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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그림을 그린 역사는 언어를 사용한 역사보다 오래되었다. 아주 오래 전 인류에서부터 현재의 우리들은 언어 이전에 그림으로 먼저 자신을 표현했다. 그 표현을 살펴보면 개인의 방식이 존재한다. 하나의 사물, 사람, 순간을 볼 때 사람들은 자신만의 렌즈를 가지고 대상을 관찰하고 인지하고 표현한다. 여기에서 표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특히 그려서 표현하는 그림은 대상을 담아내기 위해 많은 관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린다고 가정해 보아도 사진과 같이 그리기 위해서는 자세히 살펴보면서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 시간을 통해 평소에는 지나칠 수 있는 많은 조각들을 발견하게 된다.
관찰의 시간을 통해 발견 된 것들로 구성되는 그림은 3차원의 세계를 2차원의 평면으로 옮기는 것으로 수없이 많은 결정을 수반한다. 3차원의 대상을 어떠한 형태로든 양식화하고 해석한다. 수채화의 여러 겹, 판화의 잉크막, 초상화에 담긴 시간의 흐름이 작가의 관찰의 층이 모여진 결과이다. 작가가 오랫동안, 열심히 대상을 바라보아 담아 낸 것이다. 그래서 그림은 우리로 하여금 더 잘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준다.
회화를 감상할 때 우리가 보는 것은 완성된 평면이지만, 그것의 과정은 겹(裌)의 끊임없는 중첩이다. 그 과정은 작가의 노동과 시간을 담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평소에 잘 보았고,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물, 사람, 순간을 새롭게 보게 한다. 작가의 행위와 노력과 시간의 결과가 그림이고, 그림을 감상할 때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정들도 그런 시간과 노동의 아우라인 것이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그리고자 하는 욕구는 우리 내부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하면서, 그리기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욕구를 잃어버리지만, 어떤 이들은 간직하고 있다고 하였다. 우리 내부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그리기 욕구를 잘 간직하고 끊임없이 발현시켜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의 작품이 《그림, 그리다》에 전시되었다.
작가들이 자신만의 렌즈를 통해 관찰한 대상들을 온전한 노동의 시간으로 담아 낸 그림을 천천히 오랜 시간을 들여 마주하였으면 좋겠다. 여러 겹들이 어떻게 쌓여서 표현되었는지 감상하면서 더 풍요롭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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