.
    
    스투디오
    
    큰터왓의 집터 옆에는 대형폐기물을 처리하는 공장이 들어섰다. 큰터왓 집터에 서 있으면 계속 기계 소리가 들린다. 김누리와 이현태가 함께하는 스투디오는 각 장소의 소리를 녹음하고, 풍경을 영상으로 찍었다. 자동차 소리, 공장에서 기계 돌아가는 소리 너머로 새소리가 들린다.
    
    빈센트 쇼마즈
    
    빈센트 쇼마즈가 진행한 <과거의 메아리들>은 현재의 소리를 매개로 과거의 사건에 다가가는 프로젝트였다. 참가자들은 옛 공회당 터와 옛 만평 부지를 찾아 그곳의 소리에 집중했다. 그 소리는 그곳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단지 지식으로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게 했다.
    
    이지연
    
    이지연은 4·3 이전의 그곳을 상상하며 큰터왓과 늙은이터를 그렸다. 4·3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우리가 볼 수 있었을 풍경이기도 하다. 그때를 향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은 지금을 지켜야 한다는 동기가 된다.
    
    허성우
    
    큰터왓은 허성우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고목이 기억하고 있는 큰터왓의 역사가 허성우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그리고 그 역사는 음악이 되었다. 작곡한 허성우가 피아노를 치고, 표진호가 클라리넷과 보컬을 맡았다. 표진호의 스캣(scat)은 역사를 들려주는 나무의 언어다.
    
    율리안 오트
    
    율리안 오트는 카메라 오브스쿠라 기법을 사용해 학살이 있었던 장소를 사진에 담았다. 늙은이터라 불렸던 이곳에는 이후 농협창고가 지어졌다. 그리고 지금은 공장으로 둘러싸인 공영주차장이 되었다. 어둡게 만든 작가 작업실 창문의 작은 구멍으로 들어온 빛은 주차장의 풍경이 된다. 천장, 벽, 캔버스 위에 거꾸로 비친 주차장의 풍경은 건물 안과 밖을, 과거와 현재를 만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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