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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얽히고 설킨 관계 Intertwined Complexity
기간| 2020.07.08 - 2020.07.21
시간| 월요일 휴무, 화-일 11:30am - 18:30pm
장소|
주소| 서울 종로구 화동 132
휴관|
관람료| 무료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구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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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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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잡하게 엉킨 일상의 사건들이 너무나 단단하게 가로막고 있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바늘 같은 예민함으로 어딘가 구멍을 내어 다시 앞으로 향할 수 있는,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숨을 쉴 틈을 만들 수 있는 어떤 힘을 바라게 되기도 한다. 구지현 작가는 작품에 직접 누르고 구멍을 내는 물리적 힘을 가하여, 관계와 관조 속에서 사람을 관찰하며 일으켜진 감정의 동요를 화폭 위에 각인시키고 옮기는 방법으로 작업한다. 강한 압으로 화면에 이미지를 눌러 내는 판화 기법과, 화면을 찌르고 통과하는 바늘과 실의 움직임으로 형상을 만들어나간다. 그에게 작업은 사람들의 모습과 행동을 기억하고 화면으로 옮겨 불쾌한 감정, 특히 분노와 고통, 슬픔 같은 것을 쏟아내는 해소의 과정이다. 작업 과정은 그 자체로 작품이자 작가의 수행인 동시에, 그 수행을 통해 대항하려고 하는 사건들을 들여다보게 하는 통로가 된다.
    
    작업에 쓰인 바느질은 어떠한 여성적 제스쳐를 취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일상과 미디어, 다양한 양상으로 뒤엉킨 인간관계에서 발견한 폭력과 분노를 재현하고, 그것에 대항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써 반복적인 “뚫기”의 행위를 채택했다. 이러한 방식으로써의 바느질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무언가를 꿰매거나 수를 놓는 방법에서 온 것이 아닌, 어디에서도 전유해온 적 없는 수단이다. 그에게 바늘과 실은 대상을 찌르고, 뚫고, 엮고, 엉키게 하기 위한 도구이다.
    
    실은 서로 엮여서 말 그대로 ‘얽히고 설킨’ 여러 종류의 관계들과, 관계를 대하는 사람, 그 얼굴들의 모습을 나타낸다. 작가는 이런 관계 속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비이성적인 태도, 광적으로 집착하거나 무관심한 모습 등 이들 얼굴의 미묘하고도 기괴한 모습을 그린다. 표정과 얼굴 근육은 그로테스크할 정도로 과장되며, 충동적이고 원색적인 색으로 표현된다. 여러 겹의 실이 쌓여 화면에서 툭 튀어나온 얼굴의 이질적인 질감은 시선을 집중시킨다. 자수로 표현된 얼굴의 앞, 뒷면을 함께 보여주는 방식과, 부조에서 더 나아가 환조로 표현된 입체물들은 하나의 언캐니한 연극적 장면으로 연출된다. 또한 ‘안녕, 다음에 밥 한번 먹자’, ‘꼬락서니’처럼 직설적이면서도 특정한 행동을 꼬집는 제목들이 더해져 이들 작품이 모인 연극적 무대는 블랙코미디의 장으로 승화된다. 작가는 사람들이 표정으로 감추려고 하는, 혹은 드러내려는 내적 충동을 변형된 외연의 얼굴로 표현한다. 이로써 내면과 외면의 경계를 허물고 허상을 벗겨내어, 관계를 대하는 사람들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 여러 가지 관계들이 서로 분리되지 않고 얽혀져 나타나는 이유는 이들이 공유하는 ‘폭력’과 ‘부조리’에 있다. 작가는 관계를 대하는 사람들의 비이성적 행동을 표현하면서, 결국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폭력을 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사회 문제에서 찾는다. 일상 속 불가피한 관계가 고통스러워지는 이유는 그 사이에 작용하는 위계나 감정적 충돌 때문이다. 개인에게 가해지는 위력과, 그것에 대항하기 위한 처세술로 인해 개인의 감정은 계속해서 소모된다. 이에 지쳐버린 현대인들은 위계로부터의 속박과 감정의 소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상 공간으로 도피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안에서 오고가는 피상적인 소통은 진실한 관계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더 큰 공허함을 남기고, 현실 속의 자신을 더욱 고립되게 한다. 작가는 이러한 현실 속 여러 관계의 단면들을 날카로운 바늘로 찌르고 실로 엮는 행동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엉켜 있는 어제와 오늘의 사회 구조 속, 누군가는 겪어올 수밖에 없었던 부조리를 바라보게 한다.
    
    반복되는 부조리에 분노하고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작업을,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상상에서 나온다. 바늘과 같이 작더라도, 작가 자신의 힘으로 분명히 만들 수 있는 변화의 실천을 통해 허상을 드러내고, 고발하고, 세상을 움직이고자 하는 의지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내면의 모습이 까발려져 가식과 허례허식을 허문 사람들끼리 어떠한 연대가 가능하다면 유토피아는 바로 그런 모습일 것이라고 작가는 상상한다. 이런 상상은 이상적이면서도, 그것이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과 앞으로도 반복될 고통을 예견하며 밀려오는 절망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궂은일을 오래 하다 보면 피부 위에 굳은살이 박인다. 바느질을 오래 한 사람의 손이 그렇다. 반복적인 외부의 힘에 대응하기 위해 살이 변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굳은살은 작가가 관계 속의 부조리에 대항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 수단을 반복하면서 얻게 된, 일종의 절망적인 항의의 기록이다. 일련의 작업 과정은 나타내고자 하는 대상과 상황을 형태적으로는 왜곡하고 변형하면서도, 그것이 표현되는 화면을 적극적으로 파괴하거나 해체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감정을 표출하면서도 어느 정도 작품을 작가의 통제 아래에 둘 수 있게 된다. 통제와 절제로 이루어지는 작업은 반복적인 수행의 지속을 가능하게 한다. 작지만 경이감이 들 정도로 반복되는 강박적인 움직임이 모여 만들어진 이 전시는, 이제는 우리의 삶에 기본값처럼 내재되어 있는 분노를 인내하고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변화의 의지를 보여준다.
    
    작가는 관계 속에서 치이고 부딪혀서, 마음에 응어리를 품은 채 무뎌지거나 멈춰 설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게, 그들을 응어리지게 한 얼굴이 어떤 모양인지 보여준다. 그와 동시에 자신은 어떠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며 경각심을 일깨우고 환기시킨다. 전시 《얽히고 설킨 관계》는 응어리진 마음으로 낼 수 있는 작지만 날카로운 힘, 앞을 가로막는 방해물의 틈을 찌르고 관통하여 변화시키는 힘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건네는 위로이다.|김명지
    
    [출처] 아트비트 갤러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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