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2020.05.13 - 2020.05.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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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 13:00 - 19:00 |
장소| | 예술공간 서로/서울 |
주소| | 서울 은평구 갈현동 273-8 |
휴관| | 월요일, 공휴일 |
관람료| | 무료 |
전화번호| | 02-6489-1474 |
사이트| | 홈페이지 바로가기 |
작가| |
오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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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나는 가끔 춤을 춥니다. 별거 없어요. 막춤이에요. 친구들은 이런 나를 보고 유튜브를 하라며 조언합니다. 그러나 그건 꽤 귀찮은 일 같아요. 평소에도 곧잘 발바닥을 땅에 지지거나 통통 튀기며 스텝을 밟지만, 내가 열정적으로 춤을 출 때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입니다. 해결할 수 없는 것과 부딪쳤을 때, 기다리는 것 말고는 소용이 없을 때, 켜켜이 쌓인 마음의 짐을 어딘가 묻을 수도 없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춤을 추는 것입니다. 사춘기 시절부터 그래왔던 것 같아요. 가부장적이고 무서웠던 아버지, 자신의 삶을 도려내 나를 만들어 낸 것 같은 어머니, 귀찮고 피곤했던 동생. 나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보아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면 그만이었습니다. 나는 속 시끄러운 사람입니다. '속 시끄럽다'라는 말은 마음속 느낌이 편하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경상도식 방언입니다. 매일 같이 마음속 리스트를 만들어 네모, 세모, 별표 줄 세우기를 반복합니다. 나는 아주 피곤하고 촌스러운 사람이에요. 캄캄한 세상 속, 생각은 늘 입술 언저리부터 머리를 한 바퀴 돌고 또 돌며 주변을 맴도는데, 소리 내어 말하면 그대로 허공에 사라질 것 같아 메모장에 서둘러 적어 보지만 확고하고 명료했던 문장들은 그 순간 사라지고 흩어지고 둥둥 떠다님을 느낍니다. 같은 문장 아니 다른 단어의 같은 문장, 같은 단어의 다른 의미의 문장. 태초에 떠올랐던 문장과 같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처음에 그 순수하고 날것의 대화는 무엇이었을까요. '아' 혹은 '으'가 뒤바뀐 것 같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서걱거리는 잎을 보며 적막함을 핑계 삼아 멍-멍멍 멍 때리기만 할 뿐입니다. 나는 진정성이라는 거짓말을 믿습니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진정한 사랑, 영원한 우정, 숭고한 모성애 그리고 건강한 관계와 같은 위로 혹은 포장 따위의 것들이 아닙니다. 너절해지는 순간을 널빤지에 고루 펴 감각과 본능에 충실한 참된 진실을 수면 위로 올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엄가가 주는 유기농과일 같은 사랑을 원합니다. 언제든 불꽃처럼 뜨거움 사랑을 할 준비가 돼 있어요. 사람은 누구나 양면적이라지만, 나의 마음은 유독 낮은음자리 도에서 높은음자리 솔까지 파도를 탑니다. 나의 음계는 화음을 만들어 낸 적이 없습니다. 그럼 다시 돌아가 춤을 춥시다.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면 모든 일이 가벼워질 거에요. 나의 율동이 당신에게도 유쾌한 경험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