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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나의 둘레는 멀고도 가까워서
기간| 2020.07.01 - 2020.07.07
시간| 10:00~19:00
장소| 온수공간/서울
주소| 서울 마포구 서교동 376-7/온수공간
휴관| 월요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70-7543-3767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박슬기,무니페리,이지양,유화수,이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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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특질은, 사실상 과학적이라기보다 정치적으로 결정된다. 미쉘 푸코(Michel Foucault)는 『광기의 역사』에서 광기의 개념이 형성되고 유통되는 과정을 쫓는다. 고대에 광기는 근원적인 앎을 지시하는 신령한 증상이었다. 르네상스까지도 광기와의 대화는 진리를 추구하는 수단이었을 뿐, 질병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성중심주의가 발달하기 시작한 17세기에 이르러 광기는 치료와 감금의 대상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좋지 않은 시력 또한 장애에서 불편으로 그 이름을 달리하였고, 유전학은 인종 간의 차이가 절대적이지 않으며 사회적으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처럼 정상성의 둘레는 지배적 권력에 의해 임의적으로 설정된 가변적인 상황에 의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끊임없이 용인 받을 수 있는 범주를 설정하고, 둘레를 그어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한다.

안팎을 분명히 하는 이분법적 분별은 모호한 세계에 체계를 덧씌우며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무지로부터 구원하였다. 적어도 플라톤의 세기에는 그러했다. 이제 명료한 둘레는 사유 양식을 절편화하는 파시즘의 단초가 된다. 나치는 자국민으로부터 아리아인이 아닌 것을 분리하여 홀로코스트로 내몰아냈고, 공산주의를 배격하고 자본주의를 지향하여 ‘하나의 백성’으로 단결해야 한다는 일민주의(一民主義)는 독재로 향했다. 예측 불가능한 자연을 통제 가능한 지식으로 변환하며 고도로 발달한 문명은, 차이를 망각하고 복수(複數)의 주체를 이항 대립에 가두기 위해 위압을 행사한다. 폭력을 정당화하는 기제로 작동하는 견고한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유약한 정상성의 둘레에 절대적 권능을 부여하여, 보통의 삶에서 끊임없이 소수자를 추방한다.


지금까지 보편을 투과하여 불확실한 미래를 명명백백히 규정하는 힘으로 작용하였던 정상성의 횡포 하에 수많은 소수자의 추방이 묵인되었다. 정상성의 둘레는, 마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내부조차 위협한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철로 만든 침대에 행인을 눕혀 침대에 맞게 신체를 잘라내거나 늘려 살해했으나, 테세우스에 의해 같은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프로크루스테스를 닮은 우리의 어리석음은, 광기를 비웃는 졸렬한 마음이 자신의 정서적 통증까지 구금하며 스스로를 괴롭히도록 방관한다. 이처럼 정상성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감각할 수 없을 정도로 멀지만 모두의 행동에 간섭할 만큼 가깝다. 당연함에 가리워져 보이지 않던 둘레가, 주변부의 삶을 점차 밀어내고 목전에서 단일한 삶의 양식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우리’의 둘레에서 출몰하는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요청한다.

박슬기는 정상성의 둘레에서 배제된 사적 목소리를 길어올린다. 이지양&유화수는 비정상으로 호명되었던 신체를 뽐내며 정상성 규범이 거부해왔던 가능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해민선은 정상과 비정상을 가로지르는 경계의 연약함을 지적할 뿐만 아니라, 경계 지워진 영토에 내던져진 저마다의 삶이 어쩔 수 없이 취하게 되었던 태도에 주목한다. 무니 페리는 인간종에 의해 수단화된 동물을 다시금 관계망에 등장시키거나, 버섯과 나무의 상호의존적인 위치를 돌아봄으로서 기계적인 이분법을 넘어선 공존의 의지를 모색한다. 

더 나아가 《나의 둘레는 멀고도 가까워서》는 정상성 규범과 이를 둘러싼 움직임 속에서 인류가 구축한 보편의 규준에 질문을 던지며 당연한 세계 이면에 잠재된 상상력을 엿본다.

[출처] 온수공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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