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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이은희 개인전 : 회생비용
기간| 2020.06.16 - 2020.07.18
시간| 12:00 - 18:00
장소| 씨알콜렉티브/서울
주소| 서울 마포구 연남동 504-29/일심빌딩 2층
휴관| 일요일,월요일, 공휴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70-4006-0022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이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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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탈소외를 위한 비용

전시장에 들어서면 청록색 창문이 회색공간을 물들이고, 특정 노동환경의 풍경을 담아낸 설치작업이 다소 건조하게 놓여져 있다. 이와 함께 회색과 붉은 톤의 신작영상은 수많은 3D 이미지(dimension) 레퍼런스들(references)이 이끄는 기억을 소환, 몰입시키면서도 그래픽적이고 평평(flatness)한 텍스트이미지를 통해 작가가 의도한 내러티브narrative를 따라가게 한다. 또한 다리부분만 클로즈업된 영상은 재활치료를 위해 걷는 모습과 영화 속 달리는 모습이 병치되어 다큐멘터리적 비허구와 허구의 모호한 정서를 뿜어낸다.

《회생비용(Cost of Recovery)》은 이은희의 경제적 “몸”에 대한 고민, 특히 장애를 비장애와 분리하여 사회적으로 규정하는 것으로부터 병리와 재활과정 전반에 이르는 의료기술/기계의 개발과 자본화, 그리고 이 과정 이면의 노동에 이르기까지의 소외된 신체를 드러내는 불편한 지점을 파고든다. ‘정상적’ 신체로 돌아가기 위한 피동적인 현실은 회복에 필요한 기술과 자본뿐 아니라 사회적 이해관계 등의 비용을 치르도록 강요한다. 작가는 이번 영상 및 설치 신작을 통해 장애를 경제적 생산능력, 즉 노동력이 거세된 신체로 보는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과, 이를 보완/대체물인 보조기술/보조기계 및 재활의 과정이 장애를 극복하게 하는 것이 아닌 종국에는 노동, 즉 인간자체를 소외시키는 현실임을 드러내고자 한다.

신작 <AHANDINACAP>은 장애라는 비극을 극복하는 드라마틱한 과정을 보여준다. 핸디캡(handicap)은 ‘Hand in a cap’ 이라는 어원에서부터 모자를 내밀며 하는 구걸행위를 연상시키기에 다소 경멸적인 뉘앙스를 포함한다. 비극의 원인은 장애를 대하는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 특히 ‘생산 불가능한 몸’이다. 이에 재활은 정상이 되는 것, 즉 경멸로부터 해방되는 것과 생산 가능한 몸이 되는 것을 포함한다. 하지만 작가는 장애를 신체와 정신의 회복이 아닌 자동화 기술을 도입한 기계형 신체로 치환하려는 움직임을 짚으며 기존의 신체, 즉 노동이 포스트-휴먼적 기술에 의해 대체되는 현 상황을 지적한다. 환자와 가족, 그리고 치료과정을 보조, 요양해주는 보호사들의 바램은 사실 거대한 것이 아닌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단순하고 편리한 핸드폰의 앱 정도일 지 모른다고 말한다. 이렇게 그의 작업은 뉴미디어 담론으로부터 사회경제학적 함의까지 다음과 같은 다양한 층위를 가진다.

테크놀로지 발달 이면의 노동을 추적해오던 작가가 이렇게 장애, 재활, 보조기구 등에 대해 문제 제기하게 된 개인적인 계기는 가족의 재활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불편한 다리움직임과는 다르게 따로 작동하는 것 같은 의료기계들과 이 기계를 보조하는 노동인력을 발견하고서이다. 이와 같이 개개인의 요구에 맞춘(customized) 장애보완기술은 사회적 효용성이 떨어지므로 비용이 커지거나 기술개발 및 상용화가 느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장애 문제에서의 주변인인 우리가 파악하는 장애기술은 고작해야 영화 속 손목이 잘린 배우가 의수(義手)를 들어 보이며 비열한 미소를 짓는 이미지, 또는 뉴스에 나오는 고(故) 스티븐 호킹 (Stephen William Hawking) 박사의 입, 손, 발의 역할 이상을 하던 안면근육으로 조정하는 휠체어의 이미지를 통해서이다. 부정적 시선과 함께 소수를 위한 시장의 무관심은 보편화된 기술/기계생산으로만 소외시키고, 이 부족분은 다시 인력으로 대체한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는 특수한 소수를 위한 보완 제품생산보다는 단순노동 자체를 대체하는 로봇 개발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다.

