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EXHIBITION
할아버지 시계
기간| 2020.04.18 - 2020.05.02
시간| 14:00 - 20:00
장소| 별관/서울
주소| 서울 마포구 망원동 414-62/2층
휴관| 월요일
관람료| 무료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정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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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햇빛이 내려앉은 이불 속에서
정원석의 첫 번째 개인전을 축하하며
오민수

정원석은 낯선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본다. 햇빛 아래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을 깜빡이면, 이불의 결이 보이다가 시선에 따라 그 결이 뒤엉키며 풀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만약 관찰자에게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는 투명하고 붉게 빛나는 손의 혈관까지도 발견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
리는 이 순간들을 놓치거나 잃어버리고 말며 일상 속에서 망각하게 된다. 정원석은 아주 사소하지만 빛나는 순간들을 오랫동안 응시한 자의 시선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는 마치 사물 자체가 된 것처럼, 그 자신이 손바닥 안이나 이불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그림을 그린다. 그림 속에서 그는 새가 되기도 하고 버섯이 되기도 하고 바다가 되기도 한다.

태양 아래에서 모든 생명체는 투명해진다. 빛 안에서 존재는 투명해지며 선명한 경계를 드러내게 된다. 정원석의 그림 속에서 가장자리와 가장자리가 만나는 부분, 면과 면이 맞닿는 부분들은 정오의 태양 아래 빛나는 나뭇잎처럼 투명하다. 그는 면과 선과 점을 통해 이해할 수 없는 세계의 단면 속으로 조심
스럽게 다가간다. 그는 모든 사물들이 가진 골조와 면들을 골똘히 탐구한다. 그러나 그가 마주친 세계는 정교하게 재봉 된 직물처럼 단정하거나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 그의 작업들은 때때로 뜯어진 이불을 말끔히 꿰매는 행위처럼 보이기도 한다.

세계는 규칙적으로 구축되어 있지 않고 예측 불가능한 혼돈으로 가득하기에 그는 세계의 편린을 주워 모아 정성스레 재봉하듯 그림을 그린다. 기호와 사물과 문자를 겹치게 하고 부딪치게 하며 이 세상에 없는 그만의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 낸다. 그의 그림 속 세계는 평화와 안정, 규칙으로 가득 차 있는데, 그것들은 모두 현실의 세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들이다. 정원석의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가 구축한 세계의 따뜻함과 평화에 매료되어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 된다. 정원석은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듯하다. 그는 세계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언제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대상과 자신을 탐구한다. 우리는 이 낯선 시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이 두려움 없는 순수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지금까지의 미술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정원석은 본 것을 그린다. 이 단순한 문장이 2020년의 현대미술계에 줄 울림에 대해 생각해 본다. 장뒤뷔페(Jean Dubuffet)는 “진정한 예술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정원석은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그리며 그림 그릴 때 가장 행복해하는 작가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하지 못하는가.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이 이 단순한 명제 앞에서 무너져 왔는가. 그의 그림은 아직
미술계의 바깥에 있으나,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길은 아주 멀고 험한 길이며, 아직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이다. 그러나 우리가 한 발자국을 내딛으면 그다음 발자국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정원석의 그림 속에서 날아가는 새떼들이 네모 난 종이 밖으로 이어져 멀리 산등성이로 날아오르고 있는 것처럼.


도움주신분들: 안부, 오민수, 이의록, 이예슬, 정희영, 조재홍, 주현욱, 한성우, 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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