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EXHIBITION
벽화 pictures on the wall
기간| 2020.05.16 - 2020.05.31
시간| 14:00 - 20:00
장소| 별관/서울
주소| 서울 마포구 망원동 414-62/2층
휴관| 월요일
관람료| 무료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김학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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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벽화―그늘, 얼룩, 바람, 꽃
살다보면 내가 뭔가를 하거나 어딜 가거나 무엇인가를 좋아하거나 할 때 그 까닭을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경우가 간혹 있다. 사실 전후좌우상하 문맥과 회로와 역사를 더듬으며 묵상하면 대개 수수께끼가 풀리는 법인데, 그래도 어떤 것은 실마리 잡아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 이, 벽화라는 게 딱 그렇다. 세상엔 참 구경거리도 많다. 보고 싶은 거 다 보고 살려면 한 64억 년쯤은 걸릴 텐데 그건 자연 이치 상불법이고, 내가 나도 모르게 알아낸 방법은 여기저기를 끊임없이 살피는 것이다. 워낙 호기심이 많고 산만해서, 어딜 가거나 무슨 일을 할 때 더딘 편이다. 바짝 다가가 가만 들여다보고 뒤집어보고 슬쩍 옮겨도 보고 모른 척하기도 하고 밀어도보고 땡겨도 보고 그런다. 해보다는 달, 양달보다는 응달, 산마루보다는 계곡, 사람보다는 사물 쪽에 자꾸 마음이 쓰인다.
이번 작업도 그런 버릇에서 나왔다. 오호래전부터 오며가며 주택가나 상가의 담벼락이나 길바닥에서 불현듯 만난 얼룩이나 오점, 낙서 같은 것을 기록해왔는데 그 중에서 솎아내 그렸다. 그런데 의아한 점은 내가 왜 이다지도 이런 얼룩에 매혹되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리 궁리해보아도 내가 내 마음을 잘 모르겠고, 왜 이런 것을 그리지 않고는 못 배기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모르겠어서 더더욱 그리게 되니참 희한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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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 삶에, 허튼 벽에, 허튼 꽃이라,어떤 ‘그림’은 오래전부터 이미 거기에 있던 것, 어떤 그림은 누군가가 실수한 것, 어떤 것은그가 함부로 그어댄 것, 어떤 건 그 사람이 무심결에 던진 것, 어떤 것은 누군가가 악다구니 쓰며 저지른 것, 어떤 건 고부순한 십대 중반 아이가 지나가는 세월을 붙잡는 듯이 그윽히 그어간 것, 어떨 때 그 그림은 누군가의 오명汚名, 어쩌면 그건 어느 인생이 흘리고 간 오점汚點, 혹 그것은 누군가가 저지른 돌이킬 수 없는 실책, 그건 글쎄 누구누구의 마음이거나, 뜻도 방향도 목표도 없이 그저 버려지다시피 지나가는 누군가의 발자국, 그건 또 모두가 떠난 뒤에도 남은 허접쓰레기, 그렇든지, 아니면 또 꿈에 설핏 나타났다 스러진 야릇한 풍경, 그것은 무슨 이야기라고 하기엔 너무 단촐하고, 뉠까 싶어 두리번거려도 이미 종적은 없이 되었고, 귀 기울여도 소리는 멎어있고, 무슨 일일까 싶어 들여다보지만, 글쎄, 그것은 주인도 객도 없을 무엇, 그럼 다만 바람에 쓸려가는 가랑잎의 그림자 같은 것에 지나지 않는 걸까, 풍경이 되기엔 함량도 규모도 어설프지만, 그렇다고 이것을 풍경이 아니라고 또 누가 주장할 수 있을까, 낮도깨비 같은 것이라고 우길 수도 있지만 글쎄, 내가 낮도깨비이지 누가 무슨, 그래서 이건 참 내다 버리기도 아깝고, 없다 치려니 측은하고, 간직하자니 그저 허투루 된 것 일 뿐이고, 두고 보자니 허망하고, 가슴에 담아두자니 가뭇하기만 하고, 없는 셈 치자니 눈 감으면 선하고, 그런 셈이다, 벽화, 삼천리 방방곡곡에 벽화, 이승 어디에건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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