자기애가 죽음으로 이어진 나르키소스(Narcissus) 신화를 통해 마셜 매클루언(Herbert Marshall McLuhan)은 새로운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임과 동시에 자기인식마비, 즉 자기절단이라는 양면성이 존재함을 간파했다. 향상된 두뇌기억력을 가까운 외부에 장착하기 위해 컴퓨터와 휴대폰 같은 테크놀로지들이 등장했지만 결국 인간의 기억력 자체가 증진되었다기보다,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된 기계를 소유함으로써만 능력보유가 가능하게 되었다. 인터넷의 세상은 새로운 열린 공동체를 꿈꾸게 했지만 반대로 인간을 자기도취적 고립상태로 만들었다. 이미 인간을 확장하는 데에만 몰두해 있는 미디어는 인간을, 특히 장애를 가진 신체를 대체, 보완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 동안 불완전한 인간을 완벽하게 보완, 신과 닮아있는 사이보그나 AI로봇이 만들어낸 핑크빛 판타지만을 쫓고 있는 것은 아닌가?

또 다른 신작인 <LONGING>은 영화 속 주인공이 달리는 장면과 러닝 머신 위에서 끊임없이 재활훈련을 받는 한 환자의 모습을 병치시킨 2채널 영상이다. “영화 속 달리는 주인공은 자유롭고, 무방비하며, 빠르게 위험으로부터 도망가고, 때때로 미쳐 날뛴다. 영화의 이러한 앞뒤 맥락을 모두 제거하고 특정 장면만을 수집해놓은 작업은 마치 인터넷의 짜깁기 ‘뮤비’처럼 이미지를 향유하며 알 수 없는 향수와 정서를 일으킨다. (중략) 이는 치료의 과정에서 느리게 반응하는 환자 본인의 느끼게 되는 고통과는 반대로 주변인인 관객은 이를 매우 지루해하거나 어떻게든 빨리 회복되었으면 바라는 애타는 감정”(작가노트에서)을 가지게 된다. 정상을 넘어 작위적으로 잘 달리는 행위와 재활 중인 환자의 어색한 움직임을 극대화하는 함으로써 장애의 비정상성을 극대화하는 사회적 인식과, 주변인을 자청하면서 환자가 느끼는 고통, 그리고 간절함과는 반대로 매우 지루해하거나 동정의 꼬리를 자르려는 우리의 무관심을 꼬집는다.

마지막으로 <EXTRA>는 열악한 노동환경, 소외된 노동력인 돌봄 노동에 대해 문제 제기한다. “최근 들어 국공립기관 및 기업들은 장애 및 노인 인구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에 맞춰 이러한 돌봄 노동을 대체할 ‘돌봄 로봇사업’을 개발 및 추진하고 있다. 인건비를 최소화하고 생산율을 증대하기 위한 시장의 흐름은 대부분 쉽게 대체 가능한 노동을 없애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작가노트에서) 이렇게 작가는 신체적 결함에 대한 회복이라는 과정은 개인적인 영역을 넘어 사회경제적 논리 속에서 노동과 기술의 집약을 일으키며, 나아가 첨단기술이 기존의 노동을 소외시키는 과정까지 포함한다고 본다.

작가 이은희는 이번 전시가 “외부 환경과 얽혀있는 위축되고 수동적인 몸의 관계를 포착하고 탐구하는 과정”이라고 밝힌다. 이번 전시를 위해 인문학 및 노동과 사회학 서적을 찾고,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 및 요양 보호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러한 그의 예술실천은 언론보도의 파워나 행동주의자들의 실천과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사회적 논의와 실천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고민한다. 이은희의 작업은 미디어의 포스트시대적 가능성 이상의 조금은 다른 생산 불능(不能)한 신체와 효율성과 생산성으로 신체를 규정하고 결함을 해결하려는 무관심, 무감각한 사회논리를 짚어낸다. 사회적 약자의 시각에서 이면의 상황을 드러내며 실천적 목소리를 내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미 보편화되고 현란한 뉴미디어가 매체성에 집중하며 화이트큐브에서 전시되는 현상과 함께, 이러한 작업들을 뉴미디어 담론인 포스트인터넷, 포스트디지털 같은 “포스트-” 담론으로의 풀어내는 논의가 활발하다. 탈매체, 탈제도, 탈공간, 열린 공동체 같은 유토피아적 환상에서 깨어나 스스로를 인식하는 데서 의미를 발견하는 이 담론들은 다양한 미디어의 레퍼런스와 가상과 실제를 오가는 모호함을 장점으로 현란한 기술들로 장착되었다. 이은희 작가의 작업도 이러한 동시대담론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기에 이러한 지점을 충분히 감안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포스트-”가 붙은 계열의 작업들과는 다른 지점에서의 담론 생성이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오세원(씨알콜렉티브 디렉터)

[출처] 씨알콜렉티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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