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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전개-Unfolding
기간| 2020.05.15 - 2020.07.25
시간| 월-금 10:00-18:00, 토 12:00-19:00
장소| 아트센터 예술의시간/서울
주소| 서울 금천구 범안로9길 23 (독산동)/예술의 시간
휴관| 일, 공휴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6952-0005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박준범
임상빈
강준영
박진아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전시전경 ⓒArt Centre Art Moment &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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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조와 창작
    :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전개-Unfolding》을 위해
    
    
    강수미 (미학. 동덕여대 교수)
    
    1. 주변부 부스터
    서울 시내에서 출발해 서울의 남서부인 ‘금천구 벚꽃로’ 쪽으로 가려면 성산대교를 거쳐 양평교, 목동교, 오목교, 신정교, 오금교로 이어지는 서부간선도로를 운전해 가야 한다. 구로공단을 지나 가산디지털단지로 귀결되는 그 예쁜 이름의 길 직전까지 펼쳐지는 도로 풍경은, 하지만, 그리 아름답지 않다. 1970년대 이후 한국의 근대화와 산업화 주역들이 박차를 가해 세운 제조공장 밀집지대의 둔탁한 스카이라인, 그 공장들이 만들어낸 울퉁불퉁한 지평선 때문에 좁고 탁해 보이는 하늘, 그 하늘빛 보다 더 짙은 시멘트 빛깔의 간선도로 담벼락, 어지러운 차선...이런 요인들이 한데 어우러진 전경이 한참동안 이어지기 때문이다. 눈으로만 그런 것도 아니다. 성산대교부터 내내 걸리는 심각한 교통체증과 도처의 무질서한 공사, 불규칙한 차선 때문에 그 쪽으로 가는 여정은 몸도 기분도 그리 쾌적하지 않을 때가 많다. 요컨대 경제와 산업의 차원에서는 지금까지도 두말할 나위 없이 역군으로서 박수 받아야 할 테지만, 심미적으로 또는 정서적으로 그 지역은 여태 주변부에 머물러있다.
       2020년 5월 15일 공식 개관을 앞둔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은 바로 그 주변부, 즉 공단지대로 유명한 금천구 독산동에 자리한다. 이 센터는 말하자면, 지리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고 문화 예술적으로도 격차가 있는 곳에 문을 여는 것이다. 신생 복합 문화예술 공간의 첫 걸음으로는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 기관이 내세운 목적은 “공단지역의 특수성”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다양한 예술 장르를 교차하는 전시를 기획하고, 지역의 특수성을 기반으로 한 연간 프로젝트를 실행해나간다는 구체적 계획 아래 말이다. 불리한 조건과는 상반되는, 꽤 열린 자세이고 진지한 접근법이다. 인근에 있는 금천예술공장이 2009년 서울시가 설립할 당시부터 지역 재생 및 문화 인프라 구축을 목적으로 해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 구역이 문화예술벨트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시내 유력 문화예술기관이나 전시장과 견줬을 때 상대적으로 어려운 조건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은 뭘 믿고 나선 것일까? 여기에 이 기관의 드러나지 않는 배경이자 정체성이 있다. 
       비밀이랄 것은 없지만,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은 그곳에서 40년 간 제조업 공장을 경영하고 있는 “고집적 반도체 부품소재 전문기업” ㈜ 영일프레시젼이 세웠다. 반도체 핵심 부품인 방열판(Heat Spreader)을 개발하고 생산해온 이 강소기업은 지역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이제 문화예술 전진기지를 만든 것이다. 때문에 이곳의 주변부적 면모는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으로서는 단점과 한계가 아니라 잠재력이자 도전 과제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그 지역사회의 근간을 이룬 산업과 기술의 주체가 자신들을 토양 삼아 새로운 문화예술을 창출하자고 나섰기 때문이다.
    
