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나는 미워하면서 또 사랑한다. : 필연적 불완전함에 대한 아름다운 갈망과 조용한 증오 “Ōdī et amō (I hate and I love)”[1]는 로마의 시인 카툴루스Catullus가 쓴 라틴시의 한 구절로, 시인 카툴루스가 연인 레스비아에게 보내는 짧은 시의 일부이다. 미워하는 동시에 사랑한다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표현은 이 전시가 다루는 필연적 불완전함에 닿아있다. Bo lee는 물질과 비물질, 상업적 열망과 순수한 예술의 추구 등 서로 다른 가치가 혼재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미주 이민 1세대의 자녀로서 겪은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의 불안정한 자아 형성, 사업가인 동시에 창작가이기도 한 정체성의 아이러니한 서사를 작품으로 승화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The Poor shop>은 ‘가난’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숍shop으로 구성하고 가난과 부의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가상의 공간이다. 이는 재화와 작품을 경계 없이 판매하는 실제 가게의 역할을 겸하며, 작품 속에는 사기 위해 파는 것, 만들기 위해 부서지는 것과 같은 낯선 모순들이 매대 위에 가시화된다. <Baked> Bo lee는 매체의 다양화를 통해 시간의 불완전성과 주관성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그는 작업의 속성을 보여주는 효과적 도구로서 주로 미디어media를 채택하는 반면 자신의 삶에 있어 주제가 깊어지는 시점부터는 회화와 낙서를 비롯한 매체의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내부의 시선이 외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다른 정서와 사상이 서로 스며들 수 있는 다양한 도구를 찾아낸 것이다. <Baked_ >은 <Baked>의 ‘태움’으로써 불완전성을 극복하는 행위를 기록하고, 자막으로 메타포를 입힌 영상이다. <Ephemeral altar >는 영구적 보존이 불가한 작품으로, 버려지는 것들의 일시적 존엄함을 표현했다. 이처럼 Bo lee는 장르로 구별할 수 없을 만큼 그의 세계가 확장되는 시점에, 그가 비로소 자신의 불완전한 이중성 앞에 담담히 마주 섰음을 헤아릴 수 있다. 이것은 작가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불완전한 현재의 평화가 가져오는 긴장감 아래에 깔린 집착적인 과거에 대한 탐구, 발화하는 미래를 지켜보는 일은 모두에게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다. 르네 지라르Rene Girard는 ‘욕망하는 주체는 언제나 교환가치에 따라 어떤 욕망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드러내고 있다’[2]고 말했다. 실제로 수많은 우상과 간접화들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욕망하는 대상은 존재being가 아닌 우상ideal이기 때문이다. 우리 마음 안에서 양가성을 자극하는 욕망은 절대적인 폭력도, 온전한 순수도 아니다. 임지선, 독립기획자 [1] C. Valerius Catullus, 『Poem 85』 [2] 르네지라르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 한길사, 2001, p.2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