    
    2. 새로 열기, 제작-창작을 전개하기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이 첫 선을 보이는 개관전 제목은 《전개-Unfolding》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다소 밋밋한 주제다. 그러나 해석의 가능성이 열려있다. 이를테면 ‘전개’를 이제 막 문을 ‘여는(opening)’ 아트센터의 선언적 행위(performance)로 읽을 수 있다. 또 이 아트센터를 지원하는 기업이 긴 세월 동안 산업의 버팀목으로서 지역사회에 뿌리내렸다면, 지금은 예술로 꽃을 ‘피우는(blooming)’ 시간이라는 수사학적 의미 부여도 가능하다. 나아가 개관전 참여 작가들인 강준영, 박준범, 박진아, 임상빈의 작품들이 각각의 입면으로 ‘펼치는(unfolding)’ 전시 모습을 형상화한다는 뜻풀이도 가능하다.   
       개관전에 초대할 작가를 선정하고 작품과 전시를 구성하는 일은 큐레이터의 몫이다. 하지만 그 내용이 가리키는 방향과 성과는 외부 감상자 또는 참여 관객에 의해 가치를 부여받고 평가된다. 이번 큐레이팅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미술의 조형적 형식이나 장르 규범에 갇히지 않고 현대미술의 다양성과 다원성, 개방성과 유연성이 드러나는 작가와 작품들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물론 편의상 강준영의 도자, 박준범의 비디오, 박진아의 회화, 임상빈의 사진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가들이 해온 작업은 적어도 하나 이상의 장르를 횡단하고, 전작(oeuvre)보다는 이미지의 변주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공통성이 있으며 바로 그 점에서 동시대적이다. 그리고 다들 지적인 창작 의도와 분석적인 제작 과정을 바탕으로 하되, 최대한 자신만의 시각언어 및 매체 기술을 갈고닦아 감각적 향유를 극대화하려 한다. 이를테면 강준영이 도자기를 빚는다 해도 그것은 과거의 공예가 아니라 회화, 조각, 드로잉이 중첩된 설치작업으로 가는 길이다. 박진아의 그림들은 회화라는 장르 조건(캔버스, 물감, 붓질, 소위 ‘회화적’이라는 표현기법들)을 고스란히 감싸 안은 위에서 우연의 운동, 망막과 렌즈의 차이, 시간의 지연, 힘의 강도(剛度) 같은 지극히 물리적이면서 동시에 추상적인 조건을 화면에 포착하는 작업이다. 박준범의 영상작품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한정된 상영시간 동안 서사를 전개해가는 극영화도 아니고 카메라워크나 편집이 관건이 되는 실험영화도 아니다. 대상을 카메라로 촬영한다는 단순한 행위가 과잉의 수작업과 아날로그적 촬영과정으로 분할되는 아이러니를 깨닫는 데 그 영상을 보는 가치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임상빈의 사진작품은 사실과 허구라는 이분법(또는 사진의 객관성과 거짓말)은 물론 그것들의 전복이라는 주제조차 진부해진 현대미술에서 핵심은 창작이 아님을 환기시킨다. 요컨대 현대예술사진은 말 그대로 촬영 이후부터 이미지가 구축되는 ‘창작 이후의 창작’, 나의 용어로 하면 ‘포스트크리에이션(post-creation)’을 핵심 기제로 한다. 
       이상 작가들의 면모는 모더니즘미술의 분과적 미학에 수렴되지 않음은 당연하고,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후반까지 활발하게 전개된 현대미술의 다원성을 각 작가들이 꽤 적극적으로 실천해왔기에 구축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개관전이 이들의 작품들로 새로운 공간을 여는 일은 의의가 있다. 한편으로는 그만한 시간과 노력이 쌓여야 가능한 일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한 도전과 실행이 계속되어야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원리가 오랜 세월 금천구 벚꽃로 132에서 특정 분야의 기술을 정련하고 첨단 부품 개발과 제조에 성공한 기업에도, 그 기업이 세운 독산동 아트센터의 첫 전시에도 작용한다는 점에서 울림이 크다. 제작과 창작, 제조업과 문화예술, 기술과 예술의 근접성 및 상호작용 가능성이 공명하는 미래이기에 그렇